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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 소비의 시대 본문
며칠전 재미난 기사가 났습니다.
요약하자면, 매년 상승하던 TV 홈쇼핑 시장의 실적이 9127억원으로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2.7% 감소하여 처음 축소를 경험했다 합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어 매출이 많은 시즌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전년 동기 대비 오픈 마켓은 35.9% (1.38조), 인터넷 쇼핑몰이 14% (9697억원)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사에서는 케이블 TV 가입자가 1400만 가구로 포화되고 t-commerce가 활성화 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수가 되는 케이블 방송 시장의 포화는 동감하지만, 전체를 종합하면 저는 새로운 트렌드를 봅니다.
바로 능동소비의 대두입니다.
TV 홈쇼핑은 근본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시간의 압박과 감각적 자극으로 인한 충동구매 욕구를 극대화 하는 방식이 가진 문제입니다. 이는 결국 '사고 나니 쓸모 없는 물건을 샀다'라는 사회적 학습이 진행되고, 게다가 경기까지 위축되면 새로운 구매패턴을 촉발합니다.
소비의 과정은 인간의 인지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에 매우 미묘합니다. 구매전 탐색 과정의 적절한 즐거움과 편이성, 선택의 다양성과 단순함의 균형, 구매 결정상의 갈등과 몰입 등 만족스러운 경험과 편안함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구매 후에도 가격과 품질의 만족, 유사 경험자와의 감정적 교류, 제품/서비스에의 애착과 같은 요소가 소비 전과정에 걸쳐 가치로 환산됩니다. 이 가치가 가격보다 월등히 높아야 잘 샀다고 생각하고, 추천이나 반복 구매, 후속 구매의 원동력이 되지요.
TV 홈쇼핑은 대체로 저렴하고 편리한 구매의 수단이지만, 어찌보면 지하철 행상에게서 덜컥 사듯 충분한 고려의 시간을 배제하는 사업의 속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 가치가 필연적으로 떨어질 요소를 내재하고 있지요.
이러한 사회적 학습의 결과는, '내가 필요한 물건을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저 가격에 산다'는 소비정신이 대두하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탐색형 능동소비에 최적화된 오픈 마켓이 급부상하게 됩니다. 인터넷 종합 쇼핑몰보다 오픈 마켓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므로 동일한 인터넷 채널이지만 오픈 마켓의 파괴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아시는 분도 많지만, 인터파크가 회사를 분할하고 Gmarket 위주로 재편하는 움직임도 이러한 소비 정신의 반영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금년도 실적을 좀 더 지켜봐야 확인 가능하지만, 저는 지금의 현상이 일시적인 채널간 shifting이 아니라 trend의 발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 예측처럼 능동소비 트렌드로 들어선 사실이 입증된다면, 산업에게 주는 세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1. Price drop
한때, 인터넷 쇼핑이 출현하여 가격이 한계비용 (MC)까지 떨어진다는 악몽(nightmare)이 있었지만 (이전 포스팅 참조), 마찰로 인해 무한 경쟁이 마감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다시 가격하락의 압박이 심해지리라 예측합니다. 이번에는 오픈 마켓이라는 게이트웨이가 있어, 인지도와 브랜드 신뢰성, 탐색비용의 절감 등 많은 효익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마찰이 많이 줄게 되지요. TV 홈쇼핑에서 물건만 봐 놓고 오픈마켓에서 더 싸게 산 사례도 보았습니다.
이는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의 압박과 부분적인 구조재편의 촉매가 됩니다.
2. 통신의 득세
방 송과 통신은 끊임없이 세력 다툼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융합해 가는 추세입니다. 전통적으로 방송이 기득권자이고 올드 미디어라면, 통신은 도전자이고 뉴 미디어이지요. 정확히는 케이블 방송도 뉴미디어로 분류합니다만, 디지털 케이블이 아닌 이상, 방송과 통신이라는 개념상에서는 올드 미디어로 간주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 요인중에서도 양방향성을 가장 큰 승부처로 보고 있습니다. 통신은 인터넷이라는 망을 통해 양방향성을 확보하고 능동 소비의 주체로 올라서게 됩니다. 방송과 통신의 튀기가 IPTV인데, 방송과 통신 진영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어 서비스가 요원함은 아실 겁니다. 방송에서는 그 양방향성 때문에 매우 위협적인 대체재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한번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능동소비가 추세로 대두되면 통신은 시장을 옆에 꿰차고 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다시 능동소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겠지요.
3. 소비 2.0
쇼핑이 통신 인프라에 긴밀히 연관되면, 쇼핑의 양상이 더욱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굳이 web 2.0이라고 부르든 롱테일이라고 부르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웹의 진화특성이 소비과정에 강하게 반영되고, 다시 이러한 소비기반이 웹의 진화를 이끄는 순환고리를 형성한다는 사실입니다. 참여형 소비(prosuming)는 말할 것 없고, 컨텐츠와 제품이 혼합되는 온-오프 매시업은 물론이고, 광고와 제품소개가 융합한 infomercial 등이 더욱 활발해지리라 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게 시사하는 점은, 오픈 마켓은 범용, 표준화 제품의 주요한 소비채널로 자리매김하더라도, 끊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채널의 도전에 직면하리라는 점입니다. 또한 TV 홈쇼핑이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보다 개중(個衆)의 기호를 잘 반영해야 하는 범위의 경제로 무게중심이 더욱 옮겨갈 것입니다.
능동소비. 예전부터 예견된 트렌드지만, 그 발현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TV 홈쇼핑 한계에 왔나 -전자신문
요약하자면, 매년 상승하던 TV 홈쇼핑 시장의 실적이 9127억원으로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2.7% 감소하여 처음 축소를 경험했다 합니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어 매출이 많은 시즌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전년 동기 대비 오픈 마켓은 35.9% (1.38조), 인터넷 쇼핑몰이 14% (9697억원)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사에서는 케이블 TV 가입자가 1400만 가구로 포화되고 t-commerce가 활성화 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수가 되는 케이블 방송 시장의 포화는 동감하지만, 전체를 종합하면 저는 새로운 트렌드를 봅니다.
바로 능동소비의 대두입니다.
TV 홈쇼핑은 근본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시간의 압박과 감각적 자극으로 인한 충동구매 욕구를 극대화 하는 방식이 가진 문제입니다. 이는 결국 '사고 나니 쓸모 없는 물건을 샀다'라는 사회적 학습이 진행되고, 게다가 경기까지 위축되면 새로운 구매패턴을 촉발합니다.
소비의 과정은 인간의 인지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에 매우 미묘합니다. 구매전 탐색 과정의 적절한 즐거움과 편이성, 선택의 다양성과 단순함의 균형, 구매 결정상의 갈등과 몰입 등 만족스러운 경험과 편안함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구매 후에도 가격과 품질의 만족, 유사 경험자와의 감정적 교류, 제품/서비스에의 애착과 같은 요소가 소비 전과정에 걸쳐 가치로 환산됩니다. 이 가치가 가격보다 월등히 높아야 잘 샀다고 생각하고, 추천이나 반복 구매, 후속 구매의 원동력이 되지요.
TV 홈쇼핑은 대체로 저렴하고 편리한 구매의 수단이지만, 어찌보면 지하철 행상에게서 덜컥 사듯 충분한 고려의 시간을 배제하는 사업의 속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 가치가 필연적으로 떨어질 요소를 내재하고 있지요.
이러한 사회적 학습의 결과는, '내가 필요한 물건을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저 가격에 산다'는 소비정신이 대두하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탐색형 능동소비에 최적화된 오픈 마켓이 급부상하게 됩니다. 인터넷 종합 쇼핑몰보다 오픈 마켓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므로 동일한 인터넷 채널이지만 오픈 마켓의 파괴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아시는 분도 많지만, 인터파크가 회사를 분할하고 Gmarket 위주로 재편하는 움직임도 이러한 소비 정신의 반영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금년도 실적을 좀 더 지켜봐야 확인 가능하지만, 저는 지금의 현상이 일시적인 채널간 shifting이 아니라 trend의 발현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 예측처럼 능동소비 트렌드로 들어선 사실이 입증된다면, 산업에게 주는 세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1. Price drop
한때, 인터넷 쇼핑이 출현하여 가격이 한계비용 (MC)까지 떨어진다는 악몽(nightmare)이 있었지만 (이전 포스팅 참조), 마찰로 인해 무한 경쟁이 마감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등장으로 다시 가격하락의 압박이 심해지리라 예측합니다. 이번에는 오픈 마켓이라는 게이트웨이가 있어, 인지도와 브랜드 신뢰성, 탐색비용의 절감 등 많은 효익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마찰이 많이 줄게 되지요. TV 홈쇼핑에서 물건만 봐 놓고 오픈마켓에서 더 싸게 산 사례도 보았습니다.
이는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의 압박과 부분적인 구조재편의 촉매가 됩니다.
2. 통신의 득세
방 송과 통신은 끊임없이 세력 다툼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융합해 가는 추세입니다. 전통적으로 방송이 기득권자이고 올드 미디어라면, 통신은 도전자이고 뉴 미디어이지요. 정확히는 케이블 방송도 뉴미디어로 분류합니다만, 디지털 케이블이 아닌 이상, 방송과 통신이라는 개념상에서는 올드 미디어로 간주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 요인중에서도 양방향성을 가장 큰 승부처로 보고 있습니다. 통신은 인터넷이라는 망을 통해 양방향성을 확보하고 능동 소비의 주체로 올라서게 됩니다. 방송과 통신의 튀기가 IPTV인데, 방송과 통신 진영에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어 서비스가 요원함은 아실 겁니다. 방송에서는 그 양방향성 때문에 매우 위협적인 대체재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한번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능동소비가 추세로 대두되면 통신은 시장을 옆에 꿰차고 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다시 능동소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겠지요.
3. 소비 2.0
쇼핑이 통신 인프라에 긴밀히 연관되면, 쇼핑의 양상이 더욱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굳이 web 2.0이라고 부르든 롱테일이라고 부르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웹의 진화특성이 소비과정에 강하게 반영되고, 다시 이러한 소비기반이 웹의 진화를 이끄는 순환고리를 형성한다는 사실입니다. 참여형 소비(prosuming)는 말할 것 없고, 컨텐츠와 제품이 혼합되는 온-오프 매시업은 물론이고, 광고와 제품소개가 융합한 infomercial 등이 더욱 활발해지리라 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게 시사하는 점은, 오픈 마켓은 범용, 표준화 제품의 주요한 소비채널로 자리매김하더라도, 끊임없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채널의 도전에 직면하리라는 점입니다. 또한 TV 홈쇼핑이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보다 개중(個衆)의 기호를 잘 반영해야 하는 범위의 경제로 무게중심이 더욱 옮겨갈 것입니다.
능동소비. 예전부터 예견된 트렌드지만, 그 발현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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