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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맛보기

Inuit 2011. 1. 5. 22:00
여행의 진미 중 하나는 단연 음식입니다. 제 블로그에도 음식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상의 음식은 허기를 채우고 기운을 돋우는 에너자이저의 역할입니다만, 여행 중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기질이 다 담긴 경험의 압축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여행하기 위해 먹기 보다 맛보기 위해 여행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산 사람이 있었네요.

김보연

세계 맛보기에 단지 일가견 있을 뿐 아니라, 중독적으로 탐닉하는 저자는 누구나 꿈에 그릴만한 맛 여행을 글로 적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책과는 좀 다릅니다. 

우선 많은 음식, 다양하게 커버하겠다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등을 제외하면 책의 2/3는 이탈리아 음식입니다. 

넓이를 포기하는 대신, 독특한 깊이를 추구합니다. 아예 며칠씩 눌러앉아 지내면서 음식점 리스트를 하나씩 클리어합니다. 철저한 체험형입니다. 특히, 가급적이면 음식 만드는 사람을 인터뷰해서 음식의 철학이나 뒷 이야기등 스토리를 곁들여 냅니다. 글 읽다보면 후딱 달려가 먹어보고 싶은 지경입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마치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를 연상케 합니다. 대상이 음악에서 음식으로 치환되었을 뿐, 열정과 감성이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음악이나 음식 자체보다 그러한 저자의 열정에 사람들은 동화되는 겁니다. 절대 다수의 동의가 아닌, 홀로만의 감성적 이야기라도, 스토리가 있다면 더 쏠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위에 말한 구조적 부분이 아닙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감칠맛 나고, 때로 쫄깃하고, 대개 상큼합니다. 다양한 비교와 실감나는 설명은 경쾌하고 감성적입니다. 책에서 커버하는 도시가 얼마 없어, 후속이 나올 여지가 충분하니 저자의 다른 작품도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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