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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 시대의 컨텐츠 가치 제안

Inuit 2006. 11. 18. 12:03
What a book!
톰 선생의 '미래를 경영하라'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몇 장 넘기지도 못했지만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 책 대단합니다. 정가 35,000원이라는 중량감있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도 보통 경영서적의 판형이 아니고 대학 교재 정도의 크기입니다. 좀 세게 나가지요.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파격적인 편집입니다.


컬러풀한 화보를 많이 사용했고, 책 내용과 그래픽이 혼재되어 있으며, 텍스트 이외의 하이퍼 정보가 라인이나 마크 등 비주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reading과 watching의 퓨전입니다.

아직 간도 제대로 못 본 책의 편집 이야기를 꺼내든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제가 상상하는 뉴 미디어1) 시대의 컨텐츠가 소지할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Becoming Digital
뉴 미디어의 근간인 디지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일부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 되면 무게와 마찰이 없는 비트(bit)로 변환됩니다. 그 이후는 막대한 파급력이지요. 뛰어난 압축성과 효율로 저장, 전달이 극소의 비용으로 순식간에 이뤄집니다. 거리와 시간이 소멸하는겁니다. 이 상태에서 비트화된 컨텐츠는 필연적으로 대량 소비를 전제하게 됩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가치사슬마저 압축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아톰(atom)으로 대변되는 실물 제품이 디지털 컨텐츠에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워진 셈이지요. 음반, 비디오 테입, DVD, 도서 등이 디지털 컨텐츠와의 경쟁에서 노른자위를 내주도록 예정된 제품의 사례일것입니다. 그 뒤를 기다리는 제품들이 신문, 지상파방송, 작년과 똑같은 학교 강의 등의 범주입니다.

그렇다면, 실물 제품은 곧 사라질까요? 당연히 아니지요. 디지털의 last mile은 항상 아톰의 중재를 받아야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발전해도 택배는 필요하듯 말이지요. 디지털 컨텐츠의 소비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 접점은 두가지로 분류 가능합니다. 멀티미디어 통합 인터페이스와 컨텐츠 전용 인터페이스입니다.

멀티미디어 통합 인터페이스는 현재의 PC에서 IPTV, PMP, UMPC에서 Wearable Computer와 멀티플렉스를 망라하는 복합형 디바이스를 의미합니다. 한 제품을 통해 영상, 음향, 텍스트의 조합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소비하게 됩니다. 이 세그먼트는 컨텐츠의 대량 소비와 초저가가 키워드인 시장입니다.

반면, 컨텐츠 전용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제품과 유사한 형상이지만 독특한 가치를 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텍스트는 책에, 영화는 DVD에, 음악은 CD에 담기더라도  디지털 컨텐츠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상쇄할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이 세그먼트는 소비자 가치 및 몰입이 중히 여겨지는 시장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전용 인터페이스인 책을 왜 굳이 살까요. 저같은 경우 내용이 탁월하여 곁에 두고 싶은 경우는 이렇습니다. 가끔 참조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외울만한 성질이 아니므로 손 가까이 있어야 효율적인 경우, 그리고 펜으로 줄도 긋고 메모와 낙서도 하는 소비 과정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돈을 주고 책을 삽니다. 단지, 내용을 전달 받기 위해서라면 1메가 바이트 정도의 정보를 PC나 PDA로 받는 것으로 족합니다. 아직 e-Book으로 볼만한 책이 없다는 것은 지금의 현상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소비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제품이 나오게 마련이니까요.


Provide Something They Would Chase After
제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기존 컨텐츠 산업 관계자들께 제언했던 부분은 항상 이 부분입니다.
소장 가치를 갖도록 하라.
아주 쉽고 진부한 말 같지만, 막상 이에 호응할만치 리마커블한 제품은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향유할만한 시장이지요.

책만 해도, 중국의 책공장에서 조선족 여공들이 직접 타자를 쳐서 저가로 순식간에 디지털화 해 내는 세상입니다. 저 같이 지향(紙香)을 자체를 즐기는
돈 안되는 취미를 가진 부류가 아닌 한, 종이책에 얼마를 지불하리라고 생각하나요? 책의 내용을 손닿는 디바이스에서 편하게 그리고 싸게 소비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말입니다. 지금도 누가 복사기만 있으면 3000원짜리 문고본 만드는건 일도 아닌 상황이란거죠.
최소한 서두에 소개한 톰 아저씨의 새 책은 확실히 비싸지만 확실히 예쁩니다. 갖고 싶습니다. 그 책에서 텍스트만 뽑아내면 책의 정보를 많이 잃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차피 저 책에 관심 갖는 사람은 지불용의가 높은 비즈니스 맨입니다. 기업 고객이 많을지도 모르지요. 호화 양장으로 도배하고 만원 더 청구하면 안 내겠습니까. 바로 이런 생각이지요. 소장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라.

음악을 볼까요. 구매도 불편하고 좋아하는 음악은 딱 한 곡인데 한장의 CD를 통째로 사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것도 그 비싼 매장 유지비, CD 운반비, 보관비가 다 포함된 가
격을 지불하고 말입니다. MP3의 승리는 태생적으로 예견된 일이고 단지 산업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과연 MP3는 음반시장을 고사시키는 주범인가?) 음악은 공짜로 뿌려 인지도를 획득하고, 돈은 콘서트를 통해 직접 체험을 제공하여 받는 부분도 한가지 모델이 되리라 봅니다. 물론 그 공연은 뮤지컬에 버금가는 크로스 오버면 더 좋겠지요. 아니면 블로거 가수인 와니님처럼 소통의 채널을 열어 놓고 손에 잡힐 듯한 가수, 함께 만들어가는 가수라는 새로운 소장가치를 제공하는 모델도 가능하겠습니다.

DVD만 해도, 그 구입의 용이성, 보관의 간편함, 소비의 편의성에서 WiMAX+PMP+TV 조합을 이길 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대로 감독의 커멘터리나 영화 촬영장면 기타 에피소드가 포함되는 경우 팬들은 꼭 그 제품을 갖고 싶어합니다. 30년전 제품이 아직 팔리는 스타워즈를 보면 알겠지요. 저 같은 경우 Band of Brothers라는 영화를 무척 재미나게 보았는데, 영화를 다 보았음에도 DVD 밀리터리 팩을 보고 지름신이 들락달락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광고라는 스폰서 모델을 통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직접 접촉하지 않아 이러한 기술 발전의 반탄력에 노출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광고라는 모델 역시 소비자의 관심에 엮인 관계로, 뉴 미디어로의 전이는 존립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방향은 올드 미디어가 취약한 부분이 집중 부각될 것입니다. 바로 역방향 소통 능력 (uplink capability)이지요. 나와 내 이웃이 만드는 동영상이나 블로깅, 통칭하여 UGC와 같은 참여와 맞춤 서비스입니다. 늘 하늘에서 내려오던 방송과 신문에 내가, 또는 내가 동질감을 느끼는 그가 들어가 있는겁니다. 완전히 소유한 느낌이지요.

급기야 올드 미디어 산업은 대 퇴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산업의 맹주였던 헐리웃 영화사가 올해들어 시험적으로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조심스레 적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똑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재래 기술과 등가의 소비구조를 강제하기에는 시장 효율성과의 갭이 너무 커져 버린겁니다.


Digital is the Shadow of the Analog
결국 아날로그 제품의 존재 가치는 소장 가치에 비례합니다. 그리고 그 소장가치는 디자인이 되었든 체험이 되었든 감성과 binding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적 가치는 개인화 (personalization)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앞서 말한 디지털 시대의 총아, 정보 기술의 도움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아날로그 제품은 이 부분을 잘 성찰하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예를 들어, 드러커 선생의 책을 사는데 마케터와 전략가, 학생이나 CEO 등 사는 사람의 프로파일에 맞춰 챕터의 구성이나 사례를 달리 한다면 어떨까요.
위찬 교수님의 블루오션이 대박이 났었는데, 이 책을 사는 사람이 미리 보낸 개인적 소회를 구매자 서평으로 페이지를 구성해, 저자 서문, 역자 평과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면 그 책의 가치는 얼마가 올라갈까요.
DVD를 주문하면, 음성과 영상합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영화의 주인공이 구매자에게 'This is for you, Jack.' 하며 생생하게 인사를 하는 동영상 클립이 첫 머리에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아이디어는 무궁하겠지요.

롱테일의 군침도는 도톰한 그래프만 쳐다볼 일이 아닙니다. 아톰과 비트는 상보관계입니다. 물과 기름처럼 반목하지만은 않습니다. 그 둘이 그림자처럼 어울릴 때 세상은 더욱 편해집니다. 어떤 이는 돈도 벌게 되지요. 그러려면, 어떤 가치를 미디어 소비자가 원할지, 무엇을 소장하게 도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은 항상 필요한만큼 충분히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그림자입니다. 해를 가리는 그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Appendix
1. 미디어 산업은 두가지의 하위분류를 갖습니다.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
저번 글의 뉴 미디어는 저널리즘 우위의 개념이었습니다. 오늘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입니다.
2. 글이 길어 부담스럽다는 단골 블로거들의 피드백과 정확히 반대로, 글만 썼다 하면 장타입니다. 주중에 바빠 글을 못쓰다보니 주말에 한을 푸나 봅니다. ㅠ.ㅜ

3. 전에 인도 시리즈도 그랬고, 이번 두바이 글타래도 그렇고 한 시리즈가 길면 제 스스로가 지겹고 따분해져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두바이는 아직도 최소 두 편은 더 남았거든요. -_-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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