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개념을 주창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텐슨 교수입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명쾌하게 설명해서,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 이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찬사마저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파괴적 혁신'이란 이름에서 풍기는 의도가 안좋아서 지금껏 크리스텐슨을 읽지 않았습니다. 이슈를 만들고, 기업가를 위협해서, 주목을 받고자 하는 은밀한 열망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러 우연하고도 엉뚱하게, 기사를 읽다가 그가 몰몬교 신자라는 점에서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 미국인 싸부님이 몰몬 신자이시고, 그 분의 삶을 존경하기에 몰몬교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흥미를 느끼고 인터뷰를 몇개 더 읽다가 범상한 양반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책을 사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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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yton Christensen &

(원제) Seeing What's Next: Using the Theories of Innovation to Predict Industry Change


'미래기업의 조건'은, 파괴적 혁신 이론을 집대성하여 흥행에도 성공한 전작, The Innovator's Dilemma'와 'The Innovator's Solution'의 보충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론 자체는 좋지만 너무 어려워 실무에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에 따라,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적용해 항공, 교육, 반도체, 의료, 통신의 5개 산업의 사례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전에 소개한 '전략, 마케팅을 말하다'처럼 파괴적 혁신도 프레임웍이 매우 깔끔합니다. 굳이 가르자면, 호르헤 아저씨가 MECE 관점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이라면, 크리스텐슨 아저씨는 농밀한 골격과 여백의 미라고 하겠습니다. 보는 이의 해석가능성을 충분히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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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인 참조와 공부를 위해 파괴적 혁신 프레임웍을 개념화하여 그려보았습니다.
간단히만 설명하겠습니다.


1. 변화의 기미
큰 변화의 기미를 알아내려면 세부류의 고객집단을 조사하면 됩니다.
Non-customer(비고객)와 Overshot customer(과잉제공된 고객)이 파괴적 혁신의 잠재고객입니다. 반면, Undershot customer는 기존 제품의 연장선상에서의 개선인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의 원천이 됩니다.

비고객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여러 책에 나옵니다만, overshot 고객에게서 파괴적 혁신이 나온다는 부분은 의미있는 통찰입니다. 통화기능만 필요한데 쓸모없는 2백만화소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는 고객이 얼마나 많습니까. 과잉성의 제거 시 중요한 것은 모듈화된 인터페이스와 표준화입니다.

2. 경쟁의 양상
경쟁 상황에서 누가 이길지를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강점과 약점은 RPV 모델로 살펴보면 됩니다. 자원-프로세스-가치를 의미합니다. 그다지 특별한 프레임웍은 아니지만, 왜 프로세스와 가치를 보는지는 새겨둘만 합니다. 기록은 과거의 그림자일진대, 내재화된 프로세스와 고비마다의 의사결정 내역으로 일정 부분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니까요.
재미난 부분은, 누가 끝까지 싸워 이기게 될지를 예상하는 '방패와 칼' 점검입니다. 동기의 비대칭 부분에서 싸움의 의지가 차이나고, 기술(skill)의 비대칭에서 승부를 결하게 되지요. 참고로 이 동기의 비대칭에 대해 더욱 상세히 다룬 책이 바로 '전략, 마케팅을 말하다'입니다.

3. 전략의 선택
마지막은 어떤 전략으로 진행하는게 좋을지 정리해 놓았습니다. 신규 진입자의 입장과 기존 기업의 입장이 다르므로 상이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저 같이 일정 궤도에 오른 회사는 신규 벤처의 설립이나, 내부 혁신 엔진의 완비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준비 중입니다만.

C. 마무리
사실 이 책의 진가이며 주요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은 위의 프레임웍을 통한 5개 산업 사례입니다. 단, 사례는 위 프레임웍 중 일부만이 적용되며 full process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례 자체가 벤치마킹의 대상이기보다는, 프레임웍의 이해를 돕는 보조도구라 보는 편이 옳습니다. 어찌보면 사례의 특성상 정신을 덜 집중해도 되는 터라 앞부분 보다 재미있기도 합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전기전자산업의 후신인 디지털 산업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미있는 통찰만 얻으면 분석의 결과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흠은 따로 있습니다. 번역이 엉망이지요. 경영학에 대한 이해가 낮은지 전문용어의 번역이나 미묘한 차이를 살리지 못해서 매우 읽기 불편합니다. 오죽하면, 중간에 아마존 책 검색에 들어가 영문을 대조해가며 보았겠습니까. 딜로이트 코리아는 무슨 대단한 영광을 본다고 '감수'를 감수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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