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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승리

Inuit 2007. 11. 24. 14:05
저는 남의 자서전 읽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인전도 마찬가지지요.
위인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거나 오만 탓은 아닙니다. 포스팅을 통해 몇 차례 말한 바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Jim Collins류의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오직 사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따라한다고 성공하긴 힘들고, 참고만 해야겠지요.
상황과 맥락, 그리고 환경 특정 조합에서의 선택은 오롯이 제 몫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Jack Welch

(원제) Winning


뜬금없이 자서전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잭 웰치 회장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 (Straight from the gut)'을 예전에 읽은 바 있습니다. 내밀한 이야기의 생생한 묘사를 매우 흥미롭게 잘 읽었지만, 제가 보기엔 그저 잘 쓴 자서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위대한 승리 (Winning)'란 책이 새로 나왔을 때, 책표지가 표상하듯 인물이 부각된 같은 촌스러운 느낌의 자서전이라는 인상을 받았지요. 두께를 볼 때 그새 새로운 내용이 더 있으랴 하고 읽지 않기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흐른 시점. 가끔씩 '위대한 승리'에 대한 찬사를 듣습니다. '끝없는 도전과 용기'는 유명세가 금새 사그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속는 셈 치고 책을 구입해 읽었고, 그 울림은 대단히 큽니다.

20년간의 GE CEO 경력을 통해 얻은 경영의 요체를 한 눈에 들어오게 요약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떻게 이기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라면 다른 큰 기업 CEO가 모두 비슷한 저서의 후보자입니다. 하지만, 잭 웰치 선생은 수많은 논쟁과 실천을 통해 경영의 궁극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군더더기도, 주저함도 없이 명쾌하게 경영에 대한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합니다.

전체적으로 구성도 좋습니다. 사명과 가치에서 출발하여 문화와 차별화를 이루고 그에 따라 조직의 힘을 내도록 각 단계가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각 요소가 조밀하게 직조되었으므로 한 챕터만 빼내어 실전에 적용한다면 대단히 무리가 있으리란 사실입니다. 예컨대, 솔직히 평가하고 차별화하여 대우하는 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채용이나 승진의 기법을 화려하게 구사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다른 부분 다 빼고 줄여 말하면, 잭 웰치 회장은 HR의 통찰로 성공 경영을 이룬 분이라 보면 됩니다. 전략이나 기술은 그에 있어서는 하위 개념이지요. 스스로 표현했듯, 매니저의 이미지는 '한 손에 물뿌리개와 한손에 비료를 든 정원사'라는 점만 깨달아도 이 책의 반은 이해한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자면, '한손에 물뿌리개와 다른 손에 모종삽'이지만요. -_-

어찌보면, '끝없는 도전과 용기'보다 '위대한 승리'가 더 나을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갓 GE의 총수를 끝낸 상태의 좁은 시야와 섣부른 자신감이 첫째 책이라면, 경험과 연륜이 잘 삭은 감칠맛이 이 책이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위대한 승리'라는 한글 제목에 대한 진부함과 거부감은 삭지 않습니다만.

제가 포스팅에서 인물을 칭하는 용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평을 들어도 제겐 크리스텐슨 교수나 톰 피터스 씨입니다. 저를 직접 가르치지 않은 분 중 스승 반열에 드는 유일한 사람은 드러커 선생이시지요. 잭 웰치 회장은 이제는 웰치 선생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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