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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Inuit 2008. 2. 3. 19:04
당신은 기업의 리더입니다.
자원도 빈약하고, 종업원의 인적 자질도 매우 취약합니다.
어느날, 강한 대기업이 당신의 시장에 진입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사업을 접을까요, 계란으로 바위를 쳐볼까요?

그전에 잠깐..

'내복단'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이인화 씨가 거창도하게 '바츠 해방전쟁' 이란 타이틀로 묘사한 리니지 전투의 민병을 이르는 말입니다. 레벨이 낮아 돈도 없고 힘도 없어 좋은 갑옷은 입지도 못합니다. 엘리트 혈(혈맹)에게 집중된 자원과 정의를 바루고자 일반 유저들이 대항을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돈과 경험치를 지배층이 장악한 상태에서 레벨 차이로 인해 대결이 불가능한 상태였지요. 공수부대랑 초등학생의 대결정도로 보면 이해가 쉬울까요.
하지만 레벨 낮은 다수의 민병은 이길 방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적의 약점인 힐러를 육탄 대시하여 잡는것이죠.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힘, 자기조직화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이인화 작가였기에 채집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사례이기도 하구요.

당신의 '내복단 종업원'들이 스스로 강한 적의 약점을 찾아낸다면, 그래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제 경영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정식

(부제)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경영 이야기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의 저자이자, 리뷰 포스팅이 인연이 되어 블로그 이웃이기도 한 유정식님의 새 책은, 앞서 말한 의문에 대한 일종의 답을 찾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M&A해서 커온 경영학입니다. 하지만 이제 학문적 의미의 경영학은 발전 방향이 아리송해지고 있습니다. 사후설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가지 대안은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입니다. 통섭(consilience)까지 가긴 멀다해도 말입니다.

저는 이책에서 세가지 미덕을 꼽고 싶습니다.

기발한 상상력
책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영과 과학의 퓨전입니다. 컨설팅사 대표로서 사물과 현상을 볼 때 경영학적 함의를 생각하는 저자답게 신선한 발상의 짝짓기가 많습니다. 몇가지 사례만 적어봅니다.
*조직의 공격성은 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에 의해 수준이 높고 낮아집니다.
  그렇다면 호르몬 조사를 통해 조직의 활력과 스트레스, 만족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핵심인재의 중요성을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일반 인재 없이는 성과가 발현되기 힘들겁니다.
  Junk DNA처럼 정확한 기제는 몰라도 효과는 짐작가듯 말이지요.

*동물과 식물은 비언어적 감응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면 리더십의 진정한 평가는 개나 화초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화학반응을 활성화하는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표면적 증가, 온도 상승, 촉매 제공.
  변화관리에도 이런 방법을 사용가능하겠지요.


경영적 통찰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과학적 결과를 조직론에 접합한 주장들입니다.
*갈등관리 (Conflict Management)
조직을 갈등 제로 상태로 유지하는 관리자는 일반적으로 훌륭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옐로스톤의 대화재처럼 평소에 자연발생적인 국부적 산불마저 억제하면 과밀하게 축적된 불쏘시개로 통제 불가능한 대재앙이 생깁니다. 갈등은 적절한 분출구를 마련하는게 적절한 관리입니다.
*창발성 (Emergence)
조직의 자연발생적 비효율은 어쩌면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만든 지름길인지도 모릅니다. 이를 주기적으로 걷어내는건 효율화의 비경제를 얻을 수 있습니다. small world로 가는 지름길을 제거하니까요.


한국적 경영학
결국 유정식님은 책을 통해 한국적 경영학의 길을 모색합니다.
철학적 담론으로는 환원주의적 접근으로 성장해온 경영학에서 시선을 돌려 전일주의적 관점을 갖고자 합니다. 저도 제 블로그에서 주장해왔듯, 십분 동의 합니다.
서구적 경영론은 과학적 세계관을 통해 효율위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분의 합보다더 큰, 전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기적 관점은 동양적 세계관에서 배울점이 많지요.

또한, 저엔트로피 경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은 적절한 주장이며 실천적 과제를 많이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맺음말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과학적 현상 또는 설명과 경영과의 기계적 짝짓기가 눈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비유체계하에서의 상사(analogy)까지 포함된 관계로 원래 주장하려던 훌륭한 뜻에서 벗어난 무수한 반대 논리가 가능합니다. 그냥 경영학에서 차용할 하나의 우화나 스토리면 될 일도, 과학적 설명이라면 논리와 이성으로 따지려드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경영과 과학이라고 타이틀은 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HR 관점의 경영입니다. 조직론, 리더십, 기업철학 등이지요. 물론 경영은 사람의 일임에 틀림없지만, 경영학은 HR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과학의 자연과 경영의 사람을 자꾸 엮다보면, 결국 생물학적 관점의 통합, 또는 통섭적 결론으로 수렴할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제목에서 추측되는 가벼움은 사실 없습니다. 사뭇 진지하고 촘촘한 논의입니다.
앞의 지적도 다음의 작업을 위한 진실한 충고일 뿐 사실 큰 흠도 아닙니다. 비판은 쉬우나 창조는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경영에 관심있는 분은 경영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자극이 될겁니다. 과학에 관심있는 분은, 과학이 설명할 새로운 소명에 대해 눈이 밝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주제입니다. 한번 읽어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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