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글쓰기,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를 읽는 중입니다. 글쓰기를 즐겨하지만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도 들고, 더 잘쓰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글을 쓰려 하지만, 주절주절 늘어지는 말투와 툭하면 서너줄에 걸치는 만연체는 스스로 늘 불만족스럽던 부분입니다. 이런 고민으로 읽게 된 책인데, 첫 단원의 간단한 팁은 블로깅에도 유용해 보입니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있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없애도록 시킨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문장에서 '있었다', '것', 그리고 '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훈련시킨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불필요하게 남용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단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 대고 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 댄다.
문장의 경쾌함이 다르지요?

'것'도 습관적으로 많이 씁니다. 많이 사용되는 아래의 문장을 볼까요.
집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오던 길이었다.
원래 문장이 얼마나 군더더기였는지 느껴집니다.

'수'는 can의 번역체에서 비롯되어, 영어식 표현이 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누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제 포스팅을 되돌아봐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수도 없이 남용되었네요.
최소한 늘어지는 글을 쫀득하게 조이는 법은 배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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