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글쓰기 만보 본문
1038개.
비공개 포스팅을 포함해 이 블로그에 담겨 있는 글의 숫자입니다. 4년 넘도록 제 몫의 웹 집에 쓴 글의 갯수만1,000여개라면, 40년 가까이 살아오며 써온 글은 다해 몇 조각이나 될까요. 글쓸 때마다 단어와 문맥 하나 하나를 다시 보고 또 고쳐 가며 그렇게 마음을 앓고 시간을 삭히는 고통이 따르는데도, 미련히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처럼 또 다시 쓰고 싶은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또 뭘까요. 글이란 것이, 제 얕은 재주를 알아 큰 기대 안한다면서도 슬몃 좋은 글쓰기를 갈망하는 모순된 감정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얀 전쟁'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文名을 드러낸 안정효 작가. 번역작가 시절부터의 치열한 창작론은 간간히 들어 알던 바입니다. 그런 안정효의 글쓰기 교범이라기에 이끌리듯 사게 되었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On writing)' 에서 스티븐 킹의 창작론에 깊이 마음이 움직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딱 그러합니다.
특히, 이 책은 블로거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포스팅도 어차피 글인 바, 배울 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지요. 우선, 장식적 글쓰기는 문제의식을 약화시키고, 상투적인 단어들은 글을 진부하게 만듭니다. 짧고 간결하여 정력적인 문장은 늘 염두에 둘 지향점일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오타와 문맥만 바로잡는 것을 지나, 글을 새로 고쳐 쓸 각오가 필요한 퇴고 역시 중요한 글쓰기 절차란 것입니다. 정말 새겨둘만한 교훈이 있습니다. '할말을 다했거든 주저없이 글을 마무리하라'. 글을 잘 몰아가 멋진 클라이막스에 이르렀으면 그 곳에서 산뜻하게 끝내야지, 글쓴이가 흥을 못이겨 현장을 뜨지 못하고 마무리를 아끼며 주절주절 덧붙이는 모든 말은 사족이라는 점입니다. 저를 포함한 요즘 블로거들에게 쉬이 발견하는 단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모든 포스팅에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라는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블로그는 구어와 문어가 교번하는 미디어이므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용이 중요하겠지요.
글쓰기에 대한 배움을 소설로 한정해도 이 책은 쓸만합니다. 평소에 꼼꼼한 관찰로 여럿의 가공 인물을 만들어 두었다가 적절한 작품에 캐스팅하는 방법이나, 글이 될만한 모티브를 줄기세포처럼 오랜 시간 동안 배양하여 보다 완전하고 풍성한 이야기로 엮어내는 방법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어쩌면, 회사일로 바빠 자주 포스팅을 못하는 대신, 틈틈히 재미난 발상을 메모해 두었다가 글로 내려쓰는 제 블로깅 습관과 유사하여 동질감마저 느껴집니다.
창작적 글쓰기 (creative writing)보다 논리적 글쓰기(technical writing)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저입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솟구칩니다. 어쩌면 작가의 진솔한 훈육처럼, 한순간 영감으로 2주만에 써낸 글이 성공작이 될 턱 없고 몇년을 묵히고 곰삭혀 나오는 글이어야 제대로 된 글이라는 부추김에 힘입은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유혹하는 글쓰기'와 떼어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둘 다 글쓰기에 대한 지침이 흡사합니다. 작가는 인물, 사실관계와 배경묘사에 치중할 뿐 노골적으로 적시하지 말며, 독자가 상상할 여백을 남기라는 등 간결하며 힘있는 글쓰기라는 공통을 지향합니다. 단지 멋부리며 책상머리에 앉아 글줄깨나 쓰는 작가 나부랭이가 아니라,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치며 노력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점은 덤으로 비슷하지요. 두 책 모두 두 작가의 작업실로 향하는 유리창의 역할을 합니다.
글쓰기에의 유혹, 은근히 넘어가 줘도 욕 안되는 유혹일테죠. 그리고 이 책은 좋은 길잡이 중 하나입니다.
재료로서의 글감이야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만, 조리법마저 좋은 글쓰기를 원하는 블로거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만합니다.
비공개 포스팅을 포함해 이 블로그에 담겨 있는 글의 숫자입니다. 4년 넘도록 제 몫의 웹 집에 쓴 글의 갯수만1,000여개라면, 40년 가까이 살아오며 써온 글은 다해 몇 조각이나 될까요. 글쓸 때마다 단어와 문맥 하나 하나를 다시 보고 또 고쳐 가며 그렇게 마음을 앓고 시간을 삭히는 고통이 따르는데도, 미련히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처럼 또 다시 쓰고 싶은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또 뭘까요. 글이란 것이, 제 얕은 재주를 알아 큰 기대 안한다면서도 슬몃 좋은 글쓰기를 갈망하는 모순된 감정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얀 전쟁'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文名을 드러낸 안정효 작가. 번역작가 시절부터의 치열한 창작론은 간간히 들어 알던 바입니다. 그런 안정효의 글쓰기 교범이라기에 이끌리듯 사게 되었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On writing)' 에서 스티븐 킹의 창작론에 깊이 마음이 움직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도 딱 그러합니다.
안정효
전체적인 구성은 500쪽 넘도록 크게 다섯마당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간결한 글쓰기에 대해 포스팅 (있을 수 있는 것은 다 없애라) 했던 대로 단어와 단락을 구성하는 첫째 마당, 제목과 인물 구성의 둘째 마당, 그리고 줄거리 짜기와 초벌 구성, 퇴고에 관한 셋째, 넷째 마당과 작가의 삶 및 주제와 문체를 다루는 마지막 마당입니다. 중간 중간에 적절한 사례와 작은 숙제 등이 곁들여진 덕에 지루하지 않고 풍부한 영감을 제공합니다.특히, 이 책은 블로거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포스팅도 어차피 글인 바, 배울 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지요. 우선, 장식적 글쓰기는 문제의식을 약화시키고, 상투적인 단어들은 글을 진부하게 만듭니다. 짧고 간결하여 정력적인 문장은 늘 염두에 둘 지향점일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오타와 문맥만 바로잡는 것을 지나, 글을 새로 고쳐 쓸 각오가 필요한 퇴고 역시 중요한 글쓰기 절차란 것입니다. 정말 새겨둘만한 교훈이 있습니다. '할말을 다했거든 주저없이 글을 마무리하라'. 글을 잘 몰아가 멋진 클라이막스에 이르렀으면 그 곳에서 산뜻하게 끝내야지, 글쓴이가 흥을 못이겨 현장을 뜨지 못하고 마무리를 아끼며 주절주절 덧붙이는 모든 말은 사족이라는 점입니다. 저를 포함한 요즘 블로거들에게 쉬이 발견하는 단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모든 포스팅에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라는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블로그는 구어와 문어가 교번하는 미디어이므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용이 중요하겠지요.
글쓰기에 대한 배움을 소설로 한정해도 이 책은 쓸만합니다. 평소에 꼼꼼한 관찰로 여럿의 가공 인물을 만들어 두었다가 적절한 작품에 캐스팅하는 방법이나, 글이 될만한 모티브를 줄기세포처럼 오랜 시간 동안 배양하여 보다 완전하고 풍성한 이야기로 엮어내는 방법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어쩌면, 회사일로 바빠 자주 포스팅을 못하는 대신, 틈틈히 재미난 발상을 메모해 두었다가 글로 내려쓰는 제 블로깅 습관과 유사하여 동질감마저 느껴집니다.
창작적 글쓰기 (creative writing)보다 논리적 글쓰기(technical writing)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저입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솟구칩니다. 어쩌면 작가의 진솔한 훈육처럼, 한순간 영감으로 2주만에 써낸 글이 성공작이 될 턱 없고 몇년을 묵히고 곰삭혀 나오는 글이어야 제대로 된 글이라는 부추김에 힘입은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유혹하는 글쓰기'와 떼어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둘 다 글쓰기에 대한 지침이 흡사합니다. 작가는 인물, 사실관계와 배경묘사에 치중할 뿐 노골적으로 적시하지 말며, 독자가 상상할 여백을 남기라는 등 간결하며 힘있는 글쓰기라는 공통을 지향합니다. 단지 멋부리며 책상머리에 앉아 글줄깨나 쓰는 작가 나부랭이가 아니라,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치며 노력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진 점은 덤으로 비슷하지요. 두 책 모두 두 작가의 작업실로 향하는 유리창의 역할을 합니다.
글쓰기에의 유혹, 은근히 넘어가 줘도 욕 안되는 유혹일테죠. 그리고 이 책은 좋은 길잡이 중 하나입니다.
재료로서의 글감이야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만, 조리법마저 좋은 글쓰기를 원하는 블로거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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