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동양에서 최고로 강했던 사나이, 무사시입니다.
무사시는 13세에 처음 결투를 시작해, 29세까지 60여 차례의 싸움에서 한번도 지지 않았던 전설을 남겼습니다. 실력의 열세는 물론 단 한 차례의 실수에도 몸을 상하거나 목이 날아가는 진검승부였는데 말이지요. 연평균 4회, 또는 석달에 한번 칼싸움을 15년간 해서 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스킬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고유한 방법론, 또는 전략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린 씨의 '전쟁의 기술'을 비롯해 수많은 서양 전략책에서 인용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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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宮本 武蔵)

오륜서는 무사시가 자신의 병법을 직접 적어 제자에게 전한 책입니다. 여기서의 병법이란 칼을 운용하는 법과 싸움에 임하는 법, 그 이전에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포함합니다.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29세에 대결 위주의 칼싸움을 접고 부대를 운용하는 전략에 탐닉했다고 밝힙니다.

책은 크게 다섯 꼭지이고, 그래서 오륜서입니다.
영어제목은 'The book of five rings'이지요. 오륜은 다음과 같으며 분량이 균등하지 않습니다.



병법의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과 수양에 관한 내용입니다. 큰 칼인 다치(太刀)와 작은 칼 가타나(刀)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니텐이치류 (二天一流)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칼의 길고 작음에 얽매이지 말고 상황에서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요지입니다.


싸움에 임하는 전략입니다. 주시(注視)를 통한 파악, 요동하지 않되 항상
적을 노리는 자세, 변화무쌍하게 대응하기 위한 무념무쌍의 타격 등을 적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일격에 적을 베려는 목적의식(goal)과 기선을 놓치지 않는 주도권(initiative)입니다.
무사시는 말합니다.
  • 치는 것과 닿는 것은 전혀 다르다. 치는 것은 마음에 작정하고 확실히 치는 것이다. 마음먹고 행동하는 것이다.
  • 끈질김과 얽힘은 다르다. 끈질김으로 밀어 부치면 강하지만, 상대에 얽혀 들어가면 약해진다.
  • 적의 얼굴을 찌르려는 자세는 적을 뒤로 젖히게 된다. 이로서 허점이 생긴다. 항상 안면을 찌른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아무리 많은 적과 싸워 이겨도 원칙대로 해서 이기지 않으면 진정한 도라 할 수 없다.
  • 천일의 연습을 단(鍛)이라하고, 만일의 연습을 연(練)이라 한다.


싸움 자체의 기술입니다. 무수한 결전의 팁이 있지만, 핵심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매번 승부에 목숨을 걸고 싸워 죽지 않고 이기는게 중요하다. 적의 강약을 제대로 판단하고, 내 칼의 도리를 알고 단련하는 것이다.
짧은 글로 위치정하기, 기습이나 역습하기 등 디테일한 검의 운용에 대한 내용입니다만, 전략적으로 음미할 글도 많습니다.
예컨대,
아래와 같습니다.
적을 한번에 완전히 굴복시켜야 한다는 점
같은 전략을 세번 되풀이 하지 말기
교착에서 국면을 음미하며 빠져나오는 쥐의 머리-소의 목 전술
결정적으로 적을 내 부하처럼 여기고 다루기



현대인으로서 음미할 부분은 '불의 장'까지 입니다. 바람의 장은 각 검가의 가풍과 니텐이치류를
비교하여 차이를 명확히 하는 목적입니다. 무수한 비교가 있지만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실전에서 이기기 위해서 폼잡지 마라. 이기는 자가 최고다.
따라서 칼쓰는데 있어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프레임웍을 무용하다 말합니다. 제 프레임웍에 대한 관점과 온전히 같습니다.
자세란 칼을 드는 자세가 아니라, 모든 것에 있어 흔들림이 없는 확고한 태세를 갖추는 마음이다.

또한, 선수의 중요성도 역설합니다.
태세를 완벽히 하고 적의 칼을 막으려 별러도 수동적 입장이므로, 창과 긴칼로 울타리를 침과 다르지 않다.
반면, 이쪽에서 적을 공격할 때는, 울타리의 말뚝조차 창과 장검 구실을 할 것이다.



무사의 길을 충실히 하며 수양을 쌓으라는 짧은 장입니다.

마음과 정신을 닦아 觀(통찰력)과 見(주의력)을 길러 흔들림 없는 도를 깨치도록 합니다. 잡념에서 벗어나 공의 참경지에 이르는 길입니다.
사실 말만 쉽고 실행은 어려운 챕터입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가장 멋진 장이기도 합니다. 저도 불혹이 되어서야 진미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멀다 생각하지만 왜 마무리 장으로 空(void)의 장을 택했는지는 어렴풋이 알 듯 합니다. 또한 이 장이 있어 무사시가 검술가를 넘어 검성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은 정신의 수양에 관한 내용이 없다면, 실용 스포츠 매뉴얼일겁니다. 또한 무사시가 아니었다면, 그냥 한 유파의 교과서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무사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이 책엔 없습니다. 결투 약속 잡아 놓고 잠을 자며 적을 하루종일 기다리게 했다가 단칼에 이겼다거나, 반대로 무리지어 기다리는 적에게 예상외로 빨리 나타나 닥치는대로 베어 버린 무용담 말입니다.

결국 무사시는 최고로 영리한 사나이였고, 그래서 최고로 강했습니다. 아마도 혈기 왕성한 29세에 칼을 칼집에 들인 이유도 그에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략이 있던 사나이 무사시입니다. 오륜서에서 그 전략을 배우긴 어렵지만, 승부의 정신은 오롯이 느끼게 됩니다. 저는 아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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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elwing.co.kr/tt BlogIcon 엘윙 2008.06.15 10:41

    배가본드라는 만화 보셨나요?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인데요. 남친이 보길래 옆에서 슬적 봤는데 재밌더군요.
    스포츠도 머리가 좋아야 잘한다고 하죠.(칼싸움도 일종의 스포츠!!) 요즘 회사에서 스마트테크놀로지!!라고 외치던데, 예나 지금이나 스마트해야 최고가 될수 있군요.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5 17:38

      정말 그래요.
      무사시는 이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다보니, 싸우기 전부터 엄청 계획하고 연습합니다.
      최적의 위치를 태양과 고저, 여유 공간까지 고려해서 선정하지요.

      스마트해서 손해볼 일은 없지만, 특히 요즘은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되었지요. 지식사회 아닙니까.

  2. Favicon of http://myjustin.net BlogIcon Justin 2008.06.15 13:03

    inuit님의 아드님이 참 부럽습니다^^
    일본 비즈니스맨들의 필독서라고 하던데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7 23:44

      사실 이 책은 아들과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의 교재였습니다.
      읽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소재였지요. ^^

  3. 스피닉스 2008.06.15 15:46

    이누잇님 덕택에 항상 좋은 책 많이 읽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5 17:40

      고맙습니다. 스피닉스님.
      읽어 보신 후, 이어서 이야기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acando.kr BlogIcon 격물치지 2008.06.15 22:57

    S군의 서평도 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소개해 주셔도 좋을 것 같군요 ^^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6 23:00

      글쓰기를 싫어하는 막내지만, 요즘 작업중이니 곧 성과가 있겠지요. ^^

  5. Favicon of http://kyoonjae.tistory.com BlogIcon kyoonjae 2008.06.17 01:07

    포스팅 하시는 글들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요즘은 밀라노와 샌프란시스코의 사진들을 보며 참 부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리뷰하신 내용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제 블로그에 옮겨 적었습니다.
    (Blog Policy를 뒤늦게 확인하였습니다)

    새로운 서평,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7 22:35

      고맙습니다. ^^
      유용하셨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6. Favicon of http://futureshaper.tistory.com BlogIcon 쉐아르 2008.06.17 23:34

    무엇보다 마지막 문장이 부럽게 다가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요. 제 경우 동양적 사고를 같이 나누기는 쉽지 않더군요 ㅡ.ㅡ;;

    단련이라는 단어 안에 천일, 만일의 연습이 있음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시금 저의 게으른 모습을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17 23:55

      저보다 과하게 동양적이고 때론 국수적이라 균형 잡아주느라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 나이 사내애들이 그렇긴 한데, 건들대며 일본 무시하고, 나이 과하게 따지고 그런거 말이죠. ^^;

      단과 연에 대해선 쉐아르님은 이미 실천궁행하고 계시잖습니까. ^^

  7. Favicon of http://read-lead.com/blog BlogIcon Read&Lead 2008.06.22 22:40

    결국 무사시는 시공간 차원에서 최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 포지셔닝을 구사했던 당대 최고의 전략가였나 봅니다. 전쟁의 기술에서 가끔 나왔던 무사시 인용에서 느꼈던 포스를 inuit님의 금번 포스트에서 확장/통합된 느낌으로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사시씨를 저의 구루로 당장 영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8.06.22 23:39

      네. 심리, 환경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포지션상의 우위를 추구하고, 승부에서도 실낱같은 틈을 노리는게 무사시입니다.
      질 승부도 이겨놓고 들어감을 목표하고, 뛰어난 집중력과 단련으로 승부를 뒤집습니다.

      스스로 적은 글이라 서양책들에서 인용된 기발한 고사는 안 나오지만, 그 포스나 마음가짐이 절절히 느껴지는 책입니다.
      승부를 결하는 자에게, 무사시는 구루의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8. Favicon of http://indiestyle.tistory.com BlogIcon 전략가 2010.04.01 02:13

    최배달에 관심을 갖다가 알게된 오륜서. 조금 읽어봤지만 상당히 재밌고, 좋더군요. 배울것도 많은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10.04.02 21:48

      네. 음미하면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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