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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결정

Inuit 2007. 5. 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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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Axelrod

부제: 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

원제: Profiles in audacity: Great decisions and how they were made

기원전 49년 카이사르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습니다.
폼페이우스의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홀몸으로 로마에 돌아가면 깨끗이 숙청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군대를 데리고 가면 관할지를 이탈하게 되므로 내전까지 각오해야 합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Alea iacta est!)"

결국 그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역사는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리더십의 자질 중 하나로 루비콘 요소(Rubicon factor)를 제안합니다. 루비콘 요소란 어떤 결정을 앞두고 그 결정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의 선택, 그리고 결정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부분까지를 포함합니다.

이에 따라 책에서는 역사상 중요한 순간들을 선별하여, 의사결정자의 인물상, 시대 배경, 의사 결정의 참조 요인 및 그 결과들을 간략간략하게 정리하였습니다. 결국 제 나름대로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역사상 위대한 의사결정은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을 택했고 결정의 결과를 집요하게 추구한 결과이다.

특히 '계산된 위험' 부분은 잘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세에 보면 경탄이 나올 정도의 어려운 결정일지 모르지만, 당시 상황 하에서 가능한 최대로 많은 정보를 통해 위험의 실체를 가늠하고 결과를 시뮬레이션 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모함과 구분이 모호할테지요.
그리고 그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의사결정자의 캐릭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드 터너의 경우,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에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역발상으로 위험과 보상을 견줍니다.


여기까지 이야기 들으면 매우 재미난 역사책으로 보일테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러 위인전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편집한 모양새입니다. 각 사례의 서술은 매우 밋밋하고 단조로운 팩트의 나열입니다. 마치 일요판 신문을 보는 기분이지요. 물론 다양한 상황의 핵심이 잘 요약된 잡학사전으로서의 쓰임새는 인정할 만 합니다. 하지만 교재로서의 교훈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특히 책의 메인 컨셉인 루비콘 요소는 장식의 효과에 머물뿐,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 제안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체 사례가 미국과 유럽이라는 매우 협소한 스페이스에 분포합니다.
실제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세계의) 중요한 결정은 일언반구도 없지요. 예컨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만 해도 책의 사례보다 풍성한 인사이트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독자의 범세계성을 고려한다해도, 징기스칸의 거병이나 여불위의 원모, 사마의의 배신, 정화의 출정과 법현의 인도행 등등 짧은 시간내에 나열하기도 불가능한 박진감 넘치는 사연들에 비해 무게감이 작습니다. 그만큼 독자의 울림도 작지요.

게다가 동족을 배신하고 미국에 투항한 인디언의 결정을 칭송하는 평면적 시각은 씁쓸한 뒷맛마저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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