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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Inuit 2020. 3. 28. 07:46

저를 만난 분들은 알지만, 공학을 전공했고 직업은 항공기 엔지니어였습니다.

헬기와 전투기의 구조와 동역학(dynamics) 설계를 했었습니다. 항공쪽은 미국이 맹주인지라, 인치와 파운드로 대표되는 임페리얼 단위계를 씁니다. 중력가속도는 32.2 ft/sec^2이고, 같은 파운드라도 질량의 파운드와 힘의 파운드를 구분해서 쓰지 않으면 계산이 틀립니다.

학교 때는 단위 변환을 계산기로 하다가, 직장에서  할 때는 단위 변환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주변 모든 실물을 인치와 파운드로 이해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탁 보면 소수 첫째자리까지 인치로 맞출 있도록 연습했었습니다. 그런 감이 없으면 혹시 계산이 틀렸는데 감도 잡을까 걱정해서죠.

아마 아니라, 많은 미국계 엔지니어들은 이런 고생을 했을겁니다. 그럼에도 NASA MCO 1999년에 화성궤도에 진입했다가 영원한 우주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유는 협업과정에서 어느 집단이 파운드-인치 단위계와 미터법인 SI 단위를 섞어 썼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위의 혼선은 최근에서야 생긴 일일까요?

수백년전 스웨덴의 바사호는 진수하는  장렬히 침몰했습니다. 좌현은 스웨덴, 우현은 네덜란드의 조선공이 만들었고  나라의 인치는 이름만 같지 실제론 다른 단위였습니다.

중국 진시황은 국토의 통일과 더불어 도량형도 통일을 시도했죠. 근대로 넘어오면 프랑스 혁명가들이 제각각의 도량형이 수탈의 도구가 되는 것을 바로잡고자 만든 단위계가 SI 단위계 미터법입니다. 미국이 홀로 버텨서 그렇지 미터 단위계를 쓰면서 인류는  효율적이 되고,  공정하고,  광범위한 협업과 신뢰를 쌓게 됩니다.

이런 단위계 하나의 의미에 대해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며 현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어떤지를 정리하는게 책의 주된 목적입니다.

말로는 문과생이 들려주는 사소한 과학이야기로 포장하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묵직함이 만만찮습니다. 최신 과학적 성과를 알차게 다루고, 시대적 변화와 연관관계를 적절히 짚되, 지루하지 않은 가벼운 톤으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야말로 '읽다보면 똑똑해지는' 책입니다.

 

주제가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특히 질소를 고정하여 비료를 만드는 과정이 인상깊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인류의 양적, 질적 팽창을 가져왔습니다. 맬서스의 비관적 종말론을 과한 우려로 만들었지만, 만일 인공비료와 식량 공급의 폭발이 없었다면, 맬서스적 세계가 실제로 펼쳐질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환경쓰레기의 대명사 같은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에야 우리는 저렴하고 유용한 공업제품들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비싸서 단벌이 정상이던 의류도 대량생산 기술이 나온 이후에야 의류로서 기능이 향상되고 기분따라 입을 있는 '패션'으로까지 발전하게  사실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걸 알았습니다.

 

조종사를 갈아 넣어 이룩한 소련의 우주기술, 그리고 절대로 맞지 않는 날씨 예보의 비밀과 이유도 재미납니다. 그리고 독서 경력에서 처음 들어본 성전환에 관한 매우 상세한 이야기는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Inuit Points ★

최근 읽은 과학 책 가장 재미 있었습니다. 아니, 재미를 넘어, 새로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과학과 학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면 세상은 두고 이만큼 달려 가는구나를 깨닫게도 해줍니다.

어찌보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이야기를 쉽게 전달했을 책에서만 들려주는 originality 없다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독창성은 형식 자체 같습니다. 과학에 관심은 있지만 막상 아는건 별로 없는 독자를 대상으로, 엄정함을 잃지 않되 가장 편한 어투로 다가갑니다.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통사적 의미를 일관된 익살과 가벼움으로 전달하는 능력 자체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과학 인문서적을 만든 같습니다. 재미나지만 읽고 나면 깨달음이 있습니다.

산다면, 이 책은 단연코 전자책 에디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자책엔 디렉터스  처럼 저자가 하고 싶었으나, 대중성과 부피 제약으로 실리지 못한 두 개 챕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 소스 유전공학입니다. 오픈 소스도 재미나지만 저는  익숙한 내용인 반면, 유전공학의 크리스퍼-카스 유전자 가위는  궁금했지만 굳이 찾아볼 일 없던 부분인데, 단번에  정리된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도움이 되었습니다.

즐겁게 읽었고,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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