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마케팅 보조금까지 지불할 정도로 가치가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3개월 사용 의무를 통해 은근 슬쩍 고착화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합니다. 특히 부가서비스는 변동비가 거의 없으니 많이 쓸수록 마진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3개월 후 잊어버리고 계속 쓰기를 바라는 막연한 마음이 아닌 것도 확실합니다. 근저에는 고도의 심리학적 테크닉이 있지요.
Framing
프레이밍 또는 프레임 부과하기라고 표현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프레임은 그야말로 생각의 액자, 또는 생각의 준거입니다. 프레임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고의 틀을 제시하므로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인지적 오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용 중 가끔 재미난 관찰을 합니다. 예컨대, 저 위의 사진처럼 훌륭한 풍경이 가끔 나옵니다. 구도와 색감이 좋아서 원래 사진을 클릭하면 움칫 놀랄 때가 많습니다.
다시 윗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일단 처음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A라는 부가서비스를 갖추고 시작하면, 프레임이 재구성 됩니다. 그냥 있으면 A라는 서비스를 내가 사용해야할 이유를 찾지만, 갖고 시작하면 3개월 후 A를 버려야하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를 유발합니다.
장기기증 사례가 그러합니다. 어떤 나라는 장기기증 비율이 높고, 어떤 나라는 매우 낮습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의 장기기증 비율은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에 비교하면 서약률이 60%가량 차이나게 높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성숙도나 박애정신의 차이일까요? 해답은 의외로 단순한데 프레임 구조의 차이입니다. 앞 나라군은 장기기증이 디폴트(default)로 되어 있고 개인의 의사에 따라 기증하지 않아도 됩니다. 뒷 나라들은 자유의지로 기증서약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제도가 의무화한 결과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앞나라 사람들은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서 행동하고, 뒷 나라 사람은 기증을 해야할 이유를 찾아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일부 사람이 극찬하는 만족보장제도(satisfaction guarantee)도 마찬가지입니다. 1개월간 사용 후 만족하지 않으면 반품을 받는 제도 말입니다. 이 경우도 cherry picker들은 예외로 하면, 일반 사람들은 한달간 써 보고 굳이 반품해야할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대개 그냥 쓰지요. 반품이 귀찮다는 점도 그냥 쓰기 위한 훌륭한 핑계입니다.
이 때 작용하는 또 하나의 프레임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에 가중치를 두는 인지적 작용이지요. 일단 내 소유물은 높은 가중치를 갖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으면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내 물건은 더 비싸게 여기는 성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게 하고, 일단 말 붙이고 보는 전략이 마케팅에서 잘 사용되고 있으며, 효과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험 사원이 많이 쓰는 '일단 들이대고 보는 전략(foot-in-the-door)'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지요.
인지부조화
물론,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히 재단될 일은 아닙니다. 일단 쓰게 했다고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면, 마케터가 할일도 없고 세상 편히 돌아가겠지요. 주의할 점도 많고 실행 성공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일단 인지부조화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내가 A란 부가서비스를 쓰는 이유가 보조금 혜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 때는 거래관계가 깨끗해지므로, 3개월 후 청산이 옳습니다. 나는 A서비스를 써주는 대신, 할인을 받았고 할인에 대응하는 의무만 다하면 서비스를 계속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해지할 이유가 존재합니다.
반면, 내가 능동적으로 A를 선택했고 그 서비스가 내게 편하다고 느껴지면 상황이 다릅니다. 할인의 댓가나 경제성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좋은 서비스도 받고 제품도 싸게 사는 현명한 소비를 한 결과가 되므로 계속 A란 서비스를 사용하는게 옳습니다.
이 부분은 서비스의 선택권을 주는 부분, 서비스와 할인간의 연계를 제거하는 decoupling, 가격구조를 은닉하여 mental accounting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영업채널 통제, 그리고 소비자가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참여성 유인제공 등을 조합하면 어느 정도 구현이 되겠지요.
물건 하나 사는데, 생각할 점도 많고 참 요즘 세상 살기 복잡하다는 엉뚱한 결론이 나는 순간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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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2007.08.27 09:56
끊어야 한다. 끊어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귀찮다. 이유 따윈 잊는다. 쓰다보니 편하다고 생각한다. 끊을 이유는 없어졌다... 뭐 이런 매커니즘을 제 동생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_"- KTF 원팩이라는거죠. 4가지 보조요금 패키지..윽.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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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 2007.08.27 10:20
마케터의 차원이 아니라 서비스 제조자(상품팀의 경우)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A란 부가서비스를 쓰는 이유가 보조금 혜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히 상품의 가치만으로 사용자가 가장 안좋은 상황에서 반대의 상황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가끔은 상품 자체만으로 승부가 가능한 까닭이 이런 상황이 적용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흐으~ 상품팀의 로망이겠죠? 블랙잭 사시면 사용기와 가격을 밝혀주세요~ +_+ 좌절하시면 전 다른 제품으로.. ㅌㅌㅌ ( ㅌㅌㅌ 이건 튀어튀어튀어~ 란 줄임말인데요 wow란 게임에서 자주 쓰는건데 ㅡ,ㅡ;; 약자의 지혜란건데요~ ㅌㅌㅌ 만으로 충분히 의사전달도 되고 상황의 급박함도 되고 사실 ㅋㅋㅋ 과 비슷해서 ㅌㅌㅌ는 살려고 달아나는 장난스러움도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 말 또 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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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똥 2007.08.27 11:14
베스트는 말씀처럼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인데 문제는 현재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들이 소비자의 능동적인 선택을 받을만큼 잘 기획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타깃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소비자들이 핸드폰요금에 민감한 부분도 있고 다수가 핸드폰을 "전화기"로만 인지하는 문제도 있구요. 또 이통사의 텔레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피해를 받은 경우도 많아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어쨋거나 이용할만한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를 고객들이 스스로 찾게끔 도와주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니.. 물론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는 것도 그렇고.. 뭐 일이 아닌 일이 없네요.. 사실 소비자에게 향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것이 필요한데 거대기업은 정말 통제가 힘든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삼천포입니다...ㅋㅋ)
그나저나 부가서비스나 요금제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싸게 핸드폰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후 매장을 떠나는길에 100번에 전화를 걸어서 즉시 해지나 변경하셔도 된답니다 ^^ (대리점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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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7.08.27 17:26
inuit님의 데스크탑 화면이 같은 팀 선임님 노트북화면이랑 매우(싱크로율 90%)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결국 블랙잭은 사셨나욤 ㅇ-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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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 2007.08.27 23:47
저도 블랙잭이 끌리더군요^^;; 그런데 계속 쓰던 016을 포기하고 010으로 전환해야 하는지라... 고민중;;
돈도 꽤 들어간다는거도 무시못하고 말이죠;; 기기값 25만, 부가서비스 3개월 및 기타잡비 월3만원이상씩...
할부로 한다면야 낼수 있지만;; 뭐, 지금 쓰고있는 구형폰도 거의 안쓰는 처지라 -_-; -
사과벌레 2007.08.28 10:57
잘 읽었습니다. 다만 초지일관, 3개월 약정 부가서비스는 스케쥴에 알람까지 맞춰가며 반드시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으니.....ㅎㅎ
사실....통신사 부가 서비스중 특히 맘에 드는게 없더군요. 원래 30대 이상의 고객은 통화 많이 해주면 이통사 돈벌게 해주는 거고, 부가서비스들은 사실 20대 이하 푼돈을 긁어모으려는 내수전문 SK/KTF 의 수익창출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
coup doeil 2007.08.28 15:39
역시 inuit님은 얼리 기질이 다분하십니다. 저도 블랙잭이 끌렸는데 포기했었습니다. 직접 만져본 결과 크기도 부담스럽고 (지금 사용하는 울트라에 비해)반응 속도가 너무 느려서요. 여기에 KTF에서 올해 안으로 아이폰을 가지고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년 중반까지 절대 아이폰이 올 수 없다는 소식과 블랙잭 오버클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겨 고민 중입니다.
구글 데탑을 쓰시다니 저랑 여러모로 비슷하십니다. 지금은 집에서만 사용해서 정지시켜두었지만 구글 데탑은 참 유용한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서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Frame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가슴에 와 닿는군요. 생각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전체 규모를 변화시킨다. 좋은 비유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의 길은 참으로 오묘하군요. -
근대소년 2007.08.28 21:35
저도 심하게 블랙잭이 당기더군요. 그런데 막상 번호바뀌고 저장된 전화번호 옮기고 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서 3G가 아닌 Treo같은 스마트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Clie와 핸드폰으로 버티면서요.....
그런데 블랙잭, 만족 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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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un 2007.08.29 23:57
저도 이번에 공짜폰 -_-; 으로 갈아타면서 SK로 갈아타게 됬는데요
이만저만 불만이 아닙니다.
스팸매일이 1주일에 20개씩은 오는군요
이전 LG를 사용할때는 없던 현상입니다. 에휴..
저도 위의 글처럼 해지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당연히 할인받으려고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거니
스캐줄러 맞춰놓고 해지 대기중입니다.
June 서비스의 광고멘트가 "상상한것 그 이상을 보게 될꺼다" 인데
아무리 계산해봐도 "상상한것 그 이상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가 현실인
듯 합니다. 너무 비싸 나쁜놈들 -_-;
mp3 폰으로 이용하려고 해도 DCF 변환에 멜론 광고를 골백번씩 봐야
하니 불만이 매우 폭팔하고 있습니다.
뭐 동영상 간단하게 재인코딩만 하면 들어간다는 사실 하나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