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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사회

Inuit 2008. 5. 10. 17:07
승자독식 (Winner-take-all, WTA) 경제를 분석한 이 책은 이제는 고전에 속한 명저입니다. 신경제의 특성을 매우 날카롭게 해부했지요. 저는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 책을 접했고, 다 읽지는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알고 있던 터입니다. 요즘 깊은 관심을 갖는 화두 중 하나가 양극화 현상이고, 그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차분히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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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Frank & Philip Cook

(원제) The winner-take-all society


Winner take it all?
승자독식이라는 단어는 매우 상징성을 띈 특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확히는 '상대적 지위 차이가 야기하는 시장경제의 비효율성'의 결과입니다.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능력이나 지위의 절대적 차이가 아닌 상대적 차이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스포츠에서 1초 차이로 2등을 기억하지 않는 경우나, 변호사끼리 맞붙었을 때 승과 패로 완연히 결과가 나뉘는 경우입니다.
둘째, 그 결과가 과대한 보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상대적 차이를 넘는 절대적 보상차이를 유발하고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야 합니다. 승자독식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전쟁도 전형적인 승자독식이니까요.

그러나 요즘 승자독식이 문제가 된 이유는 기술의 발달 때문입니다. 기술은 승자독식의 발현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정보기술과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여 시장이 무한에 가깝게 커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어의 공용화는 더욱 이 추세를 부채질 하지요. 또한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되는 경우도 임계 질량(critical mass)의 확보 여부가 성공의 단초입니다. 승자독식입니다. 교통의 발달로 물류 비용은 점점 낮아집니다. 게다가 정보기술이 발전하여 어떤 경우는 생산물의 배포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반이나 디지털 컨텐츠 같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승자독식을 위한 경쟁은 전 지구적 범위로 확산됩니다.

Is it bad?
잠시 언급되었듯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사실이 승자독식의 문제입니다.
부를 독점하는 하나 또는 소수의 승자와 그 주변의 패자들간의 양극화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패자들은 언젠가 이룰 승리를 위해 주변을 맴돌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계는 잇겠지만 허드렛일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승자만이 독식할 수 있기 때문에 승자가 되기 위해 기왕 나선 길, 끝까지 베팅하기 마련입니다. 그 결과는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상쇄투자가 이뤄지지요.
어찌 그리 무모하랴 생각하겠지만, 인간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과대평가는 우리가 늘 스스로, 또 주변에서 접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꼭 이기리라 생각하여 경쟁에 참여합니다. 부나방처럼.
더 무서운건, 설령 자신의 성공확률을 정확히 알아도 중간에 거두기 쉽지 않습니다. 게임이론이 말하듯 내가 스스로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가 첫째입니다. 그리고 '목초지 이론'처럼 내가 경쟁에 참여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추가가 체감되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Longtail vs WTA
요즘 유명한 롱테일은 두툼한 머리 (fat head) 이면의 경제학을 말합니다. 이 또한 신경제의 특징입니다. 승자독식(WTA)은 머리가 펑퍼짐하게 퍼지지 않은, spike 형태의 분포를 띄는 경제학을 말합니다. 80대 20을 논하는 전통경제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둘 다 같은 관점을 갖지만 관점이 이동하는 분포곡선상 위치는 정확히 반대방향입니다.

Really bad divide
결국 승자독식은 요즘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적절한 설명력을 갖고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비즈니스 스쿨에 있을 때, 승자독식이 말하는 '슈퍼스타의 경제학'에 대해 신경제라고 배운게 엊그제인데, 이제 저는 고전의 반열에 올려 놓고 싶습니다. 승자독식은 생활 곳곳에 이미 만연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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