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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2010] Sliding down the hills

Inuit 2011. 1. 2. 16:27
올해, 아니 작년에 이어 연말연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스키를 졸랐지만, 전 단호히 No라고 했습니다. 조용한 곳에서 책도 좀 읽고 맛난 음식 먹고 생각도 하며, 정말 푹 쉬는 휴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당도한 곳은 스키 리조트. 목적지가 바뀐건 아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출발 2주 전에도 예약 가능한 곳이 회사 콘도 밖에 없더군요. 이왕 간 김에 아이들 스키나 실컷 태워주고 몸으로 노는 여행으로 컨셉을 바꿔 잡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한테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둘째 낳고 스키를 안 탔으니 거의 10년 만의 스키이니까요.

13년전 캐나다 근무할 때, 첫 아이 태어나고 바로 한달 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부임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한국은 주5일 근무가 없던 터라, 가족 없이 혼자, 그것도 눈 밖에 없는 캐나다의 겨울에서 유독 긴 주말을 그냥 보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 조언대로 스키 장비 사서 주말마다 스키장에서 시간을 보냈지요.

직장 동료에게 A자로 스키타는 요령만 듣고, 몸으로 굴러가며 배운 스키라 폼도 엉망이고 썩 잘 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슬로프가 스무개도 넘는 그 큰 스키장 맨 오른편에서 시작해서 왼편 슬로프까지 다 돌고야 집에 오는게 일과였습니다. 당연히 중간에 그린, 블루는 물론 블랙 코스에 블랙 다이아몬드 2개짜리도 있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통과했지요. 결국, 모양 빠지더라도 어떤 코스든 안 다치고 내려오는, 요령 위주로 터득한 생존형 스키지요.

딸과 아들은 스카우트 스키캠프를 몇 차례 다녀온 터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제법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아빠랑 같이 타고, 또 사람 없이 한산한 슬로프에서 연속해서 계속 타니 실력도 쑥쑥 늘고 스키의 재미를 많이 느꼈던듯 합니다.

아들은 재미가 너무 좋은지, 오후 내내 타고도 밤늦도록, 볼이 빨갛게 얼도록 숙소로 들어갈 생각을 안 합니다. 문제는 자전거도 요 몇 달 못 타 다리에 근육이 덜 붙은 저입니다. 아들 페이스 따라 타다가 첫날 완전 녹초가 되었습니다. 

다음 날은 주말에, 신년에,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어 쾌적하지 않았습니다. 어딜가도 줄이었지요. 결국 전날처럼 즐겁지가 않아 리프트 시간이 남았는데도 그냥 스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과 눈속에서 정말 긴 시간을 함께 몸으로 놀아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온도에, 온통 눈으로 뒤덮인 겨울이라는 제약을 즐거운 놀이로 바꾸는 겨울 스포츠의 맛을 함께 감상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간간히 주어진 묵상의 시간에, 저는 올해도 아이들과 아내 모두 무탈하게 건강히 지내기를 기도하듯 바랬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신나는 한해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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