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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네마가 바꿀 영화세상

Inuit 2007. 4. 1. 11:03
KT에서 5월부터 디지털시네마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통상적인 영화 배급과정에서는, 필름을 프린트하여 영화관마다 배달하고 상영이 끝나면 소각합니다.
디지털 시네마는 영화 배급 과정을 디지털로 바꾼 사업모델이지요. 원화를 디지털 상태로 저장하여 광대역 네트워크로 영화관에 송신하고 영화관에 설치된 디지털 프로젝터로 바로 상영을 하게 됩니다.

디지털 시네마의 장점은 많습니다.
기사에 나온 바처럼, 아날로그 변환과정에 수반되는 열화가 없으므로 고화질 고음질의 영화감상이 가능합니다. 또, 한벌 프린트 할때마다 발생하는 200만원 가량의 인쇄 비용, 저작권을 염두에 둔 안전한 배송과 보관, 상영후 소각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요. 따라서, 영화배급의 디지털화, 또는 디지털 시네마는 시기의 문제일뿐 변화의 방향임에는 확실합니다.
2006년 말 국내 스크린 수는 1850개 정도로
추산되며, 이중 KT는 롯데시네마, 씨너스, MMC 위주로 500개 스크린 확보가 목표인가 봅니다.  CGV나 메가박스 등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시네마를 구축할 예정이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디지털 시네마는 디지털화에 의한 기존 물류의 혁신 모델 정도로 생각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큰 산업과 문화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네마는 필연적으로 마이크로시네마(microcinema)라는 트렌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시네마 이전에 멀티플렉스를 볼까요.
미국 영화산업의 획기적 전환은 기존 대형 영화관이 소비자 기호의 변화를 맞이하여 멀티플렉스로 변화를 추구했던 바 가능했었습니다. (흥행의 재구성 등 참조) 멀티플렉스는 공석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는 통짜 영화관을 복수로 가르는게 기본 아이디어이지요. 이에 따라 관객의 관심도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고 필요한 경우 복수 영화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상영하면 전체 스크린과 객석이 활발히 회전된다는 발상입니다. 또한 추가의 수익은 물레방아처럼 시차를 두고 상영시간이 맞물려 꾸준히 소비를 대응할 수 있는 매점에서 발생하게 되어 있지요. 예전 대한극장 같은 곳에 가면 상영전 사람이 많아 팝콘 하나 사기도 힘들었잖습니까.

마찬가지로 현재 평균 180객석 기준 5~10개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를 30인 기준 30개에서 50개 스크린을 가진 공간으로 쪼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대박영화는 10개 정도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군소영화, 독립영화 그리고 좀 지났지만 스테디한 소요가 있는 영화 등으로 동시 상영이 가능하겠지요. 이상적으로 영화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었다면 공석은 매우 줄어들겠습니다.
이 뿐인가요. 이정도 사이즈면, 회사나 영화 동아리에서 사전 예약을 하여 1실 대관이 매우 용이해지지요. 디지털 시네마라는 기술이 뒷받침하는 한, 앞의 이야기는 매우 쉽게 이뤄집니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영화가 저장되기 때문에 저작권만 지불하면 50개 영화를 확보하는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매우 낮습니다. 영화관 포트폴리오에 맞는 특색있는 영화나 대관에 따른 영화도 신청하면 순식간에 네트워크로 전송 가능하지요.


정리해보면, 현재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가장 많이 찾는 영화 위주로 상영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시네마 기술이 도입되어 마이크로시네마 서비스가 가능하면 작지만 매니악한 잠재소비를 현실화 할 수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바로 롱테일 어쩌구 할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마이크로시네마는 정보기술이 가져다 주는 효과로 인해 상업적 의미가 중대해질 수 있습니다. 첫머리에 과장되게 말했듯, 마이크로시네마가 많이 진전되면 문화적으로도 변화가 많을 듯 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까요.


지역 영화관 (마이크로멀티플렉스)
동네에도 상가 슈퍼쯤 자리에 프로젝터나 대형 평판 TV와 적당한 방음시설, 입체음향을 설치하면 2~3 방을 가진 마이크로멀티플렉스의 입점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최신영화를 보러 좀더 멀리 멀티플렉스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슬리퍼에 츄리닝 차림으로 개봉영화를 가족단위 관람하는 사례가 늘지도 모릅니다. 주류 상품인 개봉영화는 흥행성이 보장된 탓에 동네가지 내려오기 가장 쉬운 아이템입니다.

영화 큐레이터의 등장
개념적으로 전체 스크린을 flexible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빈 객석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이는 영화 산업의 역량 전이를 수반할겁니다. 즉 마케팅에서 포트폴리오의 collection쪽으로 중요도가 옮겨갈 수 있습니다.
어떤 멀티플렉스 체인은 독립영화의 발굴에 능하다거나, 다른 멀티플렉스는 제3세계 영화에 강하고, 또는 중앙대 근처 마이크로멀티플렉스에 가면 중앙대 영화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감상 가능하다는 식의 선구안 중심 영화관 포지셔닝도 가능해집니다.


저예산 영화의 수혜
위에 잠시 언급한 바처럼,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자체가 구색 상품과 틈새 상품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면 영화산업의 하부구조가 강화되는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온라인 홍보라는 저예산 마케팅 스킴과 결합하면 그 자체로 손익을 맞추게 되는 저예산 영화 제작이 활성화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가족 영화관까지..?
저는 근미래에 일어나기 힘들다고 비관적으로 봅니다만, 결국 디지털 시네마를 가정의 DTV나 PC까지 배송하면 개인화 영화관이 되지요. 현재 IPTV와 중첩되거나 배타할 부분이 있지만, 나중에는 나노시네마(nanocinema)와 같이 가족 단위 개인화 영화관이 생길 날도 올 것입니다. 이때는 실감과 체험이 비즈니스의 화두가 되는 시기이므로 2015년 이전에는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추정합니다.


일요일 아침에 백일몽을 꾸듯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결국 기술의 발전은 여러가지 연쇄적 변화의 단초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입니다. 왠지 재미난 영화 한편이 보고 싶어지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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