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에서 미하이 교수의 '몰입(Flow) 개념'에 대해 흠잡는 평을 했고, 몰입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음미할 점이 있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마침 그의 또 다른 책이 선물로 들어온지라 읽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haly Csikszentmihalyi

(원제) Good Business


'몰입의 경영'은 몰입(flow)이라는 인생 방법론을 활용하여 직장 생활의 질을 높이는 가이드입니다. 직장인이자 경영인이고, 전략과 HR을 업으로 하는 제게는 구미에 맞는 주제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책은 좋았습니다.

특히 낱 문장들과 진부하지 않은 사례들은 찬란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 고민하던 선문답에 대해 실마리를 푸는 많은 자극도 받았고, 기본이지만 매우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음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내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큰 줄기 찾기가 녹녹치 않습니다. 작가의 습관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아무튼 읽기 쉬운 구조는 아닙니다.
또한 '몰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역시 이 책으로는 일소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책의 핵심 주장인 몰입 경험과 삶의 질과의 상관관계는 개연성의 영역입니다. 몰입이 행복을 담보한다는 인과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많은 몰입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 이 글을 쓸 때조차 "flow" 상태를 경험했지요. 하지만 몰입은 수행의 부산물이지 몰입 자체를 행복의 전단계이자 생활의 목표로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의도적인 몰입은 뜻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다다르지 못할 플라톤의 이데아로서의 몰입설정이라면 메타포어로 받아들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연구와 통찰을 통한 기업환경에서의 사회심리학적 가이드는 매우 감동스럽고 미쁩니다.


기업의 재정의
사회 심리학자답게 기업의 흥미로운 정의를 제시합니다.
기업은 행복재료 공급자다.
기업을 행복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은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자 미덕입니다. 두가지 점에서 기업은 행복 재료를 생산합니다.
첫째,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재화와 용역을 창출합니다.
둘째,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전환경을 조성하는 조직상황하에서의 복잡성을 제공합니다.
결국, 기업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봅니다. 밖으로는 인간의 행복이란 관점에서 정렬될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미하이 교수가 좋아하는 '개인의 몰입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행복의 공급기관이 되는겁니다.


개인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할 활동
기업이 개인의 몰입을 조장하기 위해 주력할 활동을 다음처럼 정리했습니다.
1. 명확한 목표를 부여
  가급적 상위 개념이어야 합니다. (사다리 효과). 확고한 비전 체계와 완전한 조직내 전파가 중요합니다.
2. 피드백 제공
  개인의 창의성과 주도성이라는 맥락입니다. 피드백은 학습과 성장의 원천이기도 하지요. 3가지 원천(feedback source)이 있습니다.
   1) 타인: 동료, 상사, 자문단, 고객
   2) 업무 성과 (지표)
   3) 개인적 기대 수준과 자기만족
3. 역량과 직무간 균형
  역량이 늘면 직무가 복잡해져야 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전문성에 매몰되지 않고 종합능력 발휘를 강조하는 점에서 인문학적 감성과 사회과학적 합리성이 담겨 있습니다.
4. 권한 부여
  다양성이 증가하게 되고, 상하간 신뢰도 생기게 됩니다.
5. 개인의 리듬 존중
  지식 노동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책 읽기가 어렵기도 하고, 제가 자꾸 개념체계를 타박하게 되는 이유를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다섯가지 활동이 매우 중요함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전혀 구조화 되지 않지요. 머리에 잘 남지도 않거니와, 무엇이 빠졌는지 왜 이런 체계인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저 다섯가지는 충분한 세트이리라 생각합니다.


비전을 가진 경영인의 인생관
결국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생존과 유지라는 기본 목표와 인류의 행복 증진이라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위에 설명한 '1. 명확한 목표'도 같은 의미입니다. 미하이 교수는 독특하게도 영혼에서 비전을 도출합니다. 영혼은 '상위 가치를 향한 변화를 위해 투자하는 여분의 에너지'로 정의합니다. 기업 역시 물질적 존재를 넘어서는 의미와 존재성이 영혼이고 비전이 됩니다. 그리고 기업의 비전은 경영자의 인간적 특색이 DNA 복제 되는 경향이 있지요.
비전을 가진 경영인의 인생관의 공통 특질을 다섯 가지로 꼽습니다.

1. 낙관적 태도
  '모든 문제는 해결책을 숨기고 있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또한 낙관적 태도는 사람에 대한 긍정으로 신뢰와 소명의식을 생성합니다.
2. 성실에 대한 강한 믿음
  낙관의 대척점이자 켤레입니다. 남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도, 낙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성실은 필수 덕목입니다.
3. 매우 높은 수준의 야망과 그에 부합하는 인내심
  자아의 몰입이 이뤄지는 핵심 고리입니다. 점층적으로 목표를 고조하며 몰입 환경을 유지합니다. 난관에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장애물을 게임처럼 즐기기도 합니다.
4.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망
  변화와 발전의 요소입니다. 몰입 환경에서 말하는 복잡성으로 전진하기 위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5. 감정이입의 중요성과 상호 존중의 자세
  대인 관계의 핵심입니다. 역지사지의 정신입니다.


삶에서 몰입 환경 만들기
다음은 개인의 몰입을 빈번히 생기게 하는 환경 조성의 방법입니다.
1. Who am I?
  자아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과 상담하는 겁니다.
2. 장점과 소명
  자아 성찰의 결과로 알게 된 스스로의 장점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소명을 찾습니다.
3. 기회 발굴
  장점과 소명을 통해 추구할 기회를 정립합니다. 이 부분이 삶의 방향성입니다.
4. 위치 탐색
  스스로의 위치를 알아내면, 기회를 향해 움직일 벡터가 나옵니다.
그 다음은 용왕매진입니다. 그 과정에서 몰입이 자주 발생한다고 미하이 교수는 말합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1) 주의를 집중하고 2) 시간을 지배하는 부분과 3) 습관의 형성입니다.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 이론이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Mihaly the Shaman
이 책의 미덕은 취미나 전문성의 영역에 머물 사적인 몰입(private flow)을 사무실 환경으로 옮기려는 시도에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 수도에 가까운 자기 계발입니다. 특히 몰입(flow)은 긍정을 위한 긍정체계에 가깝습니다. 실천적 방법론으로서의 몰입은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의 진실과 영혼의 각성을 위한 자극을 줍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아닐지라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은 됩니다.
사실 책의 핵심 키워드인 몰입을 배제하고, '동기부여(motivation)'나 '주목(attention)', '만족도(satisfaction)' 등의 유사 개념을 적절한 곳에 치환해도 책의 이해에 무리가 없습니다.

저자도 인정하듯, 종교적 함의를 강하게 풍기는 몰입(flow)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가르침을 준 이가, 경영의 구루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공을 관통하여 환타지스러운 진리를 읊는 샤먼(shaman), 그와 대화를 나눈 딱 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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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유정식 2008.02.17 20:57

    저는 이 책을 1/3 정도 읽다가 뒷부분은 그냥 띄엄띄엄 훑고 말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몰입은 행복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닌데, '몰입=행복'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몇가지 예시는 참조가 되긴하지만 전반적으로 글이 매우 딱딱한 탓에....
    개인적으로 저는 행복이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빅터 프랑클의 관점이지요.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2.17 21:12

      어떤 의미인지 알듯합니다.
      포스팅에 적었듯, '어떤 의미있는 결론'을 얻기보다, '중간 중간의 논의'가 흥미로왔습니다.
      말씀처럼 글은 매우 딱딱하지만요. ^^

  2. mode 2008.02.18 00:33

    책 안 읽어서 정확히 파악한건지 모르겠는데요.
    몰입해서 무언가를 할 때 인간은 행복을 느끼니까 아마도 몰입=행복이라 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를 몰입해서 사랑할때, 어려운 문제를 몰입해서 푸는 학자, 게임에 몰입하는 땡땡이친 학생? 이렇게 말입니다. ㅎㅎㅎ
    회사에서 일할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회의를 한적이 있는데 모두 몰입하는데다가 일에 흥미를 느끼는것을 보면 큰 경영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도 작은 업무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BlogIcon inuit 2008.02.18 21:24

      몰입 ≠ 행복 이런 주장을 폈던건 아닙니다.
      몰입 자체를 위한 몰입이 제가 볼 땐 의미없다는 뜻이었는데 의외로 이부분에 반감들이 많군요. ^^

  3. BlogIcon Hexa 2008.02.18 09:32

    저는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라는 400쪽이 넘는 미하이 교수의 책을 읽었습니다. Inuit님이 느꼈듯이 주제와 방향은 참 좋은데 군더더기가 좀 있어서 책에 '몰입'하기가 참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몰입'을 말하는 책에서 '몰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주제와 방향은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라서 읽으면 딱 좋을 책입니다.

    이 책도 같이 주문할려고 했으나, 아직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지라 후일을 기약한 책입니다. 언젠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2.18 21:29

      제말이 그말입니다. 하하..
      정작 몰입에 대한 책에 몰입하기 힘든 구조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성을 이겨내면 미하이 교수가 원하는 몰입이 되겠지요. ^^
      이 책은 몰입에 관한 부분이 책의 20%도 안됩니다.
      나중에 remind삼아 새로운 기분으로 읽어보세요. ^^

  4. BlogIcon mu 2008.02.20 14:15

    아마도 Flow를 "몰입"이라고 옮긴데서 온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몰입이라고 한다면, 굳이 Flow라고 하지 않고, Immersion이라고 했을 겁니다. 칙센미하이 선생님이 Flow라고 했으면, 옮길 때도 "흐름"이라고 해야 합니다. 사실, 흐름이 원래 의미와 더 잘 통하고요. Flow가 행복과 연결되는 이유는 내적보상Intrinsic reward, 즉 자아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삶의 흐름을 타고 최적경험Optimal experience를 유지하다보면, 자아가 성장하면서 행복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 아닐까요?

    "몰입은 수행의 부산물이지 몰입 자체를 행복의 전단계이자 생활의 목표로 놓을 수 없다"는 이누이트님의 지적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몰입이 "흐름flow"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flow를 몰입으로만 이해할 때 생기는 대표적인 오류가 게임"중독"마저 flow로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자아성장없는 몰입은 Flow가 아닙니다. (답글에 답글을 달수 없어, 원글을 수정합니다: 게임중독을 --> 게임"중독"마저)

    추가:
    이누이트님은 저와 삶을 보는 방법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저는 목표보다는 목표를 이루는 과정자체에 의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뤘다는 것 보다는 이루는 과정자체가 보상이라는 거죠.

    • BlogIcon inuit 2008.02.18 21:27

      flow의 역어로 몰입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동의합니다.
      게임에 몰입하는 상황은 '몰입의 즐거움'에서 미하이 교수가 직접 든 예입니다.
      Flow의 외관으로는 구분이 어렵죠.
      intrinsic reward만 해도, 장기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 따라 compensation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합니다.

      늘 재미있는 댓글 고맙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8.02.20 22:13

      저 위에 reply 누르시면 답글에 답글이 가능합니다.

      제가 논박하는 몰입에 대해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다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는데 너무 거창한 목표만 세우는게 아니냐는거죠.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과정을 위한 과정, 긍정을 위한 긍정을 경계하자는 뜻이라고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경험상, 목표없는 열심은 분주할 따름이라서 그렇습니다.

  5. wisdom 2008.02.21 00:48

    저의 경우는 미국에 있는지라 원서로 "flow"를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right! right!" 소리가 나오고 그야 말로 진리를 발견한 것 마냥 심취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들과 흡사한 생각들을 너무나 논리 정연하게 쓰셔서 읽는 내내 감동을 넘어 짜릿함을 경험 했습니다. intuit님이 지적하시는 문제점들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몰입이 self-actualization 또는 자아 완성을 하기 위한 수단, 필요 조건이지 몰입을 행복자체 또는 인생의 목표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번역판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flow 책을 읽고 미할리 교수의 다른 책 "Creativity" "Evolving Self" 를 읽었는데 기본은 flow를 바탕으로 확실히 더 발전된 concept를 갖고 있습니다. 3개 책 읽는 내내 완전한 몰입, 환희를 경험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십분 공감했습니다.
    그냥, 저자가 의도한 바가 제대로 님께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서 (번역판의 문제일 수도....) 안타까움에 글을 남김니다.

    • BlogIcon inuit 2008.02.21 22:54

      진정 어린 댓글 고맙습니다.
      일단 하나의 관점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하이 교수에 대해 민감한 분들은 내용에 공감한 후 attachment가 형성된 경우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몰입이 자아실현의 수단이란 점이, 다시 말하면 자아실현을 위해 몰입하자는 이야기인데, 그 자체로 부족하다고 보는게 제 견해구요.
      자꾸 말하면 닭과 달걀 논의처럼 되기도 합니다. ^^

      여러가지로 안타까우셨을텐데,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6. BlogIcon Hexa 2008.04.08 13:47

    몰입에 대한 주제를 정리할 겸 읽어보았습니다. 진짜 몰입에 대한 것은 20%도 안되는 것 같네요 ㅎㅎㅎ. 오히려 뇌리에 남는 것은 도덕적 기업에 대한 주장입니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제는 가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Inuit님 말씀대로 몰입에 대해 정리하는 책으로서는 읽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4.09 10:58

      네. 저는 오히려 그부분이 더 신선했어요.
      기업의 경영과 운영이라는 거시적 측면을 개인의 심리적 관점의 몰입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는 점 말입니다.

  7. BlogIcon 레이먼 2008.04.16 18:47

    몰입의 경영에 대한 리뷰를 잘 보았습니다.
    아주 충실하게 책을 읽고 깔끔하게 잘 정리하셨습네요.

    저도 마하이 교수의 일련의 책을 쭉 읽어 보았는네요. 뭐라고 할까....
    하나의 경영 방식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경제적 동기 등과 같은 외적보상에 치우쳤던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더라고요.ㅋㅋㅋ

    • BlogIcon inuit 2008.04.17 00:09

      트랙백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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