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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

Inuit 2008. 6. 28. 11:41
당신은 컨설턴트 출신의 경영학자입니다. 어느날 낯선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억양 있는 영어.
나, 피터 드러커요.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바로 그?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는 몇가지 대화 끝에 자신에 대한 책을 써주지 않겠냐고 물어옵니다.


책에 나와 있는 멋지고 영감있는 모든 내용보다, 전 이 일화가 제일 마음에 남습니다.
뭐라 비유할까. 블로거에게 인터넷 만든 사람이 인터뷰 포스팅을 의뢰한다? 이건 약하고. 목자에게 야훼가 복음을 전한다. 이건 좀 과장스럽고. 아무튼 자기가 사는/노는 세상을 열어낸 전설과의 만남입니다.
너무 동화 같아 꾸몄을까 의심되고, 무척 부러워 같은 비엔나 출신이라서 연락 왔겠지 짐짓 폄훼도 해보고 싶습니다. 것도 잠시, 새로운 형식의 드러커 선생을 읽을 기대가 더 커집니다.

남보다 몇십년 앞서 경영을 정의하고, 개념을 발전시킨 드러커 선생입니다. 경영의 핵심으로 리더십을 꼽고, 경영에 전략 개념을 도입하고, 지식근로자 (knowledge worker)라는 미묘한 개념을 범주화했습니다. 이런 그에게, 생물학적 자손 이외에 또 다른 DNA를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결과는 통상적인 자서전일리는 없을테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lizabeth Hass Edersheim

(원제) The definitive Drucker


드러커 선생의 저술은 매우 방대합니다. 이 책은 그 요약집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되지요.
저자인 에더샤임 씨가 마지막 16개월간 피터 드러커와 인터뷰를 하고, 피터 드러커와 인연있던 사람들과 컨설팅의 결과를 추적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드러커 선생이 죽기 전 가장 관심있던 주제와 결론 위주로 현대 경영 환경을 정리했지요. 그런면에서 제목이 매우 예리하고 적절합니다. 마지막 통찰 맞습니다.

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면, 냉정히 볼 부분은 있습니다.
책 내내 드러커 선생에 대한 숭배가 묻어 있습니다. '드러커가 말하길..', '이미 드러커는..' 등등. 저처럼 드러커 선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 낯간지럽고 불편할 찬양 일색입니다. 미리 말했듯, 저자와 드러커 선생의 첫 만남에서 이미 관계는 그렇게 형성이 되었을테지요.
반면, 책의 핵심 구조는 이미 다른 책에 소개된 내용이 많습니다. 핵심 질문이나 주요 절차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컨텐츠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논의된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목차에 있습니다. 수많은 경영 이론을 세상에 내놓은 드러커 선생이, '나는 이 부분이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주제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방대한 이론을 시대정신에 맞춰 추스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더샤임씨가 채증한 사례와 목차가 이 책의 최고 가치입니다.
문장만 따라가면 알기 힘들고, 한발짝 물러서야 보이는 매직아이 같은 구조입니다.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답게, 저자는 책구조를 '드러커의 자동차'로 틀 짓습니다.
1. 자동차의 앞유리
vision과 지형도입니다. 현대 경영 환경을 요약했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2. Steer
고객입니다. 외부의 환경을 내부와 연결시키며, 운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입니다.

3. Wheels
혁신과 폐기(innovation and abandonment)
협력
인적자원
지식

4. Chassis
필수 구성품을 서로 엮어주는 하부구조입니다. 경영에서는 의사결정구조와 규율, 그리고 가치입니다.

5. Driver
명시적으로 책에서 운전자라 칭하지 않아 부정확의 소지가 있습니다. 책에 중요하게 언급되어 있지만 '드러커의 자동차'에 빠진 마지막 요소는 CEO입니다. 그래서, 저는 CEO를 운전자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결국 차를 움직이고, 모든 결정을 내리니까요.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드러커 선생이 말년에 가장 관심을 쏟은 주제 역시 CEO라고 합니다. 엔론 사태 등으로 CEO의 도덕성 문제로 고민도 많이 했고, 현대 사회의 핵심 요소로 CEO를 상정했습니다.
특히, 피터스 씨 처럼 스스로를 경영하는 주체로서의 CEO 마인드를 많이 강조합니다.

드러커 선생은 갔어도, 그의 혜안은 현대 경영 프랙티스 전반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 그를 대신할 경영의 구루를 저는 못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드러커 선생에 필적하거나 능가할 사람이 나오겠지요.

저는, 벌써 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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