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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기획천재가 된 홍대리

Inuit 2004. 11. 17. 00:37

하우석

하는 일이 기획인지라, 쓸모가 있을까 해서 읽은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소설형식으로 '기획인간'이 되어 가는 홍대리의 이야기를 그렸고, 뒤 후반부는 '홍대리의 비밀 노트'라는 형식으로 기획의 요소에 대해 설명을 해 놓았다.
제목에, 구성에 이만하면 퍼펙트 아닌가.

들었던 느낌은, 역시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점. 이책의 value 중 반은 제목이다. -_-
소설은 전문 소설가가 아닌고로 습작 수준임을 이해한다 쳐도, 진짜 내용은 딱히 쓸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남의 지적 고생의 산물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마치 이공계를 대상으로 한듯 따분한 내용에, 마케팅 관련한 툴을 집중 설명한 함량 미달의 기획 포인트들에, 너무 평이해 산만한 구성까지 더하면 마치 양복바지에 가죽잠바 입고 갓을 쓴 듯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어찌보면, 읽었던 시간이 아까와 좋지 않은 평을 써가며 또 시간을 쏟는 내가 바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책에도 장점은 있다.
먼저, '기획인간'이라는 컨셉은 유효하다.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지 기획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은 일의 성패와 자신의 발전에 결정적 차이를 부여한다. 또한, 마케팅 기획에 있어서는 책에 소개된 tool이나 framework이 좋은 길잡이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길잡이일뿐 책에 소개된 피상적인 이해만으로 덤비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쉽다는 점에서는 아쉽다. 어차피 마케팅 원론도 아니니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맥만 짚고 넘어갔기에 길잡이로 쓰기에는 딱이다.

기획.
이처럼 많이 들어 보면서도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아무튼 전략기획과 경영기획을 하는 나로서는 기획의 외연을 많이 축소 시켰다는 점에서 아쉽고, 언젠가 내가 그런 부분을 세상에 채울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제목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 기획" 이쯤되면 좀 팔리려나?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