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마케팅을 말하다'에 이어 '미래기업의 조건'까지 최근 프레임웍(framework)에 대한 포스팅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어제 mode님께서 "와꾸"라는 멋진 표현을 써주신데 이어, 풍림화산님이 댓글로 프레임웍에 대한 좋은 의견을 주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프레임웍에 대한 포스팅을 한번 하려던 참에 제 평소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Frameworks are not magic
제가 전략하는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프레임웍에 목숨걸지 마라. 스스로 이해 못하는 프레임웍은 오히려 독이다.
국민 프레임웍인 SWOT부터 BCG matrix니 허다한 프레임웍의 세상입니다. 프레임웍을 사용하면 뭔가 멋진 결과가 나온 듯하고, 비주얼하게도 세련되어 보여서 전략한다는 사람들이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MBA 후배중에서도, 80장정도 되는 슬라이드 중 각기 다른 50가지 정도의 프레임웍으로 도배한 자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전 묻습니다.

그래서 시사점이 뭔데? So what?
SWOT 예를 들었으니 한마디 하면, 가장 흔한 실수가 맥락없이 이름만 좆는 경우입니다. 강점-약점, 기회-위협이 연상시키는 항목만 줄줄이 나열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SW는 내부역량 관점에서, OT는 외부환경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문제와 관련성을 가진 의미를 추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임을 끝까지 잊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그리고, 그 이후에 도출할 결론도 염두에 두지 않고 네모칸 채운데서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SWOT은 쉬운 예이니 설마 하시나요? Porter의 5-force 모델을 기업분석에 사용한다든지 value chain을 순서도 정도로 사용하는 등 프레임웍의 오류는 제가 지금껏 수도 없이 보아 왔습니다. 좀 더 미묘하게는 BCG matrix를 절대값 개념으로 mapping하거나, BSC 지표와 KPI를 혼돈하는 등 은근슬쩍 넘어가는 오류도 종종 발견됩니다.

어느 정도 혼돈이면 올바로 가르쳐 줍니다만, 프레임웍을 단지 입력 넣으면 산출 나오는 magic box처럼 생각하거나, 프레임웍을 신주단지 모시듯 여기는 후배가 있으면 정색을 하고 충고해줍니다.
차라리 프레임웍을 잊어라. 문제에 집중하고 열과 성을 다해 풀어라. 그 속에 답이 있다.
프레임웍은 템플릿이 아닙니다. 섣부른 프레임웍은 작성하는 수고와 사용하는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오도된 결론이라는 심대한 타격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프레임웍 따위 배운 적 없는 열정있고 똘똘한 이가 정성들여 만든 소박한 자료가 경영대학원 나온 골방샌님의 휘황찬란한 자료보다 나은 경우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Frameworks need to be studied, nonetheless
남더러는 프레임웍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저는 프레임웍을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혼자만 난체 하려함은 아니겠지요.

앞에서 말했듯, 프레임웍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오히려, 프레임웍을 공부하면 도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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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전략가가 많이 접하는 상황에서 빠른 정보의 취합이 가능합니다. 미리 충분히 고민한 결과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황을 보는 통찰을 줍니다. 잘 짜여진 프레임웍은 짧은 시간에 고민한 개인간의 편차를 극복하도록 조감하는 힘이 있습니다. 전체를 보고 디테일로 들어오면 중요한 사항을 빼지 않아 산출물의 수준을 높여 줍니다.
셋째, 개인적으로 보는 장점은 포괄적인 고려에 의한 심정적 안정감도 큽니다. 귀납이 주는 끝없는 불안과 고독은 전략가가
경계할 일이지요. 반면 프레임웍은 연역의 방법론이므로 문제에 집중하여 효율적이고 빠른 답을 얻기 쉽습니다.
넷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프레임웍의 개념과 철학을 이해하면 자신의 프레임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사내 컨설팅을 할 때 상황과 주제에 맞는 제 프레임웍을 만들어 쓰고는 합니다. 화려한 맛은 떨어지더라도, 그 의미와 힘은 유명 교수의 프레임에 비견할 바가 아니지요.


Framework is the way of thinking, stupid
저는 자동차를 유틸리티로 생각합니다. 적당히 비용을 들여 유지하고,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로 안전하게 가면 그만입니다. 어떤 이는 차를 애인보다 더 귀히 여기기도 합니다. 애지중지 아끼고 고이 모시든지, 또는 100발짝 넘는 곳은 항상 차를 데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차는 취향이라 쳐도, 프레임웍은 그야말로 하나의 tool입니다. 유용하게 쓰면 내 생각의 깊이를 돕고 결과의 품질을 높입니다. 하지만 철학과 통찰이 없는 프레임웍은 파워포인트 템플릿 디자인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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