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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아이들과 자카르타

Inuit 2008. 11. 2. 21:30
토요일은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마음과 반대로, 감동 없이 외식 한번으로 때우게 되는 예년 생일이었습니다. 올해는 다르리라 굳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들과 깜짝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음력인 자기 생일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엄마를 속이는 사기대작전을 벌이기로 합니다.

범행 장소 물색
집에서 좀 벗어나야 좋겠지요. 마침 아이들 시험이라고 2주간 주말에 멀리 간적이 없습니다. 바람 쐴겸 강화도 여행이나 가자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뭐 대단한일 했다고 그리 멀리 가냐고 타박은 했지만, 그리 큰 반대는 안합니다.

통신확보
이 부분이 제일 어렵습니다. 네 식구가 항상 붙어 지내고 이야기 많이 하는 관계로, 아이들과 저만 몰래 이야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세명이 모여 속닥거리면 나머지 한명은 꼭 따라 들어오니까요.
"뭐야 뭐야? 좋은 일있어?"
결국, 엄마가 잠든 틈에 새벽에 일어난다든지, 잠깐 가게 간 틈을 타서 비밀회동을 통해 모의를 진행했습니다.

역할분담
조달책: 아이들 (풍선, 편지 등 깜짝 파티 소품 준비) 아빠 (케익)
운반책: 물품을 각자 사물에 숨겨 범행장소 집결. 큰 물건은 차에 은닉
유인책: 당일, 아빠가 엄마 유인
범행장소설계: 아이들이 빈집에 장식 완료
자금책: 아빠 (실비 정산)

범행시뮬레이션
엄마 몰래 어떻게 소품을 준비하지?
우리가 시험 끝났으니까 바람 좀 쐬겠다고 엄마에게 부탁드릴게요. 마트에서 물건을 사 놓을게요.
어떻게 숨겨 들어오지?
주머니에 이렇게 이렇게 구겨서 들어오면 되요.
OK
케익은 어떻게 숨겨? 트렁크는 엄마가 짐 넣고 뺄 때 보이는데?
운전석 아래에 틈이 있어요. 거기에 모포로 감싸서 숨기면 되지요.
그렇구나.
당일은 말이지... 이런 대사를 하자꾸나.

얘들아 우리 모두 산책가자.
그냥 저희들 집에서 놀면 안되요? 닌텐도 하고 싶어요.
그래? 여보 애들 냅두고 우리끼리 데이트할까?
와아~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빠, 30분이면 우리 솜씨로 시간이 부족할듯 해요. 오시기 전에 다 못마치면 어떻게 하죠?
그렇구나. 그럼 아빠가 엄마 전화를 두고 갈게. 그리고 30분쯤 전화할게. '심심하니?' 물어볼거야. 준비가 다 되었으면, '심심해요.' 대답을 하고, 시간이 필요하면 '안 심심해요.' 대답을 해. 그럼 아빠가 알아서 시간을 끌게.
그러면 되겠구나.. ^_^

위기일발
아이들은 모의의 즐거움에 짜릿함을 느낍니다. 범행일까지 시간 기다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특히, 막내는 입이 근질거려 참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엄마 생일이 언제야?"
(딸과 아빠는 경악)
엄마 안 보이게 눈짓, 손짓으로 어버버 입을 막느라 부산해집니다.

30초후
몰래 방으로 들어와서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줍니다. 아빠는 강하게 타이르고, 고문까지 합니다. 제일 괴로워하는 턱수염 부비부비 공격에 들어갔습니다. 아마, 이 후로도 더 이상 배신은 없을겁니다.

결과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소한 어긋남이 있었지만, 철저한 사전 연습이 있었기에 차질없이 완벽히 맡은 역할들을 수행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보니, 벽면 가득한 풍선과 풍선마다 달아놓은 사랑의 편지들.. 긴 풍선으로 강아지도 만들고 오뚜기도 만들고..
그야말로 완전범죄였습니다. 엄마는 며칠전 쯤 생일이 여행과 겹치는건 알았지만, 생일 파티를 하는 여행인지는 몰랐습니다. 케익도 하나 없나 내심 섭섭했다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 준비되어 있었지요.

이 정도, 사랑의 범죄는 용서받을만 하겠지요? ^^
자카르타: 완전범죄를 뜻하는 범죄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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