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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건축가 만들기: (9) 문화가 문화를 만나는 도시 본문
여섯번째 답사지는 파주출판도시다.
건축을 꿈으로 정하기 이전부터 딸이 한번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차타고 지나가다 본 풍경이 참 좋았나보다.
또 그런 시각적 진동이 농축되어 꿈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하 15도로 수도권 한파가 심한 날 딸과 아빠는 길을 나섰다.
이젠 딸이 알아서 어디어디 갈지 미리 조사를 해 놓는다.
밤늦게까지 검색한 흔적이 길었다.
파주출판도시는 내 책의 기획단계에서 출판사 미팅을 하려 들른 적이 있다.
그땐 건물 안 돌아가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엔 순수히 외양만을 탐닉하는 날이다.
그러다보니, 당시엔 그냥 멋지군하던 건물의 실루엣이 전혀 다르게 와 닿았다.
정말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이고.
여기에 조경 더해 모아 놓으니 문화다.
여러가지 심상이 떠올랐다.
한적하고 여유롭게 건물 앞에 차 대어 놓는 우리 독일 법인 풍경도 생각나고,
널찍널찍 공간이 시원한 미국 소도시도 생각이 났다.
그 세련된 우미함은 놀이공원같기도 하고,
생활과의 정합은 리조트 단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딸과 아빠는 눈가는 모든 건물을 가까이, 또 멀리 들여다보고,
문열리고 계단 안 막히면 들어가 보고
게걸스럽게 단지를 탐닉했다.
영하의 추위는 끝나고서야 느껴졌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파주출판도시가 통째로 쇠락해가고 있다는 점.
"아빠 왜 이렇게 공실이 많아요?"
"책 장사가 안되어서 그렇지.."
"왜 사람들이 요즘 책을 안 읽어요?"
"너를 돌아보렴. 책 말고 볼게 많잖아.."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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