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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고 정상적인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반응은 대략 이런 종류이겠습니다.
요즘 신교육과정을 밟는 어린 친구들은 어떤지 몰라도 제 나이 전후로 15년 세대는 대략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졸음이 오고 흥미가 사라지게 만드는 묘술을 가진 방정식일진대,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Graham Farmelo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것도 저자만의 독단이 아니라, 신앙처럼 수식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태두와 같은 과학자들의 삶을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말합니다.
사실, 방정식은 하늘의 계시나 영원한 진리도 아니며, 따라서 값만 넣으면 답이 그냥 튀어 나오는 절대 불변의 공식이 아닌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방정식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세계관이기 때문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 시대의 방정식이, 지구가 둥글고 게다가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믿는 시절에는 그에 합당한 방정식이 필요하고 사용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거대한 우주와 생명의 신비를 어렵사리 파헤쳐가는 과학자들은, 수치적으로 엄밀하며, 논리적으로 무결하고, 미학적으로도 우미한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한 간결히 소통하고, 수도 없이 쓰일 미래를 고려해야하며, 평생 스스로를 바칠만한 매력까지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방정식
앞에 지나쳐버린, 의미를 알기 힘든 방정식들을 다시 볼까요?
스토리가 있는 과학
생각보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공식의 사연을 듣고 보니 방정식들을 새롭게 보게 되지 않나요?
전체적으로 책을 평가하자면 깊이가 있는 과학교양서적입니다. 책에 11개의 방정식이 나오는데, 각각 실제로 그 방정식을 오래 연구한 저자가 설명을 합니다. 또한 책의 제목처럼 방정식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식없이 의미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공식을 증명하거나 전개하지는 않아도 각 항의 물리적,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과학의 이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됩니다. 보면 짜증이 밀려오는 골치아픈 그 수식에 한 총명한 젊은이의 열정과 탄식이 녹아있고, 두개의 공식이 서로 반목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한편, 별개라고 느껴지던 세개의 공식이 서로 가르쳐주고 배워가며 하나의 현상을 다르게 조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딱딱한 공식에도 애정이 가게 됩니다.
최악의 번역
이 책은 흥미로운 텍스트이지만,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는 번역입니다. 제가 번역에 대해 약간은 까다로운 취향임을 스스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도를 지나쳤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읽다가 오역으로 의심되는 문장이 자꾸 눈에 밟혀 속도가 느려진다거나, 그런 대목을 훗날 참조를 위해 뒤에 따로 모아 적는 시간 지연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최소한 과학서적의 기본적인 용어(terms)조차 번역이 왔다갔다 하고, 표준적인 번역용어를 무시하여 원문의 의미를 살리지 못학고, 일반적인 술어의 미국식 용례(plastic과 vynil의 차이 등)에도 지극히 무심한 번역은 초벌 작업을 그대로 출판한 혐의마저 지우기 힘듭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기본적 오탈자는 여기저기에서 쉽게 발견 가능합니다.)
다른 허물은 다 좋습니다. 저는 정말 이 책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이 책의 역자에게 묻고 싶네요. 제가 지정하는 임의의 대목을 단 두 줄로 요약이 가능한지 말이지요. 오래전이긴 하지만 원어 서적으로 고등수학과 물리 연관 학문을 전공한 저조차도 뒤죽박죽 섞여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과연 몇사람에게 깊이 이해가 될까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지금 세세하게 기억을 못할 뿐, 리만 스페이스니 힉스 장이니 포아송 편미방이니 하는 용어 자체의 무게에 압도되어 겁먹을리 없는데, 중요한 내용의 전개를 알아 듣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책읽는 내내 역자와 도서출판 소소를 향해 투덜거리며 책장을 무겁게 넘겼더랬습니다.
아, 요즘엔 누가 진짜 번역자인지 알기 힘들기에, 책에 적힌 사람이라고 비판의 화살을 무조건 그 쪽으로 돌리면 온당치 않은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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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Dust 2006.10.21 19:17
글의 마지막에 씁쓸한 마음을 금치못합니다.
번역이라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임은 알고 있지만(외국어를 국어로 단순 해석한다라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절대 아님에..), 그렇기에 더 충실하고 내실있는 번역본들이 나와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미루고 있던 제 번역물에 대한 교정을 하루빨리 해야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대충 이루어진 번역은 번역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으니..-
Mr.Dust 2006.10.21 22:42
번역일은 하는 것은 아니고.. 취미로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공부삼아 취미로 한답시고, 허접번역을 하고 있는데, 어쨌든 하고 있으니까.. 이래저래 번역에 관계된 책을 읽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번역이란 것이 정말 제2의 창작 정도가 아니라 창작보다 10배 20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문학작품의 경우, 한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그 작가의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읽어, 작가의 일생과 성향, 그리고 작가의 문체까지 알아야 하며, 작가가 참고한 서적이나 속담, 문화 등 정말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섭렵해야만 번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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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음 2006.10.21 20:40
하루 10-20페이지 정도를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그것도 페이지 당 터무니 없는 단가로 일을 맡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검증, 자문... 그 시간과 페이에는 가당치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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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0.21 22:53
'아름다운 방정식들'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첫챕터도 못끝낸 아픔으로 기억하는 책입니다.^^; inuit님 리뷰를 읽으니, 다시 도전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뜬금없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서 스밀라가 수학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묘사하는 대목이 생각나네요. 이누이트, 방정식의 연상효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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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h 2006.10.22 01:34
수학관련 책은 아니지만 포스트에 칼세이건도 나오고, 콘택트도 나오기에 한 권 소개해드리자면(보셨을수도 있겠네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엘러건트 유니버스' 라고 초끈이론에 관해 쉽게 풀어놓은 책인데 3번이나 봤을 정도로 재밌게 본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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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양 2006.10.22 14:34
최악의번역이라;;; 최악의 번역을 읽으면서 그 참담한 기분때문에 오히려 영어공부를 하게만드니.. 가끔 최악이라는것도 필요하기는 필요한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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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breaker 2006.10.22 15:58
Logistic map 공식 외에는 다 본 것이군요.;;; (그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저 식은 몰랐음)
마지막 Shannon의 공식은 다음 수요일에 보는 확률통계 중간고사와도 살짝 관련이 있...; -
outsider 2006.10.24 20:57
언제부턴가(?) 포스트 내용을 소화하기가 힘들어지는군요...ㅠ.ㅠ 왜 저는 수식이 아름다와 보이지 않는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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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6.10.24 23:54
마자요! 소화하기 힘들어욧!!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식은 낯설지 않군요. 물론 전혀 이해는 안되지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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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2006.11.07 21:42
좋아하는 후배 블로그에 있는 글을 보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좋은 블로거를 이제 알게 되어 정말 반갑네요. 이 책 관심있었는데 늘 번역 얘기가 나오면 저도 답답해지죠. Dan Brown 것은 그래서 다 원서로 읽어 버리고 말았는데.
위에 Shah 님이 언급한 Elegant Universe는 퓰리처 finalist 까지 간 유명한 책이고, PBS에서 도큐로도 만들었습니다. EBS에서 번역해서 방송했는데 방송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자주 들를게요 -
까칠한tagrag 2007.03.16 01:25
Inuit 님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추천 블로그 릴레이 따라 찾아 들어왔습니다.
정말 추천을 받으실 만한거 같습니다.
우현히 봤던 컨설턴트 절대 받지마라 라는 포스팅 ...기억에 남습니다.
나머지 글들도 찬찬히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저런 공식들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리나 법칙을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의 수없는 실패와 고뇌와 노력도 더해서 아름답겠지요.
그리고 법칙을 나타내는 공식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으니 진실해서 아름답습니다.
사람을 속이려고 하지 않으니깐요.
물론 저런 방정식의 공식이 없거나 우리가 몰라도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겠지요.
아마 저런 방정식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기호같은 캐릭터의 이면에 숨은
진리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아름답다고 하는거겠죠....저도 별 아는거 없어 거창하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전자기학에서는 맥스웰의 방정식을 가장 아름답다고들 합니다.
외국의 유명 대학교 물리학과 사람들은 아예 티셔츠에 맥스웰방정식을 프린팅해서 입고들 다니는
사진을 본적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더군요....
과학은 아름답고 ...진심어린 호기심에서 시작되고...인간에게 기여하고자 하는거 같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E=m 의 공식도 정말 아름다운 공식이죠....다만 그것을 사람을 죽이고
패권을 쥐고...권력을 탐하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하려는 정치적인 인간들이 그들의 마음
...과학을 그런것으로 보는 그들의 눈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더럽고 위험한 것이지도 모릅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댓글이 ...댓글이 아니라 정도를 지나쳐 버렸습니다...
하여간에 넘 좋은 글들 많아 밤을 새게 생겼습니다. 좋은 포스팅 많이 부탁드립니다.
즐겁습니다.....
건강하세요...자주 자주 들리겠습니다.
무례하게 긴 댓글을 남긴 ,까칠한 준서의 아빠...까칠한tagrag .... -
김상미 2010.11.02 23:13
이번에 선생님들과 이 책을 같이 읽게 되었는데요 저희 카페에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살짝 옮겨놓습니다. 혹시 원치 않으시면 바로 삭제할께요. 11개 방정식이 확 정리됩니다.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