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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Abroad to Seoul

Inuit 2011. 3. 27. 17:37
딸과 서울 나들이를 갔습니다.
강남역 들러 일을 보고, 다시 대학로로 갔습니다.

아이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좋아했던 터키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인지 문을 열지 않았더군요. 다시 마로니에 공원으로 나왔습니다. 

이틀 전 큰 눈 뒤로 바람이 아직도 맵지만, 햇살은 금방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세상이 온통 빛이고, 바람 잦은 골목에선 잠시 앉아 있다 꼬박꼬박 졸게끔 따사롭습니다. 

농악패와 구경꾼이 어울려 춤추고 노는 흥겨운 장면들,
세상에 할 말이 많아 거리로 나온 여러 단체들,
거리 한 켠을 빌려 농구하는 청소년들,
낮술 한잔에 세상의 정점에 선 듯 호탕하게 웃고 다니는 젊은 무리들,
그리고 수줍게 또는 능숙하게 데이트에 나선 수많은 커플들
등등 사람 구경 자체로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습니다.

액세서리 가게도 갔었지요. 평소의 절제와 검약 정신으로 아이는 머뭇거립니다. 저는 아이의 눈이 선망으로 오래 머무는 아이템이 있으면 주저없이 사라고 했습니다. 별것 아닌 작은 동전지갑 따위에 아이는 무한히 행복해 합니다.

늦은 점심 먹으려던 계획은 이른 저녁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의 기대도 많았고, 따뜻한 볕속을 한참 걸은 탓인지 음식은 더 맛납니다.

저는 뜻밖에 풀러스 에일을 만나 한잔 마시고, 아이는 터키식 차를 마셨습니다. 이 모든 순간 순간들이 재미나더군요.

마지막은 청계천이었습니다. 물가라서 다소 바람이 세지만, 물길 따라 걷는건 항상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제법 먼길이지만, 지칠 기색도 없이 금새 걸었습니다. 수많은 징검다리는 거의 다 건너봤지요.

 
요즘 미래와 진로에 대한 폭풍같은 고민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를 보며 뭔가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설교 같은 이성적인 말의 다발만으로는 효과가 적을 듯 합니다. 아이에게 머리까지는 이야기해도, 가슴에 당도하기 어려운 혼란의 시기니까요. 그래서, 아예 하루를 온전히 내어서 그냥 세상과 부대끼며 오감의 경험을 하길 바랬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목적 없이 소일한 하루는 저나 딸에게 무척 신기하고 재미난 시간이었지요. 마치, 해외라도 다녀온듯 충만한 하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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