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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본문
이용재
"우와, 이거 봐."
딸과 함께 건축에 대한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갔을 때, 부녀는 거의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녀의 여정과 매우 닮은 컨셉의 책이니 말이다.
주저없이 구매를 했다.
그리고 읽어보니 사실, 딸과 함께 건축여행을 다닌다는 전제만 닮았다.
이 집은 아버지가 건축을 했다. 난 공부를 돕고 지지할 뿐이다.
이 집 딸은 의류에 관심이 있다. 우리 딸은 건축이 관심이다.
이 아버지는 건축을 접고 택시를 몰며 글을 쓴다.
난 회사 경영을 하며 글을 쓰고 건축을 공부하러 다니고 있다.
저자 이용재의 말솜씨는 탁월하다.
건축은 물론이고, 한국의 역사와 근방의 지리, 그리고 건축가의 은원까지 꿰어나가는 해박함이 우선 돋보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쫀쫀하다.
딸과 티격거리며 수다를 풀어놓는 아빠라는 컨셉이다.
그래서 지식이 과히 넘쳐도 아빠의 흔한 열성으로 눙치고 넘어갈 수 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이용재의 글은 콘크리트다.
단단하고 유구하되 매우 차갑고 까칠하며 배타적이다.
제 식구 훈기 유지할 정도의 넉넉함이 다 인것으로 느껴진다.
물론, 면식조차 없는 사람을 글로만 평가하기는 무리란걸 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아무튼, 이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건축 중에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보고 싶은 곳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아름답고 의미 깊은 건축이 많다는 뜻이고,
그 숨은 의미를 잘 풀어놓는 화자의 솜씨가 뛰어나다는 의미다.
책을 우리 부녀 답사 끝날즈음 입수한지라, 간김에 더 볼 곳을 못 봤음은 물론,
이미 답사한 곳에서도 놓친 부분이 있어 아쉽지만, 다음에 챙겨보면 될 터이고
이런 인문학적 향취가 강한 전문 서적이 여러 분야에 많았으면 좋겠다는게 책 읽는 내내 절절히 들었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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