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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

Inuit 2006. 9. 19. 21:27

고종완

대개의 경우, 자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삶과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막상 아는 것은 별로 없는 분야가 부동산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MBA 과정에서 돈버는 공부를 한 셈이지만 부동산만큼은 젬병입니다. 부동산 특화과정이 아닌 한 부동산에 대해 특별히 더 잘 알기가 쉽지는 않다손 치더라도, 제 RQ (Real-estate Quotient)는 매우 떨어지는 편이지요.

주변을 봐도,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 최고액수의 거래를 주위의 소문과 감, 그리고 배짱의 조합으로 선뜻 내지르고는 뒤에 가서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꽤 있지요.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가 만든 촌극일 수도 있고, 땅과 건물에는 단순한 투자대상이라는 재화가 아닌 감정적인 몰입이 더해진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결핍에서 비롯된 지적 호기심으로 부동산 관련한 자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인데,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보기에 좋았던 점 세가지는 이렇습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본질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
-부동산도 투자의 대상으로서 기본적인 가치를 따져볼 수 있는 몇가지 측면을 제공한다는 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형성이 되어 왔고, 이를 통해 향후 방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점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만, 강남의 집값이 고공을 날아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직주근접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했고, 수급상 가격은 강남이 가장 빨리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어찌보면 체감적으로 느껴 오던 것과 별 다른 점이 없어보이지만 life cycle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한히 과대한 신뢰를 보내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이 의미 있는 것입니다.

제가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입문서를 보며, '이런 책이 아직도 새로 나오네'라고 느끼듯, 막상 부동산 전문가가 본다면 시시하게 보일지 몰라도, 저같은 초보에게는 전체적인 그림을 한눈에 넣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다만, 다 읽고 나서 '버핏 선생이 부동산으로 돈 벌었냐, 계속 핵심역량에 집중하자..' 이런 소심한 결론이 났다는 점이 아이러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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