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her tongue C언어에요'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랍어 같던 COBOL, 그리스어 같던 FORTRAN으로 복잡한 프로그램 짜던 시절, '매우 현대적' C 배운 세대였습니다. 학원도 선생도 없을 때라 외국 서적 놓고 코드 가며 시행착오로 독학해야했지요. 이젠 현대 언어인 java python 보면 C 라틴어 같습니다만.

아무튼 C 생각하고 C 표현하며 제가 짰던 코드 중 최고 난이도는 구조해석, 중에서도 유한요소법(FEM)이란 프로그램입니다. 중에서도 복합재료의 손상예측을 목적으로 만들었, 박사 선배의 도움으로 세계적 저널에 논문도 실렸던 기억이 납니다.

TMI 가까운 이야기를 이유가 있습니다. 책은 구조를 사랑한 저자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저도 그렇게 구조와 공학을 사랑했던 시절의 감회가 어제처럼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그 만큼 글은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학문적 깊이까지 있습니다.

Built: The Hidden Stories Behind Our Structures

책은 역사적 사건들과 지금 실제 서있거나 사라진 건축물들을 씨줄 날줄처럼 엮어 다채롭게 이야기를 점층해 나갑니다. 전체적인 얼개는, 부분에서 전체로, 단순한 설명에서 복합적인 응용으로 고층 빌딩처럼 쌓아갑니다.

예를 들면, 힘의 전달과 그를 지지하는 기둥, , 벽의 구조물에 대해 알려주고, 구조물을 구현하는 철골, 콘크리트, 벽돌 등의 역사적 변천과 현대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고층 빌딩을 짓는데 중요한 지반과 하수처리, 엘리베이터 등의 의미를 공학적으로 짚어나가는 등입니다.

 

여기까지 개요만 보면 그냥 구조역학 교과서의 목차 같습니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인문학적입니다. 인도계 여성 엔지니어로, 물리학과 구조공학에 빠지게 스토리는 성장 소설입니다. 그리고 고대 로마부터 중세 일본을 거쳐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사례를 들때는 쉬운 통사적 공학 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나 부재가 힘을 받는 원리와 힘이 흐르는 요체를 설명할때면 101 교재의 챕터 1 같습니다. 쉽고도 명료하지요.

 

그런 관점에서의 하이라이트는 911 테러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붕괴한 과정을 공학적으로 서술한 부분입니다.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말이 길고 어려워졌을 겁니다. 하지만 이전 챕터에서 내력벽(load bearing wall) 건물의 코어(core) 구조 그리고 트러스 손상을 받으면 힘이 변경해서 흐르는 개념을 군데군데, 차근차근 설명해 두었기에 문단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비행기가 외골격을 찢었고, 내부까지 침투한 상황에서 연료에 불이 붙어 강철 기둥을 달구어 버림.
기둥은 고온으로 물성이 연해지고, 하중을 견디기 힘들어짐.
게다가 충돌로 내화페인트가 벗겨지고 석고보드마저 손상되어 코어 온도는 1000도까지 상승.
결국 수직으로 받치는 부재가 없어진 상황이므로 층이 통째로 자유 낙하,
아래 부재는 갑자기 가해진 하중으로 다시 붕괴,
이는 도미노 효과

마치 파괴공법으로 부순듯 마술처럼 사라져버려 수많은 음모론을 낳았던 쌍둥이 건물의 붕괴는 공학적 문제가 있었던것입니다. 상상 못한 이유로 코어가 화재에 노출되는 경우 한방에 붕괴된다는 교훈을 남긴 거죠.

 

외에도 시대의 난제였던 피렌체 대성당의 대형 올리는 문제를 공학적으로 어떻게 풀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런던 브릿지가 잘못된 설계와 다리위 집들의 무게로 공학적 한계를 넘어선 이야기, 도시 전체가 늪위에 세워진지라 매년 가라 앉고 있는 멕시코 시티에서는 건물 침하를 막기보다 오히려 지반을 약화시켜 균일한 침하를 유도하는게 상책이라는 이야기 또는 템즈강 밑의 터널을 뚫으려 고생한 가문의 이야기여러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자의 전공 분야가 고층건물과 다리라 두가지 대상으로 설명을 합니다만, 그로 인한 설명의 부족함은 없습니다. 거킨(gherkin) 이나 퐁피두, 부르즈 칼리파 등의 독특한 외관이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공학적 이유가 있음을 설명들을 때면 딱히 쓸모가 없어도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Inuit Points ★

제목이 우상(idol)인 말미의 챕터는 특기할만 합니다. 

저자의 우상인 에밀리(Emily Warren Roebling) 이야기를 다룹니다. 브루클린 다리의 시공 시절입니다. 공학자인 시아버지와 남편이 모두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어깨 너머로 배우고 독학으로 이룬 공학적 지식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리 건설이란 가문의 사명을 완수한 에밀리입니다. 앞서간 공학자이자 현장소장이며 사업가였던 사례를 하이라이트했습니다.

저자 역시 '매우 드문' 여성 공학자로, 여성의 위상을 제대로 자리매김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자신의 업무에서도 최고를 지향하, 업무 외적으로도 여성 후학의 길잡이가 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둘 점은 번역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섬세한 필치와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면서도 공학의 엄밀함을 담아냈습니다.  예컨대 기계공학을 모르는 번역가가 사전을 참조해서 번역하면 Natural frequency 고유주파수로 번역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구조에서는 주파수라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고유진동수라고 번역을 해둬 살짝 놀라며 읽었습니다. 외에도 여러 공학적 용어의 번역은 훌륭해 보였습니다. 번역이 매끄러워 읽는게 즐거웠습니다. 줍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0) 2020.03.07
사업을 한다는 것  (0) 2020.02.29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0) 2020.02.22
오픈 비즈니스 모델  (0) 2020.02.15
육도 삼략  (0) 2020.02.08
나는 4시간만 일한다  (2) 2020.02.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