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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큐브 20일 사용해보니

Inuit 2009. 5. 28. 00:05
제가 텍스트큐브로 옮긴지도 벌써 20일이 되었네요. 짧지만 한참 같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애초 같은 태터툴즈 기반이라 티스토리와 하부구조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몇몇가지 지향점이 다른 이유로 그 느낌은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항상, 처음 얼마간에 차이를 명확히 느낍니다. 시간 지나면 둔감해지지요. 그래서, 그간 텍스트큐브 사용하면서 아쉬운 점과 좋은 점을 적어봅니다.

아쉬운 점들
1. 모바일 페이지는 대체 어디로?
가장 황당한 부분입니다. 국내 블로그툴 중 태터 계열이 가장 앞서 제공한 모바일 페이지입니다. 'm, 그 간결함의 미학'에서 칭찬했듯 티스토리를 포함해서 태터툴즈 블로그는 주소 뒤에 m만 붙이면 간결한 텍스트 버전의 모바일 최적화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그런데, 텍스트큐브에서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네이버도 모바일 전용 페이지인 http://m.naver.com 을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의 사용이 갈수록 늘어가고, 오즈를 비롯해 모바일 인터넷과 모블로깅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있는 옵션을 굳이 없앤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피드백 코너에 물어봤더니, '고객님 사랑합니다. 감사!'의 뻔한 답만 하더군요.

제가 텍스트큐브를 떠난다면 그 첫째 이유가 모바일 페이지 미지원일겁니다. 틈틈이 블로그 보는 재미가 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답답한 화면 기다리다 보면, 내가 '텍스트큐브를 쓰는구나, 태터툴즈가 아닌가보구나.' 생각이 절로 납니다.

2. 유니폼으로 대동단결?
태터툴즈를 툴로 쓰는 블로거들은 대개 자유로움과 독창성에 매료되었을겁니다. 그런데, 제공되는 스킨이 너무 적어 모두가 교복 입은 느낌입니다. 티스토리에 있는거라도 갖다 쓰면 좋겠는데, 그게 옳은건지도 모르겠고, 할줄도 모르고 참 답답합니다. 도움말 페이지를 보면 설명이 너무 간단해 저 같이 기술적인 세부를 잘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도 업데이트도 안된 예전 이야기가 많더군요.

돈 없어서 헤메는 회사 아니라면 스킨은 주기적으로 릴리즈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제겐 100명 경품보다 제 집 모양 바꿔줄 스킨이 더 실질적이고 그래서 유혹적입니다.

3. 아이피가 큰 비밀일까?

보면 한숨만 나오는 IP

그 다음 아쉬운 점은 방문자의 아이피를 암호화해서 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방문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사항이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텍스트큐브 이용자는 못 믿고 텍스트큐브 방문자를 보호한다는 정책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개 바빠서 남의 아이피 추적하고 있을 시간이 어딨겠습니까. 하지만, 진짜 중요한 순간은 악플 달렸을 때입니다. 텍스트큐브가 제공하는 도구는, 제거만 가능하지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종종 rince님 사례처럼 이해당사자가 악플 다는 경우 어떤 상황인지 블로거가 알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 그 자유를 뺏을까 궁금해집니다.

4. 우클릭 차단을 조장하는 메뉴
티스토리에서 이웃에 마실 다닐 때랑 비교하면 체감으로 달라진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텍스트큐브 이웃들은 너무 많은 분들이 드래그가 안 됩니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

크롬에서 트랙백을 하려면 자바스크립트가 안먹어 드래그로 트랙백 주소를 꺼내야 하는데, 우클릭은 물론 드래그도 안 됩니다. 결국 그냥 트랙백 안걸거나 꼭 필요한 경우는 손으로 보면서 타자를 치곤 합니다. -_-

처음엔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이 폐쇄적인가 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설정 메뉴의 문제같네요.
마우스 우클릭 차단이 무슨 대단한 저작권 보호 조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긍하기도 힘들지만, 이렇게 설정메뉴에서 쉽게 작동 가능하니 깊은 고민 없이 켜놓은 분, 마음이 편한듯 해서 켜 놓은 분 등등 많겠지요. 하지만, 우클릭 막는다고 가져갈 사람이 못가져가지 않습니다. 안 가져갈 사람만 고생시키는 옵션이지요.

5. 플러그인은 없는지?
예전 태터툴즈나 티스토리는 플러그인을 개인이 켜고 끄고, 설정 가능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패키지를 구성하는 가치와 재미가 있지요. 텍스트큐브는 자애로운 수호자인지, 대부분 기능을 통으로 쓰든지 말든지 입니다. 그나마 종류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Creative Commons 설정은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전 비영리-저작자표시 조건하에서라면 제 글을 마음껏 쓰도록 저작권을 설정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글마다 끝에 써야할지, 공지를 해야할지.. -_-


좋은 점
지금껏 약간 쓴 소리를 했는데, 이게 전부라면 전 이미 다른데 갔지 이런 글 쓰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특히, 좋은건 전반적으로 좋고, 나쁜건 특정적으로 나쁘게 느껴지는 점도 분명 있지요. 텍스트큐브의 장점은 확실합니다.

1. 커뮤니티
저를 잡아두는 유일한 점이기도 합니다. 티스토리는 태터툴즈를 전문적으로 운영해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댓글 달 때 로그인이 되어 있어 글창이 편하다는 점 빼고는, 같은 티스토리라고 더 좋은게 없습니다. 동질감은 요원하지요. 소속감은 언감생심입니다. 오죽하면 쿨짹님은 이글루스에서 티스토리로 이사했다가 다시 복귀했을까요. 서비스 내부에서의 삭막한 고립감이 티스토리의 특징입니다.

반면, 텍스트큐브는 커뮤니티성이 매우 강합니다. 관심블로그가 있어 텍스트큐브 사용자끼리 관심의 정도를 수치로 보여주고, 관리가 쉽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 같은 주제가 있는 블로거를 열심히 짝지어(match-making) 줍니다.

제가 앞서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선뜻 옮기지 못하는것도 벌써 친해진 텍스트큐브 이웃들 덕분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친분이 생기면 툴에 대한 의존성은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기능
역시 기능상의 강점이 제일 눈에 띕니다.
  • 티스토리에 태터툴즈 코어를 이전하고 계속 진화시킨 탓인지, 아니면 단순 느낌인지 텍스트큐브가 티스토리보다 깔끔하고 풍성한 느낌이 많습니다. 속도도 어느정도 빠른게 느껴집니다.
  • 특히 원래 태터툴즈에 있다가 티스토리에서 사라진 리퍼러 화면에서의 a/s 키로 전후 이동하는건 감격이었습니다. 다시 태터로 왔다는 느낌이 들지요.
  • 에디터도 빠르고 간결합니다. 티스토리는 안쓰는 메뉴가 너무 많아 복잡한 느낌입니다.
  • 이미지 올리는 기능과 플리커 연동은 신선합니다.
  • 포스트 통계 기능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어느 글에 댓글이 많은지, 많이 찾는 포스트는 어떤 건지 쉽게 파악 가능합니다. 별도의 유틸리티가 필요 없어서 좋습니다.
  • 태터에 있던, 그러나 티스토리에 없던 RSS 리더가 텍스트큐브에서는 텍스트큐브에 한정해서지만 관심블로그 알리미 형태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RSS는 한RSS로 읽으니 텍스트큐브 이웃만 챙겨서 보게 되어 편합니다.

큰 기대
이상으로 그간의 느낌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쓴 내용도 있겠지만, 텍스트큐브 담당하시는 분들이 본다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총평하면 텍스트 큐브는 매우 쓸만하지만, 크리티컬한 흠이 몇개 보인다는 점입니다. 앞으로가 중요하겠습니다. 말만 살아 있고, 개선은 죽어있는 서비스라면 사랑받기 힘들테지요.

또한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사용자에게 텍스트큐브 운영진이 친근하고 가시적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만족이지만, 앞으로 변화하고 개선하는 부분에 많은 기대를 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