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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 본문
강연이나 강의가 끝나면 많은 명함을 받습니다. 그렇게 단 1분일지라도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눈 스타트업 대표는 얼굴은 몰라도 사업 내용은 꽤 또렷이 기억을 하는 편입니다. 몇 년 지나 다른 기회에 봐도 제가 먼저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스타트업은 사업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회사 이름이 절대 기억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와 창업팀의 혼과 스토리를 담아 이름을 지었지만 사업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경우지요. 대표 혼자만 흡족한 네이밍이라고 저는 부릅니다.
마케팅의 3요소,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중 한 자리를 차지하는게 포지셔닝입니다. S는 시장에 대한 이해고, T가 내부적 성찰이라면, P는 고객과의 관계 맺기입니다. 특히 포지셔닝은 단순히 관계 맺기를 넘어, 고객의 마음에 '자리매김'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산업시대가 되고 '대량 생산 - 대량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 - 대량 소비'의 성공 공식은 이내 한계 효용이 떨어져 버립니다. 생산은 계속 늘릴 수 있고, 소비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정도까진 따라서 늘어날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은 용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가 포화되고, 소비자이자 미디어 수용자의 수신 용량은 금새 차버립니다. 마케팅의 진정한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하게 되지요.
고전적 마케팅의 변곡점을 이뤘던 포지셔닝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룹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책은 다양한 개념과 사례를 다룹니다만, 몇 가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 첫번째가 되기. 각인의 효과에 편승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건 없다.
- 경쟁사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라. 내 강점/약점만 들여다 봐서는 고객의 마음속 자리를 잡기 어렵다. 고객은 경쟁사도 포함해서 보고 듣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첫째가 되기 어려우면, 고객의 기존 관념에 기대어 설명하라. 둘째든, 대척점이든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라.
- 불에 불로 맞서지 마라. 불에는 물로 맞서는게 낫다.
- 만일 당신 회사의 포지션이 리더라면, 상품 영역과 산업을 프로모션하라. '우리가 1등이다' 이런 말은 오히려 지위를 의심하게 만들뿐 효과가 적다.
- 반면 추격자라면 상황이 적합할때만 고가 포지션을 노려라. (상품의 주장이 적절하고 소비자가 수용가능할때만)
- 소비자 마음의 빈틈을 노려라. 당신 공장의 빈틈을 채우려 하지 말고.
그리고 말합니다. 포지셔닝 시대에 단 하나 중요한 마케팅 결정이 있다면, 이름 짓기라고. 느슨하고 의미없는 이름, 경영진만 좋은 이름, 내부에서만 익숙한 이니셜 이름 등을 피하라고 권고합니다. 강력하고 일반적이며 묘사적인 이름을 추천합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반례가 많습니다. 나도 쓰면 잘 될 것 같은 IBM 류의 이니셜 이름도 그렇고, 간혹 특이하고 예외적인 이름이 성공하곤 하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성공한것 뿐이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브랜드의 인지도에 기대는 파생의 브랜드 이름도 피하도록 권고 합니다. P&G 방식의 각자 브랜드는 하나의 문제를 전체로 파급하지 않는 안전성도 있지만, 더 중요한건 파생 브랜드는 기껏 소비자 마음에 힘들게 잡은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3M 정도로, 수천가지 SKU에 하나하나는 작은 매출일 경우가 아니라면 브랜드는 제품간에 나눠쓰지 않는게 좋다고 말합니다.
Inuit Points ★★★★★
개정 증보판이지만 연원은 오래된 책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케팅의 ABC이고 전설 또는 상식 같은 사례가 빼곡합니다. 그러나 실은 당시에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 속에서 읽으면, 함의도 풍부할 뿐더러 새로이 생각할 점도 많습니다.
구글 이후로 해체되어버린 광고(advertisement) 시장에서 세밀하고 예리한 마케팅 기법이 많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원론이고 고전적이며 진부하게 느껴지는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덜하지 않은지 제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코틀러를 다시 읽으면서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로하게 된다면, 포지셔닝을 새로 읽으면 고객을 향한 메시지 내는 기본기에도 더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새롭게 생겨난 도구(toolset)에 고전적 내공을 더하면 훨씬 강력해지겠구나 생각도 듭니다.
약간의 자뻑 느낌과 셀프 프로모션의 흔적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포지셔닝의 창시자이고 원전입니다. 뭐가 대수겠습니까. 끝머리 쯤, 별도의 책으로 냈다가 실패한 개인과 경력 포지셔닝 챕터를 합본한 건, 오히려 인간적입니다. 이 양반도 안되는건 안되는구나. 스스로 성공한 브랜드의 파생으로 묻어가다 실패해 묻힐 수도 있구나. 윸쾌히 별 다섯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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