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아들을 위한 선물, 제주 자전거 일주 본문
우리집 교육철학은 다소 독특하다.
일반적인 공부는 원하는게 아니라고 믿었다. 시대에 맞는 사람,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개척하도록 돕는게 교육의 목표다. 재미삼아 '상속세 제로의 대물림 프로젝트'라고 칭했다. 아이들 자라는 시기와 상황에 맞춰 함께 보낸 시간을 블로그에 적어가며 많은 학부모 블로거들과도 교감해왔다. 세가지가 핵심 축이다.
첫째이자 코어는 독서교육이다. 유럽 명문가의 독서 교육 방식을 모티브로 우리 현실에 맞춰 조절을 했다.
둘째는 여행이다. 역시 유럽 명문가의 주된 방식이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즐거우며 배움이 있는 여행을 많이 했다. 유럽만 따져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을 공부와 겸해 다녀왔다.
나머지 한축은 액션 러닝이다. 딸과는 건축가의 꿈을 알아보기 위해, 책을 읽고 거리로 나가 건축물을 보았다.
그리고, 아들과도 하고자 했던 꿈이 있었다.
자전거로 제주를 일주하기다. 처음 꿈을 세운 날이 2009년 4월 4일이고,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시 안경을 쓰고 있으면서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녀석을 보면서, 저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자전거로 돌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함께 몸으로 부딪히며 평생 갈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게도 의미가 있었다. 성장할 아이의 페이스를 못쫓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을 경계하고 유지해온 축이, 나의 10번 꿈 자전거 일주였다.
당시 그 꿈이란게 히말라야를 셀파없이 오르는 느낌의, 먼 이야기였다. 불면 날아갈듯 작고 여린 아이와 제주를 한바퀴 돌다니. 하지만, 길게 호흡을 가졌다. 제일 먼저 실행한 건 아이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일이다. 나 역시 매 주말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유지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나는 중간에 다리 연골이 찢어져 수술도 하고, 마비가 와서 고치기도 했다. 그새 아들은 내 키를 훌쩍 넘어섰고, 제주에는 자전거 전용으로 한바퀴 돌 수 있는 환상도로가 막 완공되었다.
지금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다소 뜬금없다.
지난 주말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집에 들어오다 눈물흘리는 앳된 병사를 봤다. 잊지 않았지만 내려두고 있던 꿈이 벼락같이 생각났다. 입시한다고, 대학갔다고 어영부영하다보면 아이는 저 나이의 군인이 될게다. 내 육신이 더 좋아지진 않을거고 시간은 항상 맞추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아이의 제대후에는 같이 할 또 다음 꿈이 있다. 그전에 끝내야 하는데 지금이 적기였다.
들어오자마나, 아들에게 바로 자전거 일주를 다가오는 주말에 하지 않겠냐 물었다. 아이는 선선히 그러자고 했다. 늦게 발동이 걸려, 요즘들어 늦도록 창백히 공부하는 녀석이 시간이 부담스럽다 이야기하면 수긍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특하게 그자리에서 제의를 수락해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그래서,
2764일만의 그 꿈을 향해
우리 부자는 오늘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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