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았던 답사다. 

서울대 병원이 미스테리 퍼즐을 풀어 나가는 인디아나 존스형이라면, 
이번 답사는 징글징글 몸 고생이 심한 007 카지노 로열 스타일이다.

딸이 가고 싶어한 곳의 이름은 정확히 '경희대 건축조경 전문대학원'이다.
서현의 책에서 찜해둔 곳이다.

당연히 휘경동으로 가려 했지만, 다행히 딸이 미리 알려줬다. 
"아빠, 서울 아니고 수원캠퍼스에 있대요."

날을 잡아 용인으로 향했다.
출발한지 30분도 안되어 금방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도착한 것 까지는 좋았다.

어디지?

사실 문제의 조짐은 출발 때 느껴졌다. 
차량에 붙은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내비에서 모두 목적지인 건축조경전문대학원 이름이 안 떴었다.
가끔, 정확한 이름이 아니면 안 뜨는 경우가 있어 그렇거니 하고 가장 비슷한 예술디자인대학원을 목적지로 찍고 갔다.

그런데 건물 생김이 다르다.

안에 들어가보면 건축과, 조경과 교수실도 있고 분명 맞는것 같은데, 딸이 보고자 하는 건물이 아니다.

일단 철수.

날이 영하 십도가 넘는 추위라 차에 들어가 부녀는 열혈 검색 모드.
이어진 아빠의 한탄.

"망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날짜를 주목하니 2009년 이후로 건축조경전문대학원에 대한 결과가 안나온다.
인터넷 시대의 뉴 도그마.

"검색되어지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게 불확실하다. 
여기가 맞는지, 전제가 틀렸는지, 존재는 있는지..
조그마한 휴대전화로 더 이상 검색하는게 어려워서 집에 SOS를 쳤다.
PC 전문 검색요원 엄마가 붙었다.

그 동안 부녀는 차로 인근 건물을 뒤졌다.
다행히 유튜브 자료 하나를 확보하여 여기 어딘가에 있겠다는 믿음으로 전진.
동영상의 창문 밖 풍경을 기억에 두고 주변 건물을 하나하나 훓었다.

결과 없이 가솔린만 태우던 차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 공대 체육관을 개조한 건물이라는 중요 단서.

'공대로 가자.'

처음 와본 경희대 국제캠퍼스지만, 몇분간 하도 지도를 뚫어지게 봐서 이젠 지리를 외웠다.
공대는 정문 옆의 건물이다. 
차로 즉각 이동.

공대 건물을 차로 뱅글 돌고, 다시 건물 안에 들어가 찾았는데 역시 건축조경대학원은 없다.
낭패..

중간에 크기나 모양 상 비슷한 도예과 건물까지 가 봤지만 헛수고.

와서 한시간 넘게 헤멘 시간도 아깝지만, 우리 딸 첫번째 공부 프로젝트가 이렇게 이유도 모른채 좌절할 순 없었다.

따라 와라.

(계속)

  1. BlogIcon 나무 2013.03.02 11:36

    다음 편에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쳤는지 궁금하네요. 추운 날씨에도 일부러 찾아갔다면 눈에 띄는 건물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니 어떤 반전이 있을지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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