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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 2011] 17. Lost in Rome

Inuit 2011. 8. 29. 22:00

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시 테르미니 역이었습니다. 역에서 아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 이탈리아와 로마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아들입니다. 아래 층쪽으로 화장실 표지가 보이니 혼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기차역이라, 유료일듯 해서 1유로 하나 쥐어서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2분쯤 지났을까, 아차 싶었습니다. 테르미니는 큰 역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로마의 표지판은 가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모호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돌아오는 계단이 똑 같이 생긴게 두개 있어 되짚어 올 때는 헛갈리기 쉽습니다. 

저는 단박에 아래층으로 내달았습니다.
역시 화장실이 두개 있습니다. 왼편에 하나, 오른 편에 하나. 

과연 아들이 어디로 갔을까? 일단 왼쪽을 가봅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아이가 그 안에 없습니다. 오른쪽인가 봅니다. 후다닥 가보니 아이가 없습니다.

이국 이탈리아의, 싹싹하지 못한 도시 로마에, 메마르고 광할한 테르미니에서 아이를 잃어 버렸습니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머리에 피가 솟습니다. 흥분하기보다 침착해야할 순간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들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아들 입장에서 경로를 추적해야 합니다. 모든 분기의 가능성을 살펴 길과 가능성을 하나씩 따내야 합니다.

우선 다시 위로 올라가, 딸을 첫번째 분기점인 아래 층 사거리에 세워 놓습니다. '넌 여기서 동생이 지나는지 주위를 둘러봐야 해. 절대 찾는다고 움직이면 안 돼. 아빠가 널 찾으러 올 때까지 여기서 등대 역할을 하는게 네 임무야.' 상황을 이해한 누이는 임무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처음 아이가 길 떠난 위층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립니다.

저는 오른쪽 분기점을 하나씩 뒤지다가 아이가 길을 혼동했을 법한 계단을 발견합니다. 처음과 꼭 같이 생긴 계단입니다. 그리로 올라가니 과연 저 멀리서 아이가 정신없이 엄마 아빠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입니다. 

테르미니 지나는 사람이 다 쳐다볼만치 큰소리로 아이를 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제 소리를 들었습니다. 웃기게도 저는 아이에게 뛰어가고 아이도 제게로 뛰어 중간에 또 서로 놓칩니다. 다시 이름을 크게 불러 찾았습니다.

겨우 손을 잡고 안도하는 부자. 아이는 그제야 참았던 불안과 공포가 목을 타고 오릅니다. 
"어디 갔었어? ㅠㅜ"

어디 가긴. 네가 길을 잃은거란다.. 

너무 평온한 여행에 두고두고 기억할 추억과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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