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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

Inuit 2020. 4. 4. 07:27

경영인이니 필연적으로 제너럴리스트일 밖에 없지만, 태생은 전략입니다. 

보기 나름이지만, 경영 전략은 크게 학파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대별되는 두가지 접근방법이며 딱히 이름 붙여 부르지는 않지만, 포지션닝 파와 핵심역량 파라고 일단 칭하겠습니다.

 

포지셔닝 파 주로 톱다운으로 접근합니다. 흔히 말하는 전략 컨설턴트들의 템플릿처럼 경쟁압력과 산업의 동태적 분석을 통해 집중해야할 분야를 정하고, 지향하는 지점으로 이동합니다.

반면 핵심역량파는, 반드시 바텀업은 아니지만 포지셔닝 학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재 가치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기술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실은 두 방법이 배타적이지는 않습니다. 조합과 함량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옵니다.

저는 비즈니스 스쿨 때부터 회사 초년까지 포지셔닝에 열광했다가, 실제로 경영을 책임지면서 핵심역량에 관심을 갖게 케이스입니다. 전략 컨설턴트라면 다양한 도메인과 상황에서 사용가능한 사고의 틀과 구조적 통찰이 유용하다면, 기업 경영진 입장에선, 실제로 전략을 회사로 들여와 실행하는 과정이므로 자연스럽게 핵심 역량 쪽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가 있는 같습니다. 핵심 역량 쪽의 선언 이런게 있습니다.

경쟁사에게 우리 전략문서를 그대로 보여줘도 못 따라하는게 진정 성공적인 전략이다.

한편, 요즘 몇년간은 또 미묘하게 전략의 입맛이 달라졌습니다. 스타트업들의 경영을 코칭하고 함께 뛰면서, 가장 흔하게 의존하는게 비즈니스 모델 프레임워크입니다. 어느 단계에 있든, 비상장의 스타트업은 포지셔닝이니 핵심역량을 이야기하기엔 시기 상조의 느낌이 있습니다. 아직 규모가 작아 체제를 갖춰가야하는 한편, 환경의 변화가 심해 간단하게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는 '비즈니스 모델'이 간명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보니 다양한 참고가 사례가 있어보여 책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깨달은 점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저자 미타니 고지는, BM(비즈니스 모델) 포지셔닝파와 핵심역량파 간의 화해와 통합으로 간주합니다. 저는 단박에 관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모델 프레임워크를 좋아하게 이유가,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점이었으니까요.

예컨대 제가 주로 쓰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보면 밸류체인과 내부 역량의 지향점을 장표로 정리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시사점이 있지요. 덕에 제가 함께하는 여러회사가 시간과 돈을 아낀 생각하면 고마울 정도입니다.

책은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사례집입니다.

결제 편을 예로 들어 볼게요. 현금 수송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송금 자체가 리스크인 중세 유럽이었습니다. 이때 메디치 가문은 유럽 도시를 망라하는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합니다. 물리적 송금을 정보 교환과 정산 개념으로 바꿔 혁신을 이룹니다.

한참 지나 여행자 수표가 나오고, VISA 신용카드를 만듭니다. 페이팔로 C2C 결제의 시장을 창출하고, 이후 스퀘어로 O2O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세상에 불편이 가득할때 혁신의 해결책이 나오고, 하나의 사업이 됩니다. 혁신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통상이 되고새로운 혁신의 기회가 나오지요.

리테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A&P 저비용 소점포 체인스토어로 혁신이 일어난 소매업은, 원스톱 쇼핑을 들고나온 메이시스, 카탈로그 판매로 오프라인 매장의 제약을 풀어버린 시어스, 셀프서비스로 비용과 편의성을 개선한 슈퍼마켓의 원조 컬렌 등으로 진화하고 분화하지요. 책은 이 과정을 간명하게 소개합니다. 사례가 많지만 사전식은 아니고, 테마별 시계열 묶어 두어 읽기 편합니다.

아마 이 책은 읽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힐 같습니다. 70 모델을 보며 각자의 발상 포인트를 음미하며 착안점을 예리하게 단련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흐름을 보며 혁신이 태어나는 변곡점에 대해 숙고해볼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기업이 생겨나 자라나는 과정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포지셔닝이나 핵심역량 같은 구조보다 초기 생장의 미시적 상황이 예민하게 닿습니다. 짧은 요약에 드러나지 않지만, 헤쳐가야 했을 수많은 장애와 굴곡, 그리고 의지의 드라마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기억을 위해 적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IBM 거스너가 솔루션 중심으로 조직을 변혁할때 연구를 통해 적절한 인재상을 뽑고 위주로 인선을 해서 성공했다고 전해집니다. 자율분산형 리더입니다.

  • 팀 워크 중시
  • 즉단즉렬하는 수평적 리더십
  • 타인을 변화시키는데서 기쁨을 느끼고 동기부여됨

밥먹으면 배부르듯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장에선 이렇게 선험 연구로 추려낸 요소는 귀중한 지혜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유용히 쓸 것 같습니다.

 

Inuit Points ★

리뷰를 오래 분들은 알겠지만, 일본 실용서를 매우 싫어합니다. 통찰없이 단지 집대성하는 하드워킹으로 가치를 소구하고, 농밀한 포스팅 하나 정도의 분량을, 과금하기 위해 쓸데없이 늘여 책으로 부풀려 놓는 비효율이 저랑 맞습니다.

책도 저자 이름을 보고 미국계 일본인 저자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오리지널 일본책이었습니다하지만 전략 컨설턴츠 출신의 저자는 나름 알차게 책을 썼습니다. 사례는 의미와 연관이 좋습니다. 알뜰히 모으며 본인 목소리는 자제를 하되, 눈 트인 명확한 관점이 느껴지는 묶음 글입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퍼즐이 모여 모자이크처럼 인상을 형성하는 류의 책입니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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