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저 친구는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궁금해. 머릿속에라도 들어가보고 싶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멀리 있는 딴 사람 머릿속은 차치하고 우리들 스스로의 뇌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을까요.

다음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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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서 30cm 가량 떨어지세요.
왼쪽 눈을 감은 채, 오른 눈으로 왼편의 십자표를 응시하세요.
그대로 얼굴을 10cm 정도까지 서서히 모니터로 당기세요.
무슨일이 벌어집니까?

원제: Mind Hacks
사용자 삽입 이미지

Tom Stafford, Matt Webb


사람의 심리란 참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과학의 발전과 상업적 요구로 인해 심리학의 많은 부분을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의 밑단으로 내려가서 어떻게 인간이 지각하고 뇌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초보적 단계입니다. 아직도 가설단계라 해도 무방하지요.

마인드 해킹은 원제가 Mind Hacks입니다. 시리즈의 전작인 Google Hacks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구글의 알고리듬을 직접 알아내긴 힘들지만, 특정 검색어에 대한 반응으로 로직을 추출하는 그 방식 말입니다. 책에서는 착시나 실험상의 세팅으로 시스템의 특성을 파악해 보는 작업을 합니다. 물론 저자가 새로이 연구한 결과는 아니고 최신 이론을 모은겁니다. 꽤 재미있습니다.

책의 재미 중 가장 독특한 점은 다양한 실험입니다. 우리의 시각, 청각, 인지 측면에서 뇌의 작동구조를 '해킹'하는 테스트인데, 뻔히 알면서도 당해야하는 뇌를 보면서 수억년 진화의 무게를 느낍니다. 각 섹션마다 웹 링크를 소개하는데, 보기에 흥미로운 실험도 있지만, 안 보면 책이 이해가 안가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를 함에도 불구하고 PC 곁을 맴돌아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손품 파는 보상은 충분하지요.

책 중간중간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던 오류와 진실을 뇌과학의 차원에서 재조명합니다.
예컨대, 10% 뇌사용 같은 이야기지요. 아인슈타인이 두뇌의 30%밖에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는 점과 우리는 보통 10%도 못쓰고 죽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뇌는 각 부위별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1%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니까 앞의 이야기는 말이 안됨을 쉽게 압니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가 나옵니다. 뇌 부분의 역할을 알게 되는 계기가 특정부위 손상 환자니까요.) 물론 인간의 무궁한 잠재능력을 지칭하는 목적에는 뇌의 능력과 부합하는 점이 있습니다. 비과학적 정량화가 문제랄까요.
마찬가지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정신력의 힘은 뇌에 실재합니다. 실제로, 특정 근육의 사용을 3개월간 상상하기만 해도 35%의 운동능력 향상을 가져온 실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점은 이겁니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사람이 빠른 판단과 상황 종합으로 생존과 번영을 이루는데 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진화의 가이드는 철저히 아날로그였습니다. 예컨대 광원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 쬔다는게 뇌의 기본 가정입니다. 빛은 해를 의미하니까요. 마찬가지로 시각은 물체의 연속성을 가정합니다. 특히 처리가 느린 시각을 보조하기 위해 생존을 위한 우회 처리 경로가 있는데, 이 신호는 검은 물체가 좌우 대칭으로 급확대 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대개 습격을 의미하므로 시각경로가 아닌 보다 빠른 처리로 반응합니다. 일단 피하고 보는 거지요.
그런데 전세계 뇌들은 그야말로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평화롭게 진화한 뇌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지요.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급작스런 여행으로 시차적응을 해야하는 문제, 조명이 밤과 낮,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전재하는 문제, 무엇보다도 물체의 영상이 갑자기 불연속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문제 등입니다. TV나 PC 이전에 그런 영상은 볼 일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더 재미난 사실은, 뇌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며 또 진화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순간 포착의 한계는 전통적으로 네 개입니다. 하지만, 비디오 게이머들은 이 숫자가 현저히 늘어난답니다. 순간적으로 명멸하는 이미지를 잡기 위해 뇌는 또 자기 계발에 들어가겠지요.

그래서 책을 덮으며 드는 의문은 이런겁니다.

내가 뇌일까, 뇌가 나일까.
뇌는 마스터인가 슬레이브인가.
내 마음은 뇌의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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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oup doeil 2007.05.26 12:47

    상당히 흥미로운 책인 것 같습니다. 꼭 사서 가방에 넣어두고 수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블로그를 읽다보니 에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친구가 빌려준 CD를 통해 그 영화를 보고 한동안 비슷한 생각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만약 뇌와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하고 뇌의 모든 기억과 연산 능력을 그대로 기계에 복제한다면 나는 2명의 존재가 되는 것인가.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인가. 뇌와 존재의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뇌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진화한다는 주장은 정말 솔깃합니다. 비록 당장은 아무런 결과를 얻어내지 않지만 어떤 생각과 어떤 경험으로 살아가냐가 인생이 진행될 수록 큰 차이를 보내게 되죠. 이것도 뇌의 발전론과 연결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듯 합니다.

    • BlogIcon inuit 2007.05.29 00:28

      공각기동대 보면서 저도 그런 생각 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기술이 발달해서 뇌만 남고 몸을 통째로 이식하면 누가 누굴지. 복잡한 이야기지요. ^^

  2. BlogIcon 긱스 2007.05.26 13:52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최근에 세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고있는 중인데 언제 다 볼진 모르겠지만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inuit 2007.05.29 00:31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시군요. ^^
      읽고 느낌을 들려주시면 더 재미있겠네요.

  3. BlogIcon susanna 2007.05.26 14:43

    제목을 봤을 땐 본 책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하다가 웹 링크 설명 부분에 이르러서야 알았습니다. 아, 읽은 책이구나....제 뇌는 진화는커녕 퇴화하나 봅니다..ㅠ.ㅠ

    • BlogIcon inuit 2007.05.29 00:31

      susanna님 자연스러운 일이니 걱정마세요.
      중요한 일만 기억해야지요. ^^

  4. BlogIcon astraea 2007.05.26 16:32

    저는 진작에 제 몸이 제꺼가 아니라고 느껴서-_-;;
    특히 생각과 의지, 감정에 대하여

    • BlogIcon inuit 2007.05.29 00:32

      관조하며 살고 있는건가요? ^^

  5. BlogIcon 이승환 2007.05.26 18:03

    전 진화가 덜 되었는지 저런 테스트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ㅠ_ㅠㅂ

    • BlogIcon inuit 2007.05.29 00:33

      진화의 문제보다는 시키는대로 따라하기 힘든 문제 아닐까요. -_-;;;

  6. BlogIcon ash84 2007.05.27 01:13

    순간적으로 오른쪽의 검은 점이 없어졌다

    • BlogIcon inuit 2007.05.29 00:33

      정답이십니다. 짝짝짝~

  7. 우드스톡 2007.05.28 11:31

    '내가 뇌일까, 뇌가 나일까'에 대해 인지과학으로 생각해 보는, 더글러스 호프스테터의 책들도 읽어볼만 합니다. '괴델 에셔 바흐', '이런 이게 바로 나야' 두권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마인드 해킹은 순전히 실험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철학이 형이상학 적으로 접근한다면 인지과학은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승환님 / 실제로 맹점이라고 부르는 눈의 시신경 다발에 가려지는 부분 때문이랍니다. 맹점이 없다면 더 진화하신 겁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

    • BlogIcon inuit 2007.05.29 00:34

      정말 진화가 많이 되면 맹점이 없어질까요. ^^

      추천해주신 책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8. BlogIcon 열심히 2007.05.29 01:08

    10cm 가까이 다가가다 저도 모르게 헉!! 했다는 ㅠ.ㅠ
    모니터를 너무 자주 보면 광원에 많이 노출이 되어 수면리듬이 깨진다고 하는데..
    정말 저의 뇌는 그런 부분에 적응이 안되나봅니다.
    수면리듬이 엉망이거든요.
    아무리 진화가 되어도,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거 같아요.^^

    • BlogIcon inuit 2007.05.29 01:49

      네, 뇌에 자극이 강해서 잠이 잘 안온다더군요.
      책 좀 보다 얼른 잠에 빠지세요. ^^

  9. BlogIcon grace 2007.05.29 10:15

    돌아왔어요.. ^^a
    너무 오래걸려서 좀 창피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회사에서 하니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하고 다같이 신기해하기도 해요.

    요즘 마음이 많이 힘들고 아픈데 뇌의 어디가 상했는지 궁금합니다.
    알 수 있다면 잘라내버리고 싶네요. -_ㅜ

    • BlogIcon inuit 2007.05.29 21:53

      Welcome back!
      사랑이 있는 바로 그 곳이 아플텐데, 잘라내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 ^^

  10. BlogIcon 엘윙 2007.05.30 09:10

    으아. -_ㅜ 저도 진화가 덜됐나봐요. 앗. 겁나 바짝 붙여서 보니까 되는군요.
    뇌에 대한 의문은 참 많습니다. 나중에 의학이 발달해서 몸을 교체하는게 가능하겠지요 ㅇ-ㅇ? 그렇지만 뇌는 ㅇ-ㅇ?? 뇌에 있는 제 기억을 모두 카피하고 제 뇌랑 똑같이 복제해서 뇌만 싹 갈아서 끼면 그게 저일까요.
    흠흠. 오늘은 쉬는날인데 회사에 나와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즐겁네요. 회사엔 비밀! 크크

    • BlogIcon inuit 2007.06.02 10:01

      엘윙님 눈 나쁘잖아요. 맨눈으로 본 것 아닙니까? -_-

      제 잠정적 결론은, 뇌와 몸이 총체로서 나를 규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11. BlogIcon GeminiLove 2007.05.31 13:15

    재미있는 책을 오랜만에 찾은 느낌입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6.02 10:02

      그러고보니, GeminiLove님도 좋아하실 내용일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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