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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딸 건축가 만들기: (11) 부석사에 가기 전

Inuit 2013. 5. 19. 10:00

일곱번 째 답사지는 부석사다.

가보진 못했을 망정, 모르는 사람은 없는 국민 기둥,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예전에 교과서에서 봤을 때 배흘림이 뭔지, 주심포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외웠던 그런 곳.

다른 건축과 달리, 부석사는 지방에 있어 멀다.
쉽게 접근하지 못하니까 가기전에 공부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점.
우리나라에 부석사가 둘 있다. 
서산 부석사와 영주 부석사.
이중 영주 부석사가 흔히 유명한 그 부석사다.
서산 가서 배흘림 기둥 찾는 사람 꼭 있다.

영주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화엄종 본찰이다.
고려 이전의 목조건축이 우리나라에 다섯개 있는데 그중 하나다.
봉정사 나오기 전에는 최고 오랜 목조건축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면, 그깟 목조건축 오래된게 무슨 큰 일일까.
오래가는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재건 벼락이건 바람이건 지진이 되었든, 
세월되면 삭아내려 외부 충격에 무너질 여지가 있는게 건축이다.
석조도 그 운명을 벗기 힘들지만, 목조는 현저한 위험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을 버텼다는 점에서 고목조건축은 중요하다. 
공학적인 탁월성에 대한 세월적 검증이기 때문이다.
서현의 해석에 의하면 건축의 최적화와 진화의 증거다.

날렵한 처마의 곡선, 화려한 기둥 위 공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세월을 견디기 위한 목수의 고안이란 점을 염두에 두면 건물 보는 재미가 다르다.

배흘림 역시 마찬가지다. 
아래가 갈수록 넓어지는 나무의 특성 상 민흘림을 쓰는게 싸고 편하다.
굳이 나무를 깎는다면, 아래 석대를 깎는 것보다 쌀 때 타당하다.
즉 미학보다 경제학이다.

마찬가지로, 기둥 위에만 공포가 올라간 주심포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이쯤 마치고, 아무튼 영주로 향했다.

서울서 자가용으로 가면 세시간 거리의 부석사다.
하지만, 답사여행은 대중교통이 제맛이다.
집에서 목적지를 차로 그으면 점대점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점과 점을 잇는 선까지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또한, 대중교통은 이산 값(discrete value)에 해당한다.
지정된 시간에 차를 못타면 한시간 또는 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의 사용이 매끄럽지 못한 불연속이지만, 반대로 쉼표가 숨을 불어 넣기도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터미널이 있는지 살짝 놀랄 건물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뱅뱅 돌아도, 카페는 없고 '다방'만 즐비하다.
그래도, 수백명의 사연이 교차하는 그곳은 사람냄새 진하고 보기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