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 임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생 모든게 협상이라지만, 진짜 협상 테이블에 들어갈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막상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또 황당합니다. 시간은 없는데 이슈는 뒤죽박죽이고, 어디부터 무얼 준비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지요.
협상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진행의 요체는 '협상의 기술'이나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 등 과거 제 포스팅을 참조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상황에서 바로 응용 가능한 협상 준비 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체 내용은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에 나온 프레임웍을 따랐고, 이해가 쉽게 제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1. 이해관계 (Interests)
양자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말하여지는 요구사항이 아니라 그 요구사항이 나온 깊은 내면을 아는게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진정한 이해관계는 협상장에서 알아내지만,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나의, 또는 우리의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어떤 구체적 조건 (specific term)이 아니라 문제 (problem)로 환산하면 협상의 반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옵션 (Options)
파이를 나누기 전에, 파이를 한껏 키우는 방법입니다.
협상학에서는 ZOPA (Zone of Possible Agreements)를 늘린다고도 표현합니다. 내겐 작은 비용이지만 상대에게 큰 효익이 나는 부분, 또는 상대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 놓습니다.
이 부분에서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동료들, 협상팀원들과 다양한 토론과 의견 수렴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3. 기준 (Standards)
결국 파이가 부풀려졌고, 협의의 가능성이 더 많아졌으면 (positive ZOPA) 다음 단계는 칼대기입니다.
파이를 나누는 방법인데, 통상 반자르기 (split-in-the-middle)가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 협상력의 비대칭성에 따라 누가 더 갖느냐가 갈라집니다. 바꿔 말하면, 합의는 가능한 수준인데 서로 만족하도록 나누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잘못되면 감정의 싸움으로 바뀌고 다시 어려운 협상이 됩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자의 중재나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정성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협상 이전에 시장가치, 공정한 대우, 관련 법률, 업계 관행, 선례 등 다양하고 독립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도움이 됩니다.


4. 대안 (Alternatives)
협상을 포기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협상 말고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개념화해보는 단계입니다.
가장 중요하지만, 이론적 협상학이 아니면 종종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s)라고 하는 최적 대안이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협상을 포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BATNA에서의 개선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협상의 여지도 많아지고 일방적 탈취라는 협상결과도 방지합니다. 또한 준비단계에서 BATNA를 계속 개선하는 활동도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편이되기도 합니다. 실질적으로 BATNA는 항상 실행가능하게 준비해 두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상대의 BATNA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추정하는 부분이 준비단계의 핵심과정입니다.


5. 제안 (Proposals)
상황에 대해 총체적 이해가 깊어졌으면, 의미있는 '파이 나누기' 방법을 고안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BATNA와 내 BATNA 사이의 그 길입니다. 대개 세 단계로 준비합니다.
Best          Reasonable          Bottom Line

이상은 협상전 준비사항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고, 연습하는 것만큼 대단한 준비는 없습니다. 협상은 단발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프로세스이므로, 준비한만큼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앞의 단계를 정리한 협상 준비표입니다.
영화나 뉴스에 나오는 거창한 협상이 아닐지라도, 살면서 협상의 상황은 많습니다.
급한대로 이 표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는 연습만 해도 협상결과의 품질은 확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도움 되신 분은 나중에 댓글 달아주세요. ^^


[ 협상 준비 표 ]
My InterestsTheir Interests
1.
2.
3.
1.
2.
3.
Options
1.
2.
3.
4.
5.
6.
Standards
1.
2.
3.
4.
My BATNATheir BATNA



Proposals
Best

Reasonable

Bottom Line


  1. BlogIcon firstlove 2008.07.06 11:35

    저도 업무로 종종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는데

    inuit 님 처럼 전문가적 견지에서 생활에서 나와야 되는데

    마음대로 잘 안될때가 많아...아직 내공 수양중입니다

    • BlogIcon inuit 2008.07.06 23:43

      와.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암튼 내공수양에 정진하시면 부쩍부쩍 효과가 있을거라 믿습니다. ^^

  2. BlogIcon 마루 2008.07.06 12:06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들려야 하는데, 마음만큼 쉽지가 않아 늘 아쉬운 마음입니다.
    좀 더 시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7.06 23:44

      마루님 안녕하세요.
      목요일에 태터랑 통화하실 때 근처에 있었습니다. ^^

      혹시라도 글이 도움되셨다면 저도 기분이 좋네요.

  3. BlogIcon 격물치지 2008.07.06 16:58

    혹시 협상쪽으로 모종의 집필이 있는 건 아닌지요 ^^

    • BlogIcon inuit 2008.07.06 23:45

      아니.. 그랬으면 말했겠죠.
      혹시 책 쓰라고 푸쉬하는 중? ^^;

    • BlogIcon Read&Lead 2008.07.07 09:40

      만약 inuit님께서 협상에 관한 책을 세상에 내놓으실 경우, 협상 2.0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전 개인적으로 웹 2.0이란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케이스엔 꼭 쓰고 싶네요. ^^)

      프로 협상가들의 대거 등장에 의해 협상이 일상 대중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현상들이 창발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

    • BlogIcon inuit 2008.07.08 22:19

      협상 2.0이라.
      정말 매력적인 개념인걸요.
      모두가 윈윈 협상가가 된다.. 구미가 당깁니다. ^^

  4. BlogIcon kyoonjae 2008.07.07 00:58

    지난 해 학교에서 '협상론' 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한 학기 내내 10번 정도의 협상을 실제로 했는데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통합적 협상' 이라는게 얼마나 힘든지, BATNA 가 약할 때의 불안한 마음이 경험했습니다.

    inuit 님이 정리해놓으신 협상준비표를 보니, 매 시간마다 협상 준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를 알고 계세요 :)

    • BlogIcon inuit 2008.07.08 22:20

      네. negotiation simulation이 생각보다 현실감이 있지요.
      전 친 형처럼 지내는 분에게 된통 당했는데 어찌나 섭섭하던지. ^^

  5. BlogIcon 당그니 2008.07.07 01:01

    책 낼 때 인세협상은 어떻게 하면 되요? ㅎ.ㅎ 출판사는 적게 주려 할 것이고, 저자는 많이 받으려고 할 텐데요 ㅎ.ㅎ. 협상은 칼과 총만 안들었지, 전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종종. 그리고 받아들일 것인가, 뒤엎을 것인가,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하고 -_-;; 늘 그런 긴장상태죠. 저도 위 포스팅처럼 개념화되어야하는데 잘 안되네요 ㅜ.ㅜ

    • BlogIcon inuit 2008.07.08 22:21

      저 위에 준비를 잘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유용한건 BATNA죠.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 책을 내겠다.
      그 다음은 인세에 대한 공정한 룰입니다. 근거 바탕으로 주장하시면 됩니다.

  6. BlogIcon 지식노동자 2008.07.07 10:46

    평상 시에 자주 발생하는 협상아닌 협상에서도 감정 조절이 안됩니다. 감정 조절이 안되면 직시하는 눈이 흐트러지고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쉽게 흔들리고 약점을 노출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협상에는 내공이 많이 필요하네요.^^

    항상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읽고 이해하기 쉬워서 무척 편안하게 방문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7.08 22:23

      네. 절대 감정이 이입되지 않게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세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losing temper는 호되게 댓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7. BlogIcon yoono 2008.07.07 12:02

    항상 좋은 글 읽고 있지만, 이번 글은 특히나 실질적으로 당장 도움이 될 글입니다. 읽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관통하네요. 블로그에 글을 좀 담아가겠습니다. 허락해주실꺼죠?

    • BlogIcon inuit 2008.07.08 22:24

      출처 명기하셨으니, 괜찮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

  8. goodness 2008.07.07 15:13

    요 며칠 그동안 포스팅 하신 글을 다 읽었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도 inuit님처럼 항상 공부하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게 수련모드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

    그리고 또 한가지!
    PDA를 상당히 유용하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추천하시고 싶은 PDA 모델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 BlogIcon inuit 2008.07.08 22:28

      PDA 마지막 쓴게 HP 3715였습니다. 매우 훌륭히 잘 썼습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 씁니다. 블랙잭인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음 기종도 스마트 폰으로 하려 마음먹고 있습니다.
      블랙잭이나 옴니아 고려해 보세요.
      HP 스마트 폰이라면 칫솔님 블로그에 괜찮은 게 있더군요.
      (http://chitsol.com)

    • goodness 2008.07.09 09:10

      조언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면서
      이만 다시 열독자의 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7.09 22:36

      다시 잠수십니까. ^^;;
      가끔 숨쉬러 나와주세요.

  9. BlogIcon mode 2008.07.08 08:59

    곧 회사 그만두게 되니 그때 참고를.. +_+

    • BlogIcon inuit 2008.07.08 22:29

      연봉 협상 해드릴까요? 수수료는 석달치 월급. -_-;

    • BlogIcon mode 2008.07.08 23:18

      제 석달 월급이 inuit님 한달 월급보다 적을것을.. ㅜㅜ 그걸 삥을 뜯으시려는 겁니까! 흐흑~

    • BlogIcon inuit 2008.07.08 23:54

      삥이라니요.
      정당한 수수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10. BlogIcon 오픈검색 2008.07.08 17:55

    늘 협상에서 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글을 통해서 앞으로는 승률을 50%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협상이 있는 전날에 한번씩 와서 읽어야겠는데요^^ 잘 배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7.08 22:29

      네. 협상 직전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도움 되시면 좋겠네요. ^^

  11. BlogIcon 그만 2008.07.08 18:44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관계에서 협상은 정말 지난하고 고된 작업이죠. 더구나 서로 물러설 곳이 없는데도 무작정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은 사람을 미치게도 만들죠.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참고가 되겠네요.

    • BlogIcon inuit 2008.07.08 22:30

      성사에 대한 압박, 이해관계자 들을 잘 컨트롤하는게 협상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아픈거 다 나으셨나요. 그만님 보려나 생각했다가 안오셔서 걱정했네요.

  12. BlogIcon 한때는 테리우스^^; 2008.07.09 08:51

    협상중에 가장 힙든 것이 가족간의 협상인 것 같아요..
    전 딴 사람들과는 정말 협상도 잘하고, 웃으면서 양보와 실익을 취하는 편인데..(극히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만.. ㅋㅋ)
    병원의 실제 주인장인신 장인과의 협상은 도무지 힘이 들더군요..

    화가 나고, 때려치고 싶고... ㅎㅎ

    암만해도, 때려치고 나가도 밥은 먹고 산다는 생각과, 옛말에도 있듯이 '보리쌀 서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한다' 는 말이 참 와닿더군요.. --;

    가족과의 협상 잘하는 법도 따로 있을까요??
    나름대로 삼갑자의 내공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ㅎㅎ

    좋은 의견 있으시면 좀 알려들 주세요...

    • BlogIcon inuit 2008.07.09 22:33

      직장에서의 보스이자, 장인과의 협상 말이십니까. ^^;

      가족과의 협상엔 '사랑'이 최고라고 믿습니다.
      이 부분에서 ZOPA가 엄청 커질겁니다.

  13. BlogIcon 엘윙 2008.07.09 18:48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협상을 잘 이끌어 나가려면 전략이 필수겠지요.
    요렇게 정리해놓으면 실전에서 잘 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저는 상사한테 사소한거 보고할때도 노트에 정리를 해보고 합니다. 머릿속에 있는걸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중요하더라구요. ^^
    그나저나 우리 팀장님은 협상을 잘하시는거 같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게 뭔지, 우리가 원하는게 뭔지를 잘 파악하시고선 떡밥을 날리시더군요. 우후후후.

    • BlogIcon inuit 2008.07.09 22:35

      참 좋은 습관입니다.
      미리 할말을 정리해 보고 보고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단연 차이가 있지요.
      성공확신 엘윙님입니다. ^^

  14. Mystories 2008.07.15 09:00

    예전에 포스팅되었던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를 지난 주 휴가때 짬짬이 읽었습니다. 이번 글을 보니 책 내용이 잘 정리되어 되새김질 되네요.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 소진을 위하여 남들 보다 먼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왠지 적금 깨서 써버린 기분이네요 -_-;; )

    • BlogIcon inuit 2008.07.15 22:25

      와 잘하셨어요.
      마일리지 요긴할 때 쓴다고 모아봤자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날라갈 공산만 크죠.
      어디 다녀오셨어요? 좋았겠습니다. ^^

    • Mystories 2008.07.16 16:42

      사이판 다녀왔습니다. 키즈풀(아이가 4살입니다.)에서만 발 담그며 놀다 왔지요. -_-;;

    • BlogIcon inuit 2008.07.16 22:46

      와. 좋은데 다녀오셨네요.
      가족이 한동안 행복하시겠어요.
      이야기 거리도 풍성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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