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생략) 전략 담당 임원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회사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란 생각만 막연하게 듭니다. 혹시 MBA에 입학해서 공부를 한다면 어떤 과목들을 하면 관련된 일을 하는데 좋은지, 제가 생각하는게 전략 담당 임직원이 하는 일인지 궁금해서 여쭙게 되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이 IT를 회사의 전략으로 삼아 IT-driven innovation이 제 목표입니다.
- CIO는 모든 조직에서 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IT 기술이 비즈니스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서 중요하지요. 예컨대, 구글이나 NHN 같이 사업을 위한 서버를 많이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구매와 운용이라는 비용측면, 비즈니스에 직접 연관짓는다는 사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반 기업이라면 ERP, CRM 등 유행따라 한번씩 시스템 깔고 잠잠해질 공산이 많습니다.
- CIO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투자효과 (ROI)를 증명하는 일입니다. CIO의 자원은 예산(budget)이고, 그를 정당화하려면 효과를 선행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IT ROI는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얼기설기 계산은 가능하지만 제공하는 사람이나 보고 받는 사람이나 모두 믿기 힘들어 합니다. 결국, 힘있는 부서가 추진하지 않으면 시스템 도입조차 어려울 정도로 ROI 증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CIO가 실적 내기 어렵고, 힘있는 CIO 나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 CIO 들의 업보가 있습니다. 마치 컨설턴트들이 한탕하고 빠지듯, 컨설턴트 끼고 CIO끼리 담합해서 IT 시스템을 묻지마 도입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CRM, ERP, BSC, SCM 등등 수두룩이지요. 진짜 담합이 아니라, 기업 뒷골목의 루머로 대세화 함을 말합니다. ROI 증명이 힘드니, 'A사, B사도 다 도입 직전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입을 정당화 합니다. 그 부메랑으로 경영진들은 세글자 IT 시스템에 학습된 앨러지 반응을 보입니다. 경기 후퇴시 가장 먼저 예산 삭감되는 분야도 IT구요.
-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IT 멤버들이 비즈니스를 잘 이해 못합니다. 업의 특성이 어떻든, 한번 배운 초식을 여기저기 쓰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특성과 조직 편제, 고객 특성에 따라 도입하는 시스템을 다르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 검증과 안정성에 급급한 나머지, 써 본 시스템 또 써 먹기에 바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산출물의 편차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조직 특정적 리스크(organization specific risk)때문입니다. 실제 비즈니스를 뼈 속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부서라면 사랑받지 않을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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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type 2009.03.31 08:37
CIO 는 Career Is Over 란 뜻이다, 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어디선가 접한 후로 완전히 기대를 접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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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2009.03.31 10:46
M님껜 이토록 좋은 조언자가 있다니.. 살짝 부러운걸요^^
담엔 호박도 의견좀.. (굽신굽신)
날씨가 많이 풀렸어요~
요런날 소풍갔어야하는데.. 호박은 아쥬 추운날 소풍갔다
감기걸릴뻔 했다지요(뒤숭맞아.. ㅋㅋ)
오늘하루 벚꽃같은 행복이 활짝~ 피시길 바랄께요^^
봉마니요~★ -
Ares 2009.03.31 10:57
우연히 지나다가 처음 글을 남깁니다.
오전부터 이런 좋은 보게 되다니 참 기분이 좋네요.
향후 저의 경력 관리시 참고 하겠습니다.
저는 경영보다는 경제학 위주로 공부 예정입니다. -
겸수 2009.03.31 11:19
확실히 IT쪽 ROI 입증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정확히 말해, 힘들다기 보단 모호하죠.
뭔가 업적을 알리려면 성과산출을 하긴 해야 하는데,
뜬구름 잡는 식이라 inuit 님 말씀처럼 서로 믿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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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식 2009.03.31 12:57
inuit님께서 좋은 조언을 주셨으니 제가 따로 할말은 없습니다만, 저는 web application 개발쪽 system engineer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경영 컨설팅 일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IT를 좀 경험하니까 요즘처럼 IT 인프라가 중요되는 상황에서 경영을 이해하기가 훨씬 도움이 되더군요.
유능한 CIO가 되려면 IT는 기본이고 경영(특히 프로세스)과 산업 전반을 반드시 알아야 하죠. 그저 전산담당부서의 장으로 포지셔닝한다면 거기서 stay해버리고 말겁니다. m님, 성공하시길 빕니다.
(관련글을 트랙백 걸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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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댁 2009.04.01 22:14
이 토댁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답니다.
꿈과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지 중요하다는것을 이제사 깨달았지 뭐예욤. 에궁..바보!!!..ㅋㅋ
감기 얼른 나으셔야죵.
제가 주문에 소홀했나 봅니다.다시 욜심히 주문 걸어드립니당...수리수리마수리~~~~ -
쉐아르 2009.04.02 11:59
와... 저도 이렇게 조언해주시는 선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상황도 쫙 적어볼게요. 상담 좀 부탁드립니다 ^^
'C'자가 붙을려면 말씀하신 것처럼 경영을 알아야겠지요. 오히려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간 관련된 이야기로 Good To Great의 한 챕터가 생각이 나네요. 기술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전략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이야기요. 그런 마인드를 가진 CIO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
이철웅 2009.04.04 18:50
막상 공부를 하면서도 그 모호함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
게다가 케이스를 통해 읽는 저 과거의 기록들이 아닌
실제의 미로속에서야 그 막막함은 비할바 없겠지요.
M님께서도 막상 공부를 시작하시면 지금 생각과는 다른
많은 고민과 갈림길에서 고민하시게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꿈이 다음 걸음에서는 디디고 서있는 받침돌이
되길 저도 기원합니다.
inut님 감기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기어이 감기 걸리셨네요 ^^;;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깊이를 놓치지 않는 폭넓은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역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혹시.. 2009.05.28 16:19
음.. 뒤늦게 댓글을 답니다.
일전에 미국 한 네트워크 케이블링 업체에 근무하는 CIO를 뵌 적 있습니다. 한국분이시더군요. 그 분의 세미나에서 제가 감명을 깊게 받았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분이 한국 CIO들에게 주는 조언은.
1. 기업 경영/비즈니스 회의에 꼭 참석해라
2. 각 현업 부서장들과의 미팅을 먼저 신청해라
3. 당신 회사의 고객사를 방문해라(고객사 방문을 영업사원의 일로 치부하지 말아라, 당신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바로 그 고객사다, 그 고객사가 뭘 원하는지 알면 IT 부서가 회사 현업이 요구할 때 대응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어떨때는 현업보다 더 먼저 시장을 읽을 수 있다.
4. 재무재표를 읽을 줄 알아라
등이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내용이 많은데 혹시 같은 분이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