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하나는 엔젤투자자입니다. 그래서 부트업 단계나 초기의 스타트업과도 대화가 많습니다. 근사한 사업계획과 열정 넘치는 프리젠테이션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대개 그렇듯 사업설명의 대화가 투자까지 이어지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의외로 아이템에 대해 많은 가중치를 두지 않게 됩니다. 시장의 가능성과 , 특히 창업자가 중요하지요. 이렇게 말하면 창업자의 불같은 추진력이 중요하겠구나 하지만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럴 듯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템이 나빠서가 아니라 CEO를 더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입니다. 창업자가 실력과 실행력 당연히 있다 해, 자신감과 허황됨, 야망과 현실감 사이 밸런스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으며 코미사씨의 입장에 절절히 공감이 갔고, 제가 만났던 수많은 레니들이 떠올랐습니다.

The monk and the riddle

 

이미 사업을 성공해서 엑시트를 했고, 실리콘 밸리의 초기 투자자로 지내는 코미사 씨의 글은 동화처럼 읽히며 우화처럼 생각을 자극합니다. 소설 형식을 빌렸지만, 코미사 씨의 일기로 읽힐만치 생생합니다. 아마 몇가지 사례의 모자이크겠지만, 어딘가 실존할 이야기니까요.

 

이야기 구조는 베젤이 매우 얇은 액자 형식입니다. 코미사가 자아를 찾는 여행 , 신비로운 우연을 통해 만난 미얀마의 승려에게 수수께끼를 받습니다.

" 계란을 3피트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지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나머지 글은 레니 사장 고군분투기입니다. 책 써진게 2000년이니 매우 예전 이야기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아마존의 성공에 고무되어 funerals.com이라는 온라인 장례 서비스를 사업화하겠다고 찾아온 열정의 레니와 노련한 투자자 코미사 간의 단속적인 대화입니다. 과정에서 사업을 왜 하는지, 어떤 삶을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이며 실존적 질문에 독자도 함께 답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엄청난 끈기로 레니 사장과 수 차례 대화를 하는 자체가 대단합니다. 물론 저라도 그런 대화로 혹시 뭔가 깨닫고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상의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끈기가 필요하고요.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 목적을 위해 사업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은 압니다. 겉으로 좋게 말하긴 쉽지만 진실로 그리 믿는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사업과 성과 그리고 성공은 거기서 나옵니다. 지나고나면 불보듯 빤한데, 사전에는 신앙적 수용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재미나게도 책에도 캠벨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미사는 캠벨 씨를 따라 애플에서 나왔고, 나중에 그의 회사를 이어받아 대표 역할도 합니다. 무엇보다 목적 그리고 사람을 최우선으로 두는 태도를 캠벨에게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대단한 코치 캠벨입니다.

 

코미사의 언어중 제가 배우고 깊이 공감한 부분도 많습니다.

 

  •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얼마 안되는 기관중에 하나다.
    • 매우 아름다운 정의입니다. 기업과 직원간의 관계, 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다른 색채를 더해줍니다.
  • 사업계획은 그저 증거로 필요할 뿐이다. 대표가 똑똑한지 생각이 있는지 비전이 있는지.
    • 매우 공감합니다. 당연하게도 투자자는 미래가 계획서대로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의 로직과 창업팀의 사고구조를 확인하고 싶어 계획서 놓고 이야기 뿐입니다.
  • 회사 성장 단계별로 세가지 유형의 대표가 필요하다. 리트리버, 블러드하운드, 허스키
    • 개의 특성을 몰라서 의미를 전해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짐작 갑니다. 저만의 버전으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밸리에서 가장 위험한건 무모함이 아니라 평범합니다.
    • 우리나라 초기투자 시장은 조금 분위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처럼 초기투자의 지향점을 간결히 설명하는 문장은 인상적입니다.
  • 사업의 묘미는 텅빈 캔버스 하나 가지고 가서, 현상을 무너뜨리고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거다.
    • 맛에 저도 사업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을 돕지 말입니다.
  • 성공과 실패를 겪어본 사람은 실패에 대한 비난만큼 성공에 대한 칭찬도 부담을 느낀다.
    • 이거 진리입니다. 아직 실패 안해본 사람의 패기는 좋은데, 대개 시도를 안해 실패를 안해본 경우가 많습니다. 속이 익은 사람은 성공에 대해 통찰적 겸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Inuit Points ★

기준에서는 책입니다. 읽히고 함의가 풍부하며 몇가지 명료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첫머리 미얀마 승려가 수수께끼의 답은 약간 허전합니다. 하지만 곱씹다보면 책의 정수를 맛봅니다.

읽다 메모한 내용입니다.

놀랍도록 내 생각과 같고
이 책도 모른채 운좋게 이래 살았네
외롭지 않아 좋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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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디씨즈티미 2020.11.13 22:41

    엔젤투자자라니 정말 멋있네요. 조금은 다르지만 기업을 투자하는 일반 개미투자자로서도 읽어보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훌륭한 인사이트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inuit 2020.11.18 17:08

      네 반갑습니다. 의미가 있는 댓글은 오랜만이라 더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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