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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서비스에 값 매기는 방법

Inuit 2010. 9. 6. 22:00
폭풍같은 출장이 시작되기 직전의 주말, 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다녀오니 자전거가 온통 흙투성이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전거가 더러워지면, 아들이 닦아줍니다. 저는 고마움으로 약간의 용돈을 줍니다. 이번에는 자전거가 형편없이 구석구석 흙투성이라 품이 보통 들 일이 아니었지요.

저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들아,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 네가 한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아빠에게 청구해 보렴. 합리적이라면 네 청구에 따르도록 하마."

-_-?

한참을 고민하던 아들, 답을 합니다.
"3천원 받을래요. 이유는.. 아빠를 사랑하니까요."

사실 전 제대로 설명만 하면 만원이라도 줄 용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진한 답에 마음이 뜨거워졌지요.

이후에, 서비스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예시를 가지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우선, 원가기반의 가치산정법은 들어간 소모품의 가격과 인건비의 가치를 기반으로 적정한 마진을 붙이는 것인데, 이 경우 초등학생 아들은 인건비의 공정시장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으니 불리한 방법입니다.
둘째, 역사적 가치기준법이 있는데, 이는 실제 일어난 거래를 기본으로 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번에 훨씬 멀쩡한 자전거를 닦았을 때 용돈으로 3천원을 받았습니다. 이 경우, 그 보다 일의 규모가 컸으니 적정한 기준으로 두배나 세배를 청구하는 방식입니다.
셋째는 시장가치 환산법입니다. 자전거를 집에 와서 닦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경우, 예컨대 수동세차의 경우를 비교하여 적당히 가감하면 됩니다.
넷째는 사용자 가치법입니다. 제가 직접 자전거를 닦을 경우의 제 시간가치와 기회비용을 환산하는 것이지요. 제가 최소 30분 작업하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계산가능하니 그 보다 약간 적게 청구하면 합리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합니다.

별 것 아닌 가벼운 일이지만, 프리랜서의 밥줄이 서비스 가치 산정이지요. 특히, 원가기반의 방식보다는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에서 역산하는 사고의 전환에서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도 그 점을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아빠를 사랑해서, 저번과 동일한 가격에 서비스하겠다는 그 착한 마음에 그냥 못 이기는척 3천원을 주고 말았지만, 아빠와 아들이 서로 배운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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