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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본문
마술을 하나 보여드릴까요?
10초안에 당신을 이상상태에 빠뜨려 보겠습니다. 아래의 다음 그림 버튼을 계속 눌러 보시기 바랍니다.
자 어떠신가요?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고 정상적인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반응은 대략 이런 종류이겠습니다.
요즘 신교육과정을 밟는 어린 친구들은 어떤지 몰라도 제 나이 전후로 15년 세대는 대략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졸음이 오고 흥미가 사라지게 만드는 묘술을 가진 방정식일진대,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원제: It must be beautiful: Great equations of modern science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것도 저자만의 독단이 아니라, 신앙처럼 수식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태두와 같은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말합니다.
사실, 방정식은 하늘의 계시나 영원한 진리도 아니며, 따라서 값만 넣으면 답이 그냥 튀어 나오는 절대 불변의 공식이 아닌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방정식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 시대의 방정식이, 지구가 둥글고 게다가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에 합당한 방정식이 필요하고 사용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거대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어렵사리 파헤쳐가는 과학자들은, 수치적으로 엄밀하며, 논리적으로 무결하고, 미학적으로도 우미한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한 간결히 소통하고, 수도 없이 쓰일 미래를 고려해야하며, 평생 스스로를 바칠만한 매력까지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방정식
앞에 지나쳐버린, 의미를 알기 힘든 방정식들을 다시 볼까요?
Planck의 양자에너지 방정식으로, 양자역학의 토대를 만든 방정식입니다. 진동수 f가 양자에너지 E와 연관되었듯, 빛이 입자이며 파동이라는 수십년간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당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식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플랑크 자신은 죽는 날까지 진정으로 광자가 입자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전해지지요.
Logistic map의 식입니다. 생태집단의 개체수 변화에 관한 모형에서 상수 a값의 변화에 따라 집단의 특성이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는 결과를 보입니다. 이로부터 카오스 이론이 발전했고, 미분방정식과 연속성이 지배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대충돌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뤘고, 자유의지가 과학의 세계에 개입할 여지를 남기기도 했지요.
우주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집단은 몇 개나 될까요? 이를 예측하기 위한 Drake 방정식입니다. 우변의 첫항부터 보면, 태양계와 유사한 시스템의 갯수 중 행성의 비율,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한 행성의 비율,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비율, 문명을 이루는데 성공할 비율과 문명의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어떠한 실험이나 관찰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guesstimation 하듯, 추론을 수학으로 표현하여 나온 방정식입니다. Drake 방정식은 외계 문명 탐색 프로그램인 SETI 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외계문명 방정식은 Cyclops 보고서를 통해 N ≒ L로 축약되었고 결국 외계 문명의 존재는 인간의 미래에도 암시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가 아니면 슬기롭게 생존하는가의 여부는 SETI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또 다른 어젠다이지요. 칼 세이건의 스토리를 다룬 Contact이라는 영화의 그 애타는 교신도 간접적으로는 이 방정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거부감이 작은 '국민 방정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instein의 이 식은 광고에서도 많이 접하게 되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일은 또 별로 없지요. 이 방정식의 가장 큰 특징은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불안해하고 염려하는 북한의 핵실험까지 닿아 있습니다. 바로 고농축 우라늄원자 m을 통해 빛의 속도 제곱이 곱해진 엄청난 에너지 E를 얻는다는 공식이기 때문입니다.
Einstein 방정식이 인류의 미래에 참담한 먹구름을 드리웠다면, Molina-Rowland의 화학 방정식은 인류의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왼편은 요즘 사용이 금지된 CFC가 오존을 파괴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화학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식의 인류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Midgley가 발명한 화학제품인 CFC는 그 특성이 매우 좋으며 안정적인 구조를 갖는 경이로운 현대 화학의 개가였습니다. 이 CFC의 특성을 이용하여 대기를 연구하다가 CFC의 자유 염소이온(Cl)이 오존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단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 상태에서 1976년부터 인류는 CFC를 스스로 제한하는 협약을 이뤄갔다는 점이지요. 결국, 1985년 영국 과학자들이 남극에서 오존 구멍을 발견해 가설이 증명이 되었고, 인류가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지혜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매우 희망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바람둥이 Schrödinger의 파동방정식(위)과 Heisenberg의 불확정성의 원리입니다. 양자도약 (quantum leap)과 원자의 행동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Schrödinger와 수학적으로는 깔끔하지만 난해하고 추상적이며 이해가 어려운 Heisenberg의 공식은 평생을 대립하며 반목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Newton의 고전역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미시세계의 모델인 양자 역학을 꽃피우는 기초를 닦았습니다. 뛰어난 직관으로 세상의 비밀을 엿보고도 상식과 다르고 직관과 배치되어 번민하던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의 모습은, 지금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마지막 하나만 더. 정보통신의 아버지 Shannon의 정보공식입니다. 정보의 양은 놀라움의 정도와 관련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일어나기 힘든 이벤트의 정보전달은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지요. 또한, 둘째 식에서 전송매체의 품질은 대역폭과 신호대잡음비와 관련있음을 말합니다. Shannon이 유명해진 이유는 이러한 정보통신의 기초적 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고, 그 단위를 bit로 정의한 탓도 있겠지요. 머니 사이언스에 나오는 Kelly의 돈버는 공식도 바로 이 Shannon의 정보공식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과학
생각보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공식의 사연을 듣고 보니 방정식들을 새롭게 보게 되지 않나요?
전체적으로 책을 평가하자면 깊이가 있는 과학교양서적입니다. 책에 11개의 방정식이 나오는데, 각각 실제로 그 방정식을 오래 연구한 저자가 설명을 합니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방정식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식없이 의미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공식을 증명하거나 전개하지는 않아도 각 항의 물리적,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과학의 이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됩니다. 보면 짜증이 밀려오는 골치아픈 그 수식에 한 총명한 젊은이의 열정과 탄식이 녹아있고, 두개의 공식이 서로 반목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한편, 별개라고 느껴지던 세개의 공식이 서로 가르쳐주고 배워가며 하나의 현상을 다르게 조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딱딱한 공식에도 애정이 가게 됩니다.
최악의 번역
이 책은 흥미로운 텍스트이지만,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는 번역입니다. 제가 번역에 대해 약간은 까다로운 취향임을 스스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도를 지나쳤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읽다가 오역으로 의심되는 문장이 자꾸 눈에 밟혀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그런 대목을 훗날 참조를 위해 뒤에 따로 모아 적는 시간 지연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최소한 과학서적의 기본적인 용어(terms)조차 번역이 왔다갔다 하고, 표준적인 번역용어를 무시하여 원문의 의미를 살리지 못학고, 일반적인 술어의 미국식 용례(plastic과 vynil의 차이 등)에도 지극히 무심한 번역은 초벌 작업을 그대로 출판한 혐의마저 지우기 힘듭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기본적 오탈자는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 가능합니다.)
다른 허물은 다 좋습니다. 저는 정말 이 책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이 책의 역자에게 묻고 싶네요. 제가 지정하는 임의의 대목을 단 두 줄로 요약이 가능한지 말이지요. 오래전이긴 하지만 원어 서적으로 고등수학과 물리 연관 학문을 전공한 저조차도 뒤죽박죽 섞여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과연 몇사람에게 깊이 이해가 될까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지금 세세하게 기억을 못할 뿐, 리만 스페이스니 힉스 장이니 포아송 편미방이니 하는 용어 자체의 무게에 압도되어 겁먹을리 없는데, 중요한 내용의 전개를 알아 듣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책읽는 내내 역자와 도서출판 소소를 향해 투덜거리며 책장을 무겁게 넘겼더랬습니다.
아, 요즘엔 누가 진짜 번역자인지 알기 힘들기에, 책에 적힌 사람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무조건 그 쪽으로 돌리면 온당치 않은거지요?
10초안에 당신을 이상상태에 빠뜨려 보겠습니다. 아래의 다음 그림 버튼을 계속 눌러 보시기 바랍니다.
자 어떠신가요?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고 정상적인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반응은 대략 이런 종류이겠습니다.
으.. 지겨워. 이게 뭐지? 빨리 끝났으면.. (심지어는) 토할 것 같아.
요즘 신교육과정을 밟는 어린 친구들은 어떤지 몰라도 제 나이 전후로 15년 세대는 대략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졸음이 오고 흥미가 사라지게 만드는 묘술을 가진 방정식일진대,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Graham Farmelo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것도 저자만의 독단이 아니라, 신앙처럼 수식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태두와 같은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말합니다.
사실, 방정식은 하늘의 계시나 영원한 진리도 아니며, 따라서 값만 넣으면 답이 그냥 튀어 나오는 절대 불변의 공식이 아닌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방정식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 시대의 방정식이, 지구가 둥글고 게다가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에 합당한 방정식이 필요하고 사용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거대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어렵사리 파헤쳐가는 과학자들은, 수치적으로 엄밀하며, 논리적으로 무결하고, 미학적으로도 우미한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한 간결히 소통하고, 수도 없이 쓰일 미래를 고려해야하며, 평생 스스로를 바칠만한 매력까지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방정식
앞에 지나쳐버린, 의미를 알기 힘든 방정식들을 다시 볼까요?
Planck의 양자에너지 방정식으로, 양자역학의 토대를 만든 방정식입니다. 진동수 f가 양자에너지 E와 연관되었듯, 빛이 입자이며 파동이라는 수십년간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당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식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플랑크 자신은 죽는 날까지 진정으로 광자가 입자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전해지지요.
Logistic map의 식입니다. 생태집단의 개체수 변화에 관한 모형에서 상수 a값의 변화에 따라 집단의 특성이 매우 민감하게 변화하는 결과를 보입니다. 이로부터 카오스 이론이 발전했고, 미분방정식과 연속성이 지배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대충돌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뤘고, 자유의지가 과학의 세계에 개입할 여지를 남기기도 했지요.
우주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집단은 몇 개나 될까요? 이를 예측하기 위한 Drake 방정식입니다. 우변의 첫항부터 보면, 태양계와 유사한 시스템의 갯수 중 행성의 비율,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한 행성의 비율,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비율, 문명을 이루는데 성공할 비율과 문명의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어떠한 실험이나 관찰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guesstimation 하듯, 추론을 수학으로 표현하여 나온 방정식입니다. Drake 방정식은 외계 문명 탐색 프로그램인 SETI 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외계문명 방정식은 Cyclops 보고서를 통해 N ≒ L로 축약되었고 결국 외계 문명의 존재는 인간의 미래에도 암시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가 아니면 슬기롭게 생존하는가의 여부는 SETI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또 다른 어젠다이지요. 칼 세이건의 스토리를 다룬 Contact이라는 영화의 그 애타는 교신도 간접적으로는 이 방정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거부감이 작은 '국민 방정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instein의 이 식은 광고에서도 많이 접하게 되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일은 또 별로 없지요. 이 방정식의 가장 큰 특징은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불안해하고 염려하는 북한의 핵실험까지 닿아 있습니다. 바로 고농축 우라늄원자 m을 통해 빛의 속도 제곱이 곱해진 엄청난 에너지 E를 얻는다는 공식이기 때문입니다.
Einstein 방정식이 인류의 미래에 참담한 먹구름을 드리웠다면, Molina-Rowland의 화학 방정식은 인류의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왼편은 요즘 사용이 금지된 CFC가 오존을 파괴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화학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식의 인류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Midgley가 발명한 화학제품인 CFC는 그 특성이 매우 좋으며 안정적인 구조를 갖는 경이로운 현대 화학의 개가였습니다. 이 CFC의 특성을 이용하여 대기를 연구하다가 CFC의 자유 염소이온(Cl)이 오존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단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 상태에서 1976년부터 인류는 CFC를 스스로 제한하는 협약을 이뤄갔다는 점이지요. 결국, 1985년 영국 과학자들이 남극에서 오존 구멍을 발견해 가설이 증명이 되었고, 인류가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지혜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매우 희망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바람둥이 Schrödinger의 파동방정식(위)과 Heisenberg의 불확정성의 원리입니다. 양자도약 (quantum leap)과 원자의 행동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Schrödinger와 수학적으로는 깔끔하지만 난해하고 추상적이며 이해가 어려운 Heisenberg의 공식은 평생을 대립하며 반목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Newton의 고전역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미시세계의 모델인 양자 역학을 꽃피우는 기초를 닦았습니다. 뛰어난 직관으로 세상의 비밀을 엿보고도 상식과 다르고 직관과 배치되어 번민하던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의 모습은, 지금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마지막 하나만 더. 정보통신의 아버지 Shannon의 정보공식입니다. 정보의 양은 놀라움의 정도와 관련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일어나기 힘든 이벤트의 정보전달은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지요. 또한, 둘째 식에서 전송매체의 품질은 대역폭과 신호대잡음비와 관련있음을 말합니다. Shannon이 유명해진 이유는 이러한 정보통신의 기초적 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고, 그 단위를 bit로 정의한 탓도 있겠지요. 머니 사이언스에 나오는 Kelly의 돈버는 공식도 바로 이 Shannon의 정보공식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과학
생각보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공식의 사연을 듣고 보니 방정식들을 새롭게 보게 되지 않나요?
전체적으로 책을 평가하자면 깊이가 있는 과학교양서적입니다. 책에 11개의 방정식이 나오는데, 각각 실제로 그 방정식을 오래 연구한 저자가 설명을 합니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방정식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식없이 의미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공식을 증명하거나 전개하지는 않아도 각 항의 물리적,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과학의 이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됩니다. 보면 짜증이 밀려오는 골치아픈 그 수식에 한 총명한 젊은이의 열정과 탄식이 녹아있고, 두개의 공식이 서로 반목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한편, 별개라고 느껴지던 세개의 공식이 서로 가르쳐주고 배워가며 하나의 현상을 다르게 조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딱딱한 공식에도 애정이 가게 됩니다.
최악의 번역
이 책은 흥미로운 텍스트이지만,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는 번역입니다. 제가 번역에 대해 약간은 까다로운 취향임을 스스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도를 지나쳤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읽다가 오역으로 의심되는 문장이 자꾸 눈에 밟혀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그런 대목을 훗날 참조를 위해 뒤에 따로 모아 적는 시간 지연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최소한 과학서적의 기본적인 용어(terms)조차 번역이 왔다갔다 하고, 표준적인 번역용어를 무시하여 원문의 의미를 살리지 못학고, 일반적인 술어의 미국식 용례(plastic과 vynil의 차이 등)에도 지극히 무심한 번역은 초벌 작업을 그대로 출판한 혐의마저 지우기 힘듭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기본적 오탈자는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 가능합니다.)
다른 허물은 다 좋습니다. 저는 정말 이 책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이 책의 역자에게 묻고 싶네요. 제가 지정하는 임의의 대목을 단 두 줄로 요약이 가능한지 말이지요. 오래전이긴 하지만 원어 서적으로 고등수학과 물리 연관 학문을 전공한 저조차도 뒤죽박죽 섞여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과연 몇사람에게 깊이 이해가 될까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지금 세세하게 기억을 못할 뿐, 리만 스페이스니 힉스 장이니 포아송 편미방이니 하는 용어 자체의 무게에 압도되어 겁먹을리 없는데, 중요한 내용의 전개를 알아 듣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책읽는 내내 역자와 도서출판 소소를 향해 투덜거리며 책장을 무겁게 넘겼더랬습니다.
아, 요즘엔 누가 진짜 번역자인지 알기 힘들기에, 책에 적힌 사람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무조건 그 쪽으로 돌리면 온당치 않은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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