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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뒤바꾼 20가지 스캔들 본문
(Title) Fortune: Scandal! Amazing tales of scandals that shocked the world and shaped modern business
역사가 진화한다면 실패로부터 배우는데 그 핵심이 있겠지요.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일쑤고, 그 중 큰 실수는 학습을 통해 반복의 고리를 끊기도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메커니즘은 법과 규제겠지요.
인간 사회에 있어 비교적 새로운 체계인 경제에서, 특히 이러한 규제는 인간의 시스템 남용을 막기에는 항상 느린 측면이 있습니다. 크래커와 백신처럼 시스템 남용과 규제는 시차를 두고 쫒고 쫒기는 관계를 형성하게 마련이지요.
그런 면에서 대담한 경제사기범들의 20가지 사례를 정리한 이 책은 세상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줍니다. 항상 누군가는 -친구를 등쳐먹든 다른 회사를 벗겨먹든-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어떤 모험도 감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지요.
의외로 가장 질 낮고 수준 낮은 사기인 폰지 기법이 많은 점도 놀랍습니다. 폰지 수법은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유치해, 나중에 온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배당을 하며 규모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돈을 버는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로 부풀려지다가 반드시 빵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습게도 거의 백년 전에서 최근의 나스닥거래소 이사장 매도프까지 폰지 류의 사기는 매우 흔합니다. 높은 수익을 탐하는 투자자들의 마음과 선하고 신뢰성 넘치는 감언이설로 그들을 속이는 사기꾼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폰지는 늘 씨앗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문제는 폰지의 결과는 너무 가혹해서 돈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 의지, 감정까지 송두리째 말아 먹습니다.
좀 더 복잡도를 높인 사기는 회사를 세우는 방법입니다. 회계를 조작해서 횡령을 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하는 스킴이지요. 이 경우 문제가 들통나기 전까지는 성공한 CEO, M&A의 귀재 등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게 특징입니다. 이 부분도 진짜 성공의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거덜난 잔고로 주가의 폭락과 함께 경제면을 장식하며 끝나게 마련입니다.
규제 이야기로 가면, 이런 대형 건수에 따라 회계와 감사의 엄정성, 내부적 강건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GAAP로 대변되는 현대 회계학의 맹점을 보기좋게 속여 넘긴 월드콤이나 엔론 따위의 기업에 의해, 사베인스 옥슬리 법 같은 거추장스러운 부담만 늘어나게 됩니다. 사회 전체의 후생은 늘어나겠지만, 법을 지키는 선량한 기업에겐 또 하나의 부담일 뿐이지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은, 한탄스럽다는 점입니다. 뭔가 멋진 일을 하다 실패한 경우들이 아니라 작심하고 남 등쳐먹는 이야기라 읽는 내내 우울할 뿐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 집중하게 만듭니다. 내 스스로를 경계하고, 세상을 저어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데는 좋은 계기일 수 있지만, 읽기에 그닥 즐거운 스토리는 아님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