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파도 큰 내색 안하는 아들.
이틀전부터 간간히 배 아프다 하더니, 놀랍게도 맹장이 터졌다.

#2
보통 맹장수술에 비해, 터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어서 수술동의서에 서명하라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3
엄마가 짐 챙기러 간 새, 들어가게 된 수술실.
눈물 안 보이려 깜빡깜빡이는 아이 모습을 보고 내가 그만 울어 버렸다.

#4
계속 농담하고 장난치고 지분거려 주다가, 막상 수술실 앞에서 가장 심각한 얼굴로 인사한 바보 아빠.
'인생은 아름다워'의 위대한 부성애에는 한참 멀었다.  

#5
내내 의연하다가 수술실 상황이 안 보이는게 싫다던 아이.
양복주머니에 꽂아놓고 간 안경을 보니 가슴이 서늘하다.
앉기도 서기도 힘들어 잠시 나가 무작정 걸었다.  

#6
자식 귀히 여기는거야 모든 부모의 공통이지만,
가능만하다면 저 고통을 대신 하고 싶은 이 비이성적인 본능은 대체 DNA 어디쯤 코딩된 것일까?

#7
'수술은 잘 끝났지만 *&(#))&)@₩&'
예후를 봐야하는 몇가지 경우와 그 위험에 대해 집도의가 설명을 한다.
일단 애가 무사하다는 말에 맥이 탁 풀리며 어지럽다.
뭔 말인지 귀에도 안 들어오고..
많이 긴장했었나 보다.  

#8
장마비니 고름집이니 아직도 조마조마 지켜봐야 한다.
수술 직후는 아픔이 심해 평소 의젓함과 달리 짜증을 낸다.
하지만 이내 부드러운 평소 얼굴이 되는 순한 마음에, 다시 울컥해진다.

#9
물질적으로만 넉넉하지 고대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게 없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옛날이었으면 아들을 잃을뻔했다.
그 누구, 그 무엇에게도 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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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정용민 2010.03.12 10:59

    아버지로서 공감 할 수 밖에 없네요. 아드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17

      성원 고맙습니다.
      모든 아비의 마음이 매한가지 같습니다...

  3. BlogIcon 레이먼 2010.03.12 12:36

    얼마나 아팠을까요....
    자식 둔 아비의 심정! 다 같은 모양입니다.
    빠른 회복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18

      네. 정말 그래요.
      같이 걷기 운동할때 아파하면 제가 대신 100바퀴라도 돌고 싶어져요..

  4. BlogIcon isanghee 2010.03.12 14:04

    메모만 읽어도 눈물이 다 나는걸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19

      isanghee님 오랫만입니다.
      부모마음이 다 통하나봅니다..
      가족 모두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5. BlogIcon 2010.03.12 14:43

    맹장터지면 수술만큼이나 고통스러운게 밥을 못먹는거죠
    TV에서 피자광고라도 나오면 입에서 침이 폭포수마냥 흐른답니다ㅠ
    퇴원하면 맛있는거 사주세요ㅋㅋ

    • BlogIcon Inuit 2010.03.14 22:19

      네. 옐님.
      지금 그렇지 않아도 아이는 리스트 작성중입니다.
      퇴원하면 먹을 것 1순위에서 10순위까지..

  6. BlogIcon 하민빠 2010.03.12 15:24

    수술이 잘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아드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20

      네. 수술도 잘 되고, 느리지만 경과도 좋은 쪽으로 가서 저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7. BlogIcon 광이랑 2010.03.12 16:46

    힘내세요!! 곧 씩씩해질것입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20

      네. 고맙습니다. 저도 씩씩해질걸 믿고 있습니다.

  8. BlogIcon Kyoonjae 2010.03.13 02:56

    아드님 수술한 자리 빨리 아물도록 기원하겠습니다. 금방 또 막 뛰어다닐 수 있도록요!^^

    • BlogIcon Inuit 2010.03.14 22:22

      특히 두번째요..
      매일 부산하던 아이가 움직이는걸 딱 싫어하니 마음이 몹시 무겁죠.
      그렇다고 안 움직이면 회복이 늦고..

  9. BlogIcon 고어핀드 2010.03.13 09:58

    힘내세요. 쾌유를 빌어요!! :)

    • BlogIcon Inuit 2010.03.14 22:23

      네. 성원고맙습니다..

  10. BlogIcon 엘윙 2010.03.13 11:07

    아드님이 의젓하군요.
    금방 회복할거에요. 힘내세요!!

    • BlogIcon Inuit 2010.03.14 22:23

      엘윙님 응원이 힘이 많이 될겁니다..

  11. BlogIcon 태현 2010.03.13 20:44

    수술이 잘 됐다니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BlogIcon Inuit 2010.03.14 22:24

      네. 지금 회복중이고 점점 좋아지니 다행입니다.
      성원 고맙습니다.

  12. BlogIcon 산나 2010.03.13 21:59

    많이 놀라셨겠어요...아드님의 쾌유를 바랍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25

      산나님 바쁘실텐데, 굳이 찾아와 말 남겨주시고.. 고맙습니다.
      아들에게도 산나님 이야기 전해줄게요.
      '산티아고'책 읽어서 산나님 압니다..

  13. BlogIcon idyllic 2010.03.13 22:23

    에고, 큰일 치르셨네요.. 토닥토닥.
    착하고 의젓한 아드님인만큼 금방 회복해서 툭툭털고 일어날거라 믿습니다. 빠른 쾌유 빌겠습니다. :)

    • BlogIcon Inuit 2010.03.14 22:26

      그러고보니 idyllic님도 간호사시죠.
      어떤 과죠?
      이번에 병원에 지내는데 간호사 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잘 해주셔서 참 마음 편히 지냈습니다.

    • 2010.03.16 17:2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7 22:40

      네.. 그렇군요.
      제 아내도 같은 곳이었는데.. ^^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4. BlogIcon 2010.03.14 16:41

    저도 딸 둘 키우는 엄마로서, 이누잇님 심경에 완전 이입돼서 읽었습니다. 심장이 얼마나 쿵쾅쿵쾅거렸을지..
    무사히 잘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빨리 회복하길 바랍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27

      네. 부모맘 부모가 알죠.
      펄님 말씀이 많이 힘이 됩니다.

  15. BlogIcon 격물치지 2010.03.14 20:55

    분명 시언이에게도 큰 경험이었을 겁니다. 잘 회복하고 봄에 가족끼리 만나서 야구했으면 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0.03.14 22:28

      엉.. 여러모로..
      빨리 회복되어서 봄에 뛰어다니는걸 보는게 내 목표이기도 해.

  16. cookins 2010.03.14 21:14

    저도 읽으면서 찡하군요. 수술이 잘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아드님의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4 22:28

      블로그까지 찾아와주셨군요.
      고맙습니다..

  17. BlogIcon 띠용 2010.03.14 23:53

    에구.. 수술이 잘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이 포스트를 왜 뒤늦게서야 봤을까요;

    • BlogIcon Inuit 2010.03.15 00:05

      그러게말입니다.
      띠용님 항상 순위권이신거 아는데..;;;

  18. BlogIcon 토댁 2010.03.15 09:12

    며칠 못 들른 사이 큰 일이 생겼네요,
    곧 또 다시 씩씩한 운동권의 아드님의 모습이 되실겁니다.
    걱정마세요.^^;;

    의연하신 아드님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오는군요.

    화이팅!!

    • BlogIcon Inuit 2010.03.15 23:48

      맞습니다. 곧 다시 운동권이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니까 빨리 낫겠지요..

  19. nabi 2010.03.15 11:58

    정말 많이 놀라고 힘드셨겠어요...
    아이들은 속히 쾌차하니, 마음 달래세요.
    더 의젓해진 아드님을 뿌듯하게 바라보실 일만 남았네요.
    온 가족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5 23:53

      정말, 그말씀이 딱 맞습니다.
      상태 안 좋은거 비해서는 그래도 매일, 아니 매시간 조금이라도 낫는게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큰 일 겪고 나면 더 의젓하고 성숙해지겠죠..
      고맙습니다.

  20. jericho 2010.03.15 16:41

    에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바로 제가 그런 일을 당한 것 처럼요..
    아무쪼록 아드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5 23:53

      깊이 공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빨리 나을듯 합니다..

  21. BlogIcon mahabanya 2010.03.16 09:32

    글을 읽는 시점에는 이미 회복중인가 보군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윗분들 말마따나 아이들은 회복도 빠르고, 현대 의학은 현재 수준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니 심려를 살짝 놓아 가벼운 마음을 가지셔도 괜찮지 싶지만... 만약 내 자식이 그런 상황이라고 상상하면... 무리다orz 상상만으로도 힘든...

    • BlogIcon Inuit 2010.03.17 22:39

      네. 회복이 갑자기 빨라지더군요.
      exponetial했습니다. ^^

      아이 아픈거 부모로서 보기 꽤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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