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무역분쟁을 일으키고,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INF 탈퇴를 말하며, 한편 일본은 한국에 수출제한 분쟁을 도발하는 다양한 복잡성을 5년전 어떤 책에서 이미 이야기했다면 믿어지나요?

 

Accidental superpower: The world we think we know

Peter Zeihan

피터 자이한은 국제 질서의 변천을 브레튼 우즈 체제라는 시각에서 봅니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가 패자를 정복하고 착취하는 수천년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무역과 전후 복구를 위한 공조체제를 만든게 브레튼 우즈 조약입니다.

 

물론, 미국이 도덕적이거나 자애로와서 그런건 아니죠. 대서양 건너 유럽이란 대륙을 지배하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지만, 그럼에도 결정이었던 맞습니다.

 

원유로 대변되는 에너지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해상 무역로를 미국이 보호하고, 미국의 전략적 우산 아래 경제발전에만 전념할 있도록 돕고, 가장 크고 온전한 미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조건은 20세기 전 지구에 대단한 영향을 사건이었습니다. 패자 입장에선 항복이냐 결사항전이냐의 기로에서 강동6주를 얻어온 느낌이었겠지요.

 

이로 인해 서구권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세상은 평평하다' 글로벌 SCM 통합과 EU체제로 인류는 전인미답의 평화를 구가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이리 각박해졌을까요. 브렉시트에 미중 무역분쟁에 아베의 도발로 대변되는 글로벌 SCM 체제의 단절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보다 미국은 신생독립국으로서 엄청난 슈퍼파워가 됐을까요.

 

자이한이 세상을 보는 렌즈인 지정학에서는, 미국은 '어쩌다 슈퍼파워(accidental super power)' 된거라 생각합니다. 한 나라가 융성하는데는 지정학이 생각 이상으로 작용합니다. 고래로 보면, 영토 내부에서는 원활하되 외부와는 적당히 거리를 운송, 원양항해기술 그리고 산업화라는 세가지가 강대국의 조건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세가지를 차고 넘치게 가져 20세기 초에 강대국으로 등극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양극, 나중엔 유일한 단극을 이루지요. 그럼에도 브레튼 우즈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지될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 셰일 가스가 나오면서 입장이 완전히 바뀝니다.

 

기존엔 에너지 소비국으로 유통경로를 국제적 공조로 확보하는게 중요하고 무역활성화로 동맹체제의 인센티브를 유지하는게 필요했지만, 이젠 어쩌다 슈퍼파워에게 유일한 결핍인 에너지마저 저가로 수출해야할 정도로 넘칩니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득한 셈이지요.

 

결국 미국은 거추장스럽고 이젠 고비용으로 느껴지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이 자급가능하고, 자체로 온전한 시장이며,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낮은 미국이, 모양 빠지게 동맹체제를 유지하며 남들 눈치보는 흉내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고립주의로 전환할 타이밍이 된거죠.

 

이제 미국은 집단 호혜 체제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양자간 협정으로 바꾸는게 유리하고, 중국이 바로 ' 빠따' 걸린 셈입니다. 또한 동맹에 의한 집단 공조와 글로벌 SCM 분절되게 됩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일본도 수출의존도가 점점 낮아져서 글로벌 SCM에서 언제 벗어나도 불편하지 않은 상태가 됐기 때문에 오판을 했든 숙고를 했든 우리에게 도발도 하게 됩니다. 유럽의 공급망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국이 덩달아 따라한건 우습지만, 서구를 휩쓸고 있는 미친 반이민 정서는 '세상이 이상 평평하지' 않음을 깨달은 각국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합니다.

 

Inuit Points ★★★★★

매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짐짓 아카데믹하게 썼지만 '미국뽕' 차오르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이 세상에 데뷔한 이면과 이후 행보 그리고 지금 세상 돌아가는 얼개를 보는 눈을 얻은 만으로도 책은 재미나고 유익합니다. 내용이 방대해 이 리뷰에선 미국과 브레튼 우즈 위주로만 추려 적었지만, 이집트, 중동, 독일 역사적인 대국들의 굴곡과 현재 나라들의 지정학적 강약점 분석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컨대, 인구통계로 보면 러시아는 소멸될 국가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러시아보다 월등히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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