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원년[나의 두번째 돌반지]에, 나랑 가장 거리가 일이 뭘까 생각하다 충동적으로 춤을 배워 보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춤이 좋을지 의견을 들어봤는데, 스윙, 살사, 탱고가 나왔고 이중 스윙과 탱고가 절대 양강이었습니다.

팽팽하던 기류가 미묘하게 기울더니, '우선 스윙'으로 결정되고, 몇 주 수업에 갔습니다.

Wake me up before you go go..

스윙 댄스를 배우러 첫날 노래가 연습곡으로 나왔습니다.

한때 유행곡이었으니 노래를 수백번은 들었을겁니다. 첫머리에 '두르르 두왑~, 두르르 두왑~' 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부분이 있는데, 강사님이 이 부분 가사가 (두왑이 아니라) jitterbug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터벅은 스윙 여섯개 분야 하나이고, 세박자 리듬이라 지터벅에 맞는 음악이 많지 않은 편인데, wham 지터벅을위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뭔가 재미를 느끼는 주제가 있으면 책도 곁들여 보는 습성이라, 스윙에 대한 책은 뭐가 있을까 살펴보니 이런 책이 있었습니다. '스윙 아니라 살사 탱고까지?' 신나서 바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원하던 내용이었으니까요.

  • 각 춤의 역사적 배경을 잘 정리해 뒀다.
  • 저자가 스윙, 살사, 탱고를 다 춰봤고 플로어에서의 차이점까지 비교해서 설명이 가능했다.
  • {구전으로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소셜댄스의 역사를, 동호회 중심으로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정리해 두었다는 점

책을 읽으며 느낀 첫번째는 맥락에 따라 씌워지는 개념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는 동형 번역(isomorphic translation)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스윙, 살사, 탱고 등을 소셜 댄스라고 부릅니다. 직역하면 사교춤이죠. 그리고 개념은 캬바레 vs 댄스 만큼이나 거리가 멀고 분절적입니다. 앞서 말한 지터벅(jitterbug)도 도입과정에서 복잡한 경로로 변형이 되어 지루박이 되었습니다. 또한 갑질 성추행의 상징과도 같은 '부루스' 마찬가지입니다. 춤과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의도와 용도,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셜 댄스의 도입 역사도 그러합니다.

  •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온 당시 젊은이의 상징적 문물.
  • 하지만 발상지인 본토와 전파되었던 주변국에서 동시에 쇠락.
  • 미국에서 다시 중흥하고 새로운 경로와 새로운 문화로 재수입

결국 사교춤과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시대에 다른 맥락으로 도입되었으니 별개의 문화로 소비되는게 맞지요.

 

책을 읽으며 느낀 다른 점은, 낮은 위계의 하위 문화가 주류로 올라오는데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두 신대륙의 춤입니다.

기본적으로 당시 패권의 중심인 유럽에서 밀려난 '2 유럽시민'들이 '하등한' 아프리카 문화와 조우하여 생긴 특성이 있습니다. 아프리칸 쿠바 음악 기반의 살사, 아프리카 음악에 유럽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뉴올리언스 재즈에 맞춰 추던 스윙,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둣가의 비장한 땅고까지 철저히 서브컬처로 소비되던 거리의 춤이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흥과 , 파트너와의 교감과 자체로 즐거운 놀이의 독특한 매력으로 스스로 자리를 잡아갑니다. 소셜 댄스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유럽으로 역수입되어 스윙과 탱고는 새 바람을 일으켰고 다시 전세계로 유행하게 되었었습니다. 당시 문화의 허브인 유럽이 추인함으로 다시 신대륙에서 스윙과 탱고가 힘을 받게 됩니다.   

 

한편, 소셜 댄스의 침체 과정도 재미납니다. 음악인 재즈는 댄스인 스윙의 시녀가 되기를 거부하고 예술로 자기승격을 시도해, 비밥  연주 위주로 가버립니다. 또한 전쟁 신세대들이 등장하면서, 비틀즈로 대변되는 음악이 득세하고 대중 문화의 입맛 자체가 바뀝니다. 이내 스윙과 탱고는, 한국의 '지루박'처럼, 아재 문화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짝을 지어야만 춤이 이뤄지는 커플 댄스는 디커플이 되고, 홀로 춤을 즐기는 시대로 바뀌게 되지요. 이후 중흥까지 몇십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Inuit Points ★

사실 춤은 몸으로 추는거지 눈으로 추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들을 알면 진전 없는 연습에도 조금 재미가 생기는게 인지상정이겠지요. 언젠간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제겐 매우 귀한 이야기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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