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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부활 YES!] 숨가쁜 전진, 진화

Inuit 2009. 9. 22. 22:00
137억년 전 무한 질량의 대폭발이 있었다. 무려 38만년이 지나서야 전자가 포획되어 겨우 눈에 보이게 된 우주다. 가득한 수소 기체가 급히 식어 일부는 별이 되고 원자들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주 수준에서는 근자에 해당하는 46억년 전에야 지구가 엉겼고, 물리적 원자들은 화학 작용을 시작했다. 지구 탄생 후 11억년이 지나서야 세포 형태의 최초 생물이 나타났다. 세포들은 연합하여 생체를 이루고 역할 분담을 했다. 감각세포, 운동세포, 그리고 신경세포가 되었고, 이 중 특별한 신경세포는 뇌라고 불리운다. 뇌가 유달리 발달한 한 개체군은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주변을 궁구하여 자신이 비롯한 우주의 기원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가.

진화가 진보는 아니지만, 비가역적 개선 과정임은 틀림없다. 생물의 가장 위대한 진화적 도약은 시야(vision) 확보다. 레티날의  광화학 작용으로 우연히 빛을 감지하게 된 생물체는, 빛을 못 알아보는 생물체보다 진화적 우위를 차지한다. 빛 감지 생물체 중에서는 모양을 파악하는 생체가, 또 그 보다는 동작을 파악하는 개체가 더 생존하기 쉬웠다.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 남은 중에서는 색을 인식하는 생물들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이런 환경과의 투쟁에서 비롯된 선택압 (selection pressure)은 진화적 돌파를 이뤄낸다. 정확히는 진화적 돌파를 이룬 종족이 선택압을 이겨내지만 말이다. 이 부분은 소통에서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면 믿게(seeing is believing)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복잡한 요소를 패턴으로 인식하고 그 패턴을 감정으로 저장한다. 감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공포, 분노, 기쁨, 슬픔이다. 이러한 감정은 4F를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4F란 싸우기, 도망가기, 먹기, 그리고 짝짓기 (fight, flee, feed & mate[각주:1])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감정은 공포다. 공포는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싸우고 도망가는 일을 담당한다.


그럼 먹고 짝짓는건 어떨까. 이를 위해 보상의 화학물질이 있다. 특히 도파민은 포도당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짝짓기를 하면 분비되어 뇌의 행복중추를 활성화 한다. 결과적으로 도파민은 뇌에서 우리의 태도와 동기, 학습능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애무나 스킨쉽을 통해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배우자에게 충실하게 만드는 일부일처 호르몬이기도 하다. 비정한 생물학자는 그래서 인간을 DNA의 숙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위험을 피하고, 생존하며 번식할 때, 내부의 행복물질이 분비되어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인센티브는 DNA가 설계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잉여부활 YES!]


도마뱀의 뇌가 갖는 의미는 진화론적 맥락에서 찾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 포인트인 감정과 시각의 중요성도 진화론을 이해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묵직한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쓰려 십여번 고쳐 쓰며 노력했습니다만, 책의 핵심과 직접 관련 없어서 장렬히 잉여가 되었다는 전설.. ^^


아참.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1번 잉여인 안토니우스 사례는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진짜로 부활했습니다. 편집자님께서 살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1. 짐작하겠지만 f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가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