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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나리오 플래닝

Inuit 2009. 9. 17. 20:00
먼저 클리쉐 부터.
소련의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한 사나이. 스필버그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2050년대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낸 인물.
Michael Porter의 모니터 그룹
자회사인 GBN (Global Business Networks)의 회장.
피터 슈워츠, 그리고 그가 사용하던 시나리오 기법

이렇게 광고 같은 글만 보면 뭔가 새끈한 미래학 방법 같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마법의 구슬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 예측력만 놓고 보면 슈워츠나이스빗 방법론의 엄정함을 못 따라가지요.

시나리오 플래닝의 정확한 의미는 그 쓰임새에서 찾아야 합니다. 앞 글에서 '전략이 상정하는 미래관'을 정리했습니다. 이 중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정론적 세계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나온 방법론임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이 가진 비선형성으로 실제 적용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말했습니다.

유정식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실제 적용에 대해 명료한 답을 주는 책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부제)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경영 컨설턴트로서 시나리오 플래닝 퍼실리테이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유정식 님의 책입니다. 출간 당시 제가 소개도 드렸지요. 막상 저는 나오자마자 사 놓기만 하고, 책 쓴다고 정신없어 못 읽었습니다. 책을 탈고하고 나서 제일 먼저 잡고 본 책이기도 하지요.

컨설턴트인 저자답게 실전적 요령을 세세하고 꼼꼼히 적었습니다. 실전 사례를 통해 도출한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은 7단계입니다.
  • Phase 1 핵심이슈 선정: "무엇을 의사결정할 것인가?" (경영진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의 초점 형성)
  • Phase 2 의사결정요소 도출: "무엇을 알아야 의사결정 할 것인가?" (통제 못하는 외부요소만이 대상)
  • Phase 3 변화동인 규명: "변화동인은 어떠하며 핵심은 어느것인가?" (의사결정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와 맥락을 구분)
  • Phase 4 시나리오 도출: "의미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변화동인간의 관계를 통해 의사결정에 의미있는 경우의 수를 추출)
  • Phase 5 시나리오 쓰기: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변화동인의 연관관계를 실제적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언어로 기술)
  • Phase 6 대응전략 수립: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전략요소로 이뤄진 전략테이블을 통해 전략대안 마련)
  • Phase 7 모니터링: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까?" (변화동인을 살피기 위한 모니터링 요소와 조기경보를 위한 임계치 설정)

이 책의 가장 미덕은, 추상적이거나 공허하거나 또는 오해와 혼돈의 소지가 많은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을 매우 소상히 적었다는 점입니다. 방법론이 피부에 와닿고, 꼼꼼히 체화하면 얼추 따라할만큼 상세하고 설명적입니다. 실로, 시나리오 플래닝 매뉴얼이라도 봐도 무방합니다. 덤으로 컨설팅 프로젝트의 진행 요령이 일부 녹아 있지요. 워크샵 요령, 팀 구성 방법 등입니다. 실용적입니다.

이게 꽤 대단한 미덕이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책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프로젝트 수주를 병렬로 의도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핵심이나 중요한 곳은 얼버무립니다. '내게 오면 가르쳐 주마' 톤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많이 보급되어 시장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책만 보고도 흉내는 낼 수 있을 정도로 꼼꼼히 적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같은 지점에 있습니다. 이 책 읽는 사람 중 실제 시나리오 플래닝을 실행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시나리오 플래닝이 뭔지 알고자 하는 사람, 맛만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소상한 면도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폰이 뭔지 궁금해서 책을 샀는데 아이폰 작동 매뉴얼을 손에 쥐어준 상황이랄까요. 실제로 제가 진행하는 부서 독서 경영에서 두 명이 이 책을 선정해서 읽었는데, 둘 다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좀 더 자잘한 아쉬움은 리스크에 대한 글에 적었듯 서두의 불확실성 설명에 의욕이 앞서 장황하고 몰입에 방해된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드그렌의 거지같은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저자의 노고와 열정이 뚝뚝 묻어나는 책입니다. 또 세부에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만 좇아 읽으면 시나리오 플래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꽤 정확히 알게 됩니다. 한상 그득 차려진 정찬입니다. 어떤 조합으로 배를 채울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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