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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Inuit 2019. 6. 1. 08:38

어렸을때, '업타운 '이란 노래를 처음 듣고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선 다운타운이 못살고 하찮은 곳을 뜻할까였습니다.

 

한참이 지난 , 미국 가보니 교외는 가족중심에 주택 위주로 되어 있고 중산층이 주로 산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아파트 형식은 미국에선 열악한 공동주거 형태란 점도 듣게 되었습니다.

 

서울도 성장을 하면서 도심에서 외곽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도심이 빈곤함의 상징은 아니지요. 다른 나라의 대도시를 가봐도, 도심이 최적의 주거지는 아니지만 미국처럼 사람 못살데처럼 보진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다운타운 뉘앙스는 신기했습니다.

 

(Title) Triumph of the city

Edward Glaeser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360도로 해부하는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평한 세계, 뾰족한 도시"입니다. 마천루로 상징되는 높은 건물이 위치한 도심에서 흘러내려 확산되는 도시의 시티스케이프가 도시의 기능적 위대함을 대변합니다. 또한 글로벌화되는 세상은 꽤나 평평하지만 도시는 각기 다르게 뾰족함을 뽐내지요.

 

도시의 가장 특징은 거리의 소멸입니다. CBD(중앙상업지구, 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으로 밀집된 생활반경이 도시 특유의 강점을 만듭니다. 짧은 이동거리, 대중교통을 통한 탄소배출 절감, 그리고 위대한 지식의 융합입니다.

 

아이디어는 교류하면서 깊이를 더하고 확산성이 높아지므로 도시와 아이디어는 뗄레야 떼기 힘듭니다. 고대, 중세, 근세의 도시는 과정을 통해 명멸했습니다. 심지어 뉴욕도 흥했다 쇠락하다 다시 흥한 역사를 갖는데, 지식과 아이디어가 흥망의 중심을 관통합니다.

 

도시에 흘러다니는 아이디어의 중핵은 좋은 교육 인프라와 괜찮은 기업입니다. 대개 둘이 상보합니다만, 미네아폴리스처럼 교육만으로도 좋은 도시가된 독특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쨌든 인구가 많아 사람구하기 쉬워 기업이 많아지고, 기업이 많으니 직장의 다양성이 많아 다시 인구가 유입되는 선순환이 시작되면 도시는 흥합니다. 회사수가 10% 늘면, 20년간 취업자가 9% 증가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망하고 실패한 도시 사례도 많이 소개되는데, 특징은 과한 인프라 투자입니다. 인프라 투자를 과하게 해서 망했다기 보다, 효과도 없는데 사람이 몰려들기를 헛되이 기대하며 투자를 지속하는 정치인과 지자체의 성향에서 비롯합니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망정, 가난한 장소를 도와선 효과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디트로이트 보면 말이 이해가 갑니다. 한산하게 우람한 건물들이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를 봐도 그럴것 같습니다.

 

몇가지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도 여러가지 나옵니다.

예컨대 도시의 인상입니다. 회색에 반환경적이고, 양극화로 도시빈민의 고혈을 빨고 있는 자본가들이 위에서 웃고 있는것 같은 이미지.

 

하지만 저자는 이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합니다. 우선 도시 빈민은 도시의 성공이지 실패를 증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시가 갖는 장점으로 빈민이 유인되어 왔고 기초적 생존과 나아지는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도시 부자와 비교하지 말고 그들의 연원인 시골의 동계급과 비교해야 합니다. 실제로 인구의 사다리 이동이 활발한 지역은 다들 비슷비슷 못사는것 같지만,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질 나은 삶을 얻어 전출해 나가는 집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적 이동의 배경에는, 도시가 주는 장점인 좋은 교육, 건강하고 안전한 그리고 대폭적으로 개선된 직업 기회가 있습니다.

 

'회색' 도시만해도 착시가 많습니다. 서울만 봐도 알지만, 제대로 기능하는 도시는 대중교통이 발달하게 되어 있고 단위 거리를 이동하는 비용과 탄소배출이 시골에 비해 현격히 작습니다. 난방 에너지효율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면에서 뾰족함이 부족한 미국 도시는 탄소배출 관련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합니다.

 

경제적 동기가 다는 아니지요. 도시는 재미있습니다. 도시가 갖는 익명성과 기회 덕에 다양한 배경의 도시인구가 유입되어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콘서트나 연극 공연처럼 고정비가 많이 드는 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릴만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입니다.

 

결국 책을 따라 읽다보면, 도시는 가장 녹색이고 궁극적으로 도시는 승리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처음의 문제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저는이 책을 읽다가 오래전 품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미국 다운타운이 슬럼화되는 이유는, 도로와 유가면에서 자동차 통근에 매우 친화적이란 점이 큽니다. 교외의 거리적 단점이 크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미국 교육제도의 문제입니다. 도시 경계 내에서는 평준화 규제가 심해 수월성 교육이나 통학 방법의 선택이 어려워 규제의 경계인 시계 밖으로 나가는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그로 인해 교외에 명문학교가 많아 다시 중산층은 교외로 유입되고 높아진 집값과 생활수준으로 다운타운과 업타운은 경계를 기준으로 삼투압이 작용하듯 분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미국적 규제가 미국적 다운타운 컨셉을 낳은거지요.

 

Inuit Points ★★★★☆

책은 진짜 재미납니다. 읽는 동안 읽은 내용을 가지고 우리나라나 외국의 도시를 다시 들여다보며 식구들과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책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초벌 번역같기도 하고 직역투의 번역은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처음엔 학자연하는 저자의 교과서풍 저술인가 싶었는데, 이해가 안가는 대목을 원문 찾아 읽어보니 오롯이 역자의 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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