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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협상에서 유용한 5단계 전략

Inuit 2008. 7. 20. 12:45
일전에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에 대한 포스팅에서 협상 준비 과정과 협상 진행 상의 유효 전략을 정리하기로 했지요. 그 두번째 테마입니다.
'돌부처..'에서 협상을 가로막는 5가지 장벽과 해결책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장벽은 대체로 순차적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협상 과정의 주요 흐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책의 구조를 차용하여 제가 실제로 의미있게 느낀 부분을 적어 봅니다.

1. My reaction -> Don't React: Go to the Balcony
게임의 정체 파악
실제로 협상해보면 절실히 느끼는 부분입니다. 게임의 정체를 꿰뚫어 보면 잘 풀어가게 됩니다.
당대의 전술은 세가지 범주입니다.
버티기, 공격, 속임수.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알면 지레 포기하거나 감정을 잃지 않습니다. 버티면 저도 버텨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지요.

생각할 시간 벌기
구체적 cool down의 시기입니다. 잠시 말 멈추기는 의외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좀 더 시간 컨트롤이 필요한 경우, '테이프 되돌리기'를 활용합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재검토하고 정리하고 리뷰하는 시간입니다. 아예 팀원과 생각정리 시간을 갖는 '타임 아웃'은 언제나 유용합니다. 꼭 기억하시길.


2. Their emotion -> Don't argue: Step to their side
나란히 앉기
나 vs. 너의 대결을, 우리 vs. 문제 대결구도로 가져가는 접근법을 하버드 협상학파에서 강조합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옆에 나란히 앉는 기회를 마련하기 권합니다.
저 같은 경우, 말로 전달하기 복잡한 변수 변화에 따른 대안 설명을 핑계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내가 당신 쪽으로 가서 설명해도 되겠느냐?' 묻고 랩탑을 펼쳐 아예 우리의 대안을 보여주며 나란히 앉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상대는 처음에 이 사람이 자기 logic을 다 내보이는 아마추어인가 의문이나 꿍꿍이가 있나 경계도 듭니다. 그러나, 질문과 대답, 설명과 논의를 하다보면 마치 한 팀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경청하기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협상의 승패가 갈린다고 봅니다.
협상전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불확실한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어떤 동인에 의해 움직입니다. 경청을 통해 상대의 핵심 문제를 파악 가능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상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제안을 마련합니다. 이 부분은 테이블에 앉기 전에 시나리오를 잘 만들수록 멋지고 창의적인 결과를 만듭니다.

말 반복하기
서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다소 적대적인 입장차를 이야기할 때, 굳이 내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는 상대입장에 동의하지 않고도 급속도로 심정적 격차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상대의 말을 반복해서 정리만 해도 상대는 이해를 시켰다고 느낍니다.
저는 보통 'I respect that ..' 식으로 정리를 합니다. 'I understand that ...' 과 'I agree that ..'의 중용입니다. 상대의 입장을 정리도 하고,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줍니다.

구뇌에 호소하기
사소한 YES라도 계속 쌓아 나가는 부분은 항상 유효합니다. 바보 같은 단순한 질문부터 예스를 유도하는 부분은 의외로 서로가 마음이 잘 맞는다는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또한 see, picture 등 감각언어를 사용하거나, 한눈에 개괄하는 시각 도구(visual tool) 또는 개념 모델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문제를 말할 때는 you-word를 지양하고, I-word로 표현하여 자극을 줄입니다. 반면 혜택을 강조할 때는 반대로 표현 합니다.


3. Their position -> Don't reject: Reframe
문제해결형 질문하기
상대의 입장을 장애가 아니라 기회로 생각하는 중요한 테크닉입니다. 항상 'Why?' 또는 'Why not?'을 습관화하면 좋습니다. 예전에 투자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은 put option에 엄청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듭된 '왜?'라는 질문에 재무적 이해관계를 넘는 정책적 이해관계를 읽었고, 상대에겐 정책을 주고, 저는 반대급부로, 제로에 가까운 낮은 이자율을 가져온 바 있습니다.
혹시 입을 잘 안여는 상대에겐, 내 이해관계를 드러내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옵션 만들기
이 때는 'what if?'라는 질문이 효과 만점입니다. 첫째, 상대방 옵션 공간의 크기도 가늠이 가능하며, 둘째, 대화 자체를 함께 대안 찾는 여행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느 정도 관계가 쌓이면 조언을 구하는 형식도 괜찮습니다. 저는 협상 상대가 저보다 나이 많은 경우가 많아, 경험에 대한 조언 구하기 형식으로 문제해결형 협상을 진행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한 기준 만들기
나누는 기준에 대한 논의입니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 상대가 상상할 여지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제시하는 기준은 상대에겐 의심스러운 기준입니다. 따라서 협상준비과정에서 찾은 기준은 암시나 질문으로 활용하고 상대가 기준을 찾도록 하면 대개 성공적입니다.
저는 어떤 경우, 실물 옵션의 가치를 계산하여, 우리가 주는 가치를 정량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댓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공손히 물은 적 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상응하게 돌아왔지요.


4. Their dissatisfaction -> Don't push: Build them a golden bridge
저는 두가지 단계와 두가지 계층을 고려합니다. 과정에서의 만족과 결과에서의 만족. 그리고 협상가의 만족과 소속 조직의 만족입니다. 이 과정에서 철두철미한 금언은 'Never push!'입니다. 끝까지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합니다.

과정과 결과
먼저 과정에서의 만족은 상대방의 참여도가 중요합니다. 내가 drafting 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건설적 비판을 요청한다든지, 잘 안 움직이면 선택권을 주어 단답식으로 고르게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결론면에서는 협상의 이후를 생각합니다.

협상가와 소속조직
대개 협상가는 조직의 미션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명예를 챙겨줘야 합니다. 이 협상에서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신나게 이야기 할 거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를 위해 사소한 버티기를 해줄 필요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가장 유용한 팁은 이겁니다. 대개 잘 준비된 협상에서 내 뜻대로 결과가 나왔더라도 상대의 체면을 챙겨줘야 합니다. 내게 지지 않고 상황에 양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3단계에 언급한 중립자나 공정기준 등이 중요합니다. 누가 봐도 객관적이면 내 주장도 효과가 크고, 협상 이후 상대의 마음도 편해질테니까요.
본질적으로는 협상의 결과에 상대가 만족해야 합니다. 협상이 재미난 이유는, 내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상대의 만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가장 짜릿한 부분입니다. 예컨대, 추천이나 홍보 같은 경우 내 비용은 없지만 상대의 효과는 매우 크지요. 이런 부분을 활용해서 상대에게 선물거리를 많이 찾아내면 창의적 협상이 가능합니다.


5. Their power -> Don't escalate: Use power to educate
정말 모든 단계를 세심히 주의하여 전과정에 임하는데도, 상대가 파워를 과시하려고만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저도 뚜껑 열리면서 'OK. let's stop here. So be it!' 하고 걸어 나가고플 때가 많습니다.
결국 모두가 지는 게임이 되지요. 이 때는 어떻게 할까요?

파워로 가르치기
YES는 문제해결형 협상에서 얻는 결과고, 파워는 NO를 말하기 힘들게 만드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파워를 사용해서 상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파워를 사용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상의 여지를 주는 부분입니다. "합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어떻게 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등을 묻는게 효과적입니다.

경고만 하기
톤 조절이 중요합니다. 위협을 하면 안되고 경고만 해야 합니다. 위협하면 상대는 다시 1단계로 넘어가 감정에 휩싸입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경고는 일의 결과에 대한 사전고지일 뿐입니다.

BATNA
내 파워의 원천은 BATNA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선 BATNA를 시위하고 그래도 안되면 일부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가능한 한 협상의 끈을 놓지 말고 단계적으로 BATNA 사용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탈출구
가장 좋은 제안은 항상 테이블에 잘 보이게 올려져 있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황금의 다리를 끊임 없이 강조해서 상대가 치러야 할 비용과 비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탈출구를 마련해 주면 효과가 큽니다.

교과서적 협상에서 말하는 내용 중, 제가 실무를 통해 효과를 보고, 무게감이 크다 느낀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이론가가 아닌 practitioner의 입장에서 적어본 글이라 다소 미흡합니다. 또, 살면서 이런 상황 다 생각하는 복잡한 협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외교의 연장이듯, 협상은 이해관계자간 대화의 연장입니다. 따라서, 협상의 주요 요소를 잘 이해하면 상충하는 이해관계 사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훌륭히 소화하게 되지요.

적다보니 긴 글입니다. 바라건대, 몇가지 팁만 얻지 마시고, 전체가 이야기하는 철학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상세는 잊더라도 협상의 정신을 놓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내면이 나아갈 길을 인도합니다. 팁은 그러한 창발적 길찾기의 한 갈래일 뿐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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