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글쓰기,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요즘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를 읽는 중입니다. 글쓰기를 즐겨하지만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도 들고, 더 잘쓰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글을 쓰려 하지만, 주절주절 늘어지는 말투와 툭하면 서너줄에 걸치는 만연체는 스스로 늘 불만족스럽던 부분입니다. 이런 고민으로 읽게 된 책인데, 첫 단원의 간단한 팁은 블로깅에도 유용해 보입니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있을 수 있는 것'을 모조리 없애도록 시킨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문장에서 '있었다', '것', 그리고 '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훈련시킨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불필요하게 남용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단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 대고 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 댄다.
문장의 경쾌함이 다르지요?

'것'도 습관적으로 많이 씁니다. 많이 사용되는 아래의 문장을 볼까요.
집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오던 길이었다.
원래 문장이 얼마나 군더더기였는지 느껴집니다.

'수'는 can의 번역체에서 비롯되어, 영어식 표현이 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누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제 포스팅을 되돌아봐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수도 없이 남용되었네요.
최소한 늘어지는 글을 쫀득하게 조이는 법은 배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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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신정훈 2006.09.23 18:35

    저도 고쳐야겠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Inuit 2006.09.23 21:34

      네, 새겨들을만한 지적이죠.

  2. BlogIcon 메아리 2006.09.23 19:00

    고칠게 많네요. 국어공부부터 다시 하고 있는데 잘 배우고 갑니다. ^^

    • BlogIcon Inuit 2006.09.23 21:37

      무척 착실하십니다. 국어공부부터 다시라니..

  3. BlogIcon 김성안 2006.09.23 19:32

    고민하던 부분인데 좋은 정보입니다. 책 일독하도록 해야겠네요. ^^

    • BlogIcon Inuit 2006.09.23 21:38

      책 재미 있습니다. 배울 점이 많네요.

  4. BlogIcon eigencode 2006.09.23 20:28

    저도 군더더기 많이도 썼네요. 고쳐야겠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6.09.23 21:39

      알게 모르게 안좋은 습관이 배어 있는듯 합니다.
      그나저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데 eigen이라는 단어를 닉으로 쓰시네요. 놀랍습니다.

  5. BlogIcon astraea 2006.09.23 23:31

    글쓰기에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특히 저도 책추천이 너무 좋네요^^

    • BlogIcon Inuit 2006.09.24 19:30

      전에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던 것 같은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6. M 2006.09.24 01:19

    좋은 책이군요.
    그러나 첫번째로 든 예는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네요.
    말씀하신대로 문장의 명쾌함이 다르다면 "있다"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효과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있다"를 배제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 BlogIcon Inuit 2006.09.24 19:31

      그렇죠. 있다를 무조건 배격할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잘 따져보니 보조용언의 '있다'를 꼭 써야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더군요.

  7. BlogIcon yser 2006.09.24 05:26

    일본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죠. 본문의 글을 보니 '~하고 있다'와 같은 진행형 형태의 글투를 자제하면 명확한 뜻 전달이 되는 것 같군요. (여기서 또 ~것 같다라는 표현이 쓰였죠. 요즘 제가 쓰면서 무척 거슬리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어보면, 글을 퇴고하면서 군더더기 표현이 점점 사라져간다고 나옵니다. 즉 쓸데없는 부사를 제거한다는 얘기더군요. 확실히 제가 쓴 글을 퇴고할 때도 보면 괜히 들어간 수식어가 자주 보입니다. 결국 부가적인 설명을 위해 첨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문에 비해서 글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복잡한 수식어가 읽는 사람에게 난독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보입니다.

    • BlogIcon Inuit 2006.09.24 19:41

      저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 규제하는 부분이 늘었습니다.

      말씀처럼 스티븐 킹과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지요. 나중에 서평쓸때 언급하려던 부분이었는데 잘 지적해 주셨군요.

  8. BlogIcon isanghee 2006.09.24 06:3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신경써서 글을 쓰렵니다.

    • BlogIcon Inuit 2006.09.24 19:47

      네, 감사합니다. (오랫만이군요. ^^)

  9. BlogIcon WT 2006.09.24 12:23

    저도 그 책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읽다가 중간에 못 읽었었는데
    다시 읽고 반성하며 글써야겠네요 ㅎㅎ

    • BlogIcon Inuit 2006.09.24 19:48

      좀 길지요? ^^;;;
      뒤쪽은 소설의 구성에 관한 내용이 많네요. 인물이나 플롯의 구성. 작가가 된 이후의 몸가짐 등..

  10. BlogIcon 드래곤군 2006.09.24 14:14

    책 꼭 읽어 봐야겠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6.09.24 19:49

      기회되면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11. BlogIcon 나라목수 2006.09.25 10:16

    요긴한 것 배우고 갑니다.

    • BlogIcon Inuit 2006.09.25 22:10

      요긴하셨다니 기쁩니다. 제 창작물도 아니지만.. ^^;

  12. BlogIcon sputnik 2006.09.26 19:31

    음, 블로그의 글에 바로 한 문장 실천해보니 그래도 좀 나아보이는군요.. 하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지가 좀 되서 그런지 영 실천이 잘 안 됩니다(...).

    • BlogIcon Inuit 2006.09.26 20:51

      저도 요즘 글 쓸 때 많이 신경 쓴답니다. '있을 수 있는 것'만 빼도 글이 간결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습관을 들여보려고 합니다.

  13. BlogIcon 엘윙 2006.09.26 20:52

    저도 참고로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저렇게 쓸래요!음하하하!!

    • BlogIcon Inuit 2006.09.26 20:53

      앗 엘윙님이닷. 살아있었어요? 요즘 해녀가 되어가는듯해요. 잠수한번 타면 일주일은 기본. -_-

  14. BlogIcon oveRock 2006.10.10 23:23

    참으로 오랜만에 들립니다 ^^ 실은 계속 글을 읽어왔지만 이번 포스팅에는 그냥 눈만 붙였다 가지 못하게끔 하네요.
    '있을 수 있는 것'은 다 없애라.... 정말이지 이렇게 외기쉬운 원칙이 또 있단 말입니까?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있을 수 있는 것'을 중얼거리면서 써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
    저도 글이 자꾸 산만하게 늘어지는 점이 스스로에게 가장 큰 불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고쳐봐야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6.10.11 00:28

      반갑습니다. ^^
      저도 요즘 포스팅할 때 계속 이 원칙을 되새기며 퇴고를 합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글을 쓰는데도 다시 보면 '있을 수 있는 것'이 섞여 나오더군요. 굳이 바꿀 필요가 없더라도 다르게 표현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말을 고쳐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워요. 글이 조금더 화사해졌다고 할까..

  15. 2009.12.16 23:57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09.12.17 00:06

      팀내 공유가 목적이라면, 링크와 출처만 밝혀주시고 가져다가 쓰시면 됩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사랑에 보탬이 되면 저도 좋겠습니다.
      참고로 제 책 쓸 때도 이 지침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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