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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담그기' 마케팅

Inuit 2007. 8. 27. 08:05
블랙잭으로 전화기를 바꾸려 단말기 가격을 알아봤더랬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온라인 매장이 현저히 싸더군요. 전화로 알아본 야탑의 오프라인 매장과 두 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단말기 보조금과 다양한 부가서비스 보조금을 이용한 기술이었습니다. 기기변경에 대한 혜택이 없는 것은 여전했구요.

가만..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마케팅 보조금까지 지불할 정도로 가치가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3개월 사용 의무를 통해 은근 슬쩍 고착화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합니다. 특히 부가서비스는 변동비가 거의 없으니 많이 쓸수록 마진이 높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3개월 후 잊어버리고 계속 쓰기를 바라는 막연한 마음이 아닌 것도 확실합니다. 근저에는 고도의 심리학적 테크닉이 있지요.

Framing
프레이밍 또는 프레임 부과하기라고 표현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프레임은 그야말로 생각의 액자, 또는 생각의 준거입니다. 프레임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고의 틀을 제시하므로 기본적으로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인지적 오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 그림은 제 데스크탑 화면의 일부입니다. 구글 사이드바에 포토 위젯을 장착하고, 플리커의 볼만한 사이트와 제 하드 사진들이 번갈아 돌아가게 해 놓았지요.
사용 중 가끔 재미난 관찰을 합니다. 예컨대, 저 위의 사진처럼 훌륭한 풍경이 가끔 나옵니다. 구도와 색감이 좋아서 원래 사진을 클릭하면 움칫 놀랄 때가 많습니다.

원래 사진은 풍경화 모양(landscape)인데, 포토 위젯이 초상화 모양(portrait)으로 액자를 재구성 (re-framing)한 결과여서 그렇습니다. 대개 테마가 가운데 위치하고 주변 사물과 여백이 나머지 스토리를 제공하는게 사진 구도입니다. 그래서 의미있는 주요 오브제가 잘려나가지 않는 한, 가로로 보나 세로로 보나 훌륭한 구도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뭇 다르지요. 많은 인지과정에서 이처럼 프레임이 인지의 요체를 좌우합니다.

다시 윗 사례로 돌아가 볼까요. 일단 처음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A라는 부가서비스를 갖추고 시작하면, 프레임이 재구성 됩니다. 그냥 있으면 A라는 서비스를 내가 사용해야할 이유를 찾지만, 갖고 시작하면 3개월 후 A를 버려야하는 이유를 찾게 됩니다.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를 유발합니다.

장기기증 사례가 그러합니다. 어떤 나라는 장기기증 비율이 높고, 어떤 나라는 매우 낮습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의 장기기증 비율은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에 비교하면 서약률이 60%가량 차이나게 높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성숙도나 박애정신의 차이일까요? 해답은 의외로 단순한데 프레임 구조의 차이입니다. 앞 나라군은 장기기증이 디폴트(default)로 되어 있고 개인의 의사에 따라 기증하지 않아도 됩니다. 뒷 나라들은 자유의지로 기증서약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제도가 의무화한 결과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앞나라 사람들은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서 행동하고, 뒷 나라 사람은 기증을 해야할 이유를 찾아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Foot-in-the-door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일부 사람이 극찬하는 만족보장제도(satisfaction guarantee)도 마찬가지입니다. 1개월간 사용 후 만족하지 않으면 반품을 받는 제도 말입니다. 이 경우도 cherry picker들은 예외로 하면, 일반 사람들은 한달간 써 보고 굳이 반품해야할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대개 그냥 쓰지요. 반품이 귀찮다는 점도 그냥 쓰기 위한 훌륭한 핑계입니다.

이 때 작용하는 또 하나의 프레임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에 가중치를 두는 인지적 작용이지요. 일단 내 소유물은 높은 가중치를 갖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으면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내 물건은 더 비싸게 여기는 성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게 하고, 일단 말 붙이고 보는 전략이 마케팅에서 잘 사용되고 있으며, 효과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험 사원이 많이 쓰는 '일단 들이대고 보는 전략(foot-in-the-door)'도 정확히 같은 맥락이지요.

인지부조화
물론,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히 재단될 일은 아닙니다. 일단 쓰게 했다고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면, 마케터가 할일도 없고 세상 편히 돌아가겠지요. 주의할 점도 많고 실행 성공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일단 인지부조화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내가 A란 부가서비스를 쓰는 이유가 보조금 혜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 때는 거래관계가 깨끗해지므로, 3개월 후 청산이 옳습니다. 나는 A서비스를 써주는 대신, 할인을 받았고 할인에 대응하는 의무만 다하면 서비스를 계속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해지할 이유가 존재합니다.
반면, 내가 능동적으로 A를 선택했고 그 서비스가 내게 편하다고 느껴지면 상황이 다릅니다. 할인의 댓가나 경제성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좋은 서비스도 받고 제품도 싸게 사는 현명한 소비를 한 결과가 되므로 계속 A란 서비스를 사용하는게 옳습니다.

이 부분은 서비스의 선택권을 주는 부분, 서비스와 할인간의 연계를 제거하는 decoupling, 가격구조를 은닉하여 mental accounting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영업채널 통제, 그리고 소비자가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참여성 유인제공 등을 조합하면 어느 정도 구현이 되겠지요.

물건 하나 사는데, 생각할 점도 많고 참 요즘 세상 살기 복잡하다는 엉뚱한 결론이 나는 순간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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