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본문
먼지 쌓인 서가에서 책을 한권 꺼냈습니다. 조잡한 그림과 설명이 있어 무예도보통지인줄 알았는데 규화보전이라면?
인텔을 오늘의 위상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앤디 그로브가 직접 쓴 이 책은 출판년도가 1983년입니다. 게다가 개정 서문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세계화로 일본이 약진하고 있고, 이메일이 나와 생산성의 혁명이 이뤄져서 책을 개정한다"
이렇게 써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먼지가 풀풀 거리죠.
믿을만한 분의 추천이라 잠시 참고 책을 넘기다, 어느새 자세를 고쳐 앉고 몰입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연구 개발 위주의 창업자 노이스와 무어를 보완해 제조부터 시작해 거대 인텔을 만든 앤디 그로브입니다.
매우 인텔리전트한 오퍼레이션 가이답게, 그로브는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를 생산 과정에 준해서 해석하고 진단하고 관리합니다. 채용과 회의까지 제조 개념으로 설명하는 내공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저도 어느 정도 경영 책은 많이 봤고 부단히 학문을 실제에 접목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몇가지 아이디어가 즐거운 책은 많이 봅니다만, 책 한권 내내 모든 글줄을 탐독한건 드러커 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title) High output management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름 바쁜 포지션의 말년 앤디가 인텔을 비롯한 수많은 중간관리자에게 실전적 도움이 되길 바라 적었습니다. 대필 작가를 고용하지도 않고 직접 저술한 글입니다. 듣기론 이 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은퇴를 서둘렀다고도 합니다.
그런만큼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이론적 배경이 단단하고 실전으로 검증된 내용으로 빼곡합니다. 이메일이 나오기 전에 쓴 책임에도, 인간과 조직을 통찰하는 예리함이 서늘합니다. 그야말로 고전의 정의에 부합합니다.
가장 강조하는 점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입니다. 그야말로 관리자는 팀의 성과, 팀원 개개인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우선은 활동과 결과물을 구분해 생각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바쁘게 움직인듯 하지만 팀과 회사의 성과와 무관한 일로 가득한 팀원들이 있다면 그 팀의 성과와 회사 전체의 성과도 형편 없을 것은 자명합니다. 관리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관점을 갖고 개입해야 합니다. 따라서 관리자의 평가지표는 팀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팀과 함께 진보(progress)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 다음은 채용과 성과평가입니다. 채용은 가장 팀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기술과 역량 뿐 아니라 동기부여를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성과평가는 관리자의 가장 중대하고 레버리지 효과가 높은 활동입니다. 대개 회피하고 싶어 합니다만.
심지어 회의하는 법까지 자세히 적은 그로브 당신은.. 이 책은 상세하면서도 불멸의 인간성을 다뤄 진귀합니다. 제겐 규화보전이었습니다.
Inuit Points ★★★★★
읽다보니 책이 자꾸 줄어들어 야금야금 읽었습니다. 서지향이 강한 드러커에 비해, 그로브의 책은 기름냄새, 사람냄새가 더 강합니다. 어쩌면 제가 오래도록 경영 일선에서 살아온지라, 더 공감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중간관리자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별점 다섯개도 모자랍니다 제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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