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맛있지?
초콜릿은 달고 맛나지?
이는 아름답지..?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아름다움과 좋음은 크기, 질감 같은 절대적인 물리 특성이 아닙니다. 진화를 통해 좋게 느껴지는 거죠. 예컨대 단맛은 탄수화물이 풍부해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입니다. 단맛을 좋게 여긴 어떤 개체들은 단맛 나는 먹거리를 추구하여 많이 살아남았고, 단맛을 쓴맛처럼 싫어한 개체들은 아마도 진화적으로 패퇴했을겁니다. 그래서 우린 단맛이 좋은 맛이라고 느끼는 후손인거고요.

 

미학도 그러합니다.

대칭과 발색 성적 건강함을 드러내는 상대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우연히 갖고 태어난 무리는 후세가 융성했고, 성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개체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들은 (당대에는 멀쩡했을지라도) 후손이 적거나, 약하거나, 쉽게 스러지니, 절멸하여 지금의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을 공통화했을 뿐이죠.

 

이런 관점에서 진화심리학과 신경미학은 진화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재미난 학문입니다. 관심이 많아 '미학의 ' 읽었지만, 마뜩지 않았습니다. 메뉴가 나쁜게 아니라 주방장 솜씨가 동네 분식집이라 그랬지요.

 

그럼에도 한번 도전을 했습니다.

A taste for the beautiful

책은 '미학의 '처럼 어설프게 벌려놓고 얼기설기 수습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아예 모든 미학을 규명하겠다는 포부를 접고, '내가 잘아는' 번식과 관련한 연구로 주제를 좁힙니다. 다양한 곤충과 동물 연구를 통해, 짝짓기가 이뤄지는 순간의 미학, 심리학, 유전학에 집중합니다. 파트너의 소리, 냄새, 색채, 그리고 경쟁까지요.

 

그러다보니 진화의 찰나가 훨씬 보입니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이나 퉁가라 개구리의 독특한 울음, 명금류의 다양한 지저귐, 바우어 새의 저택짓기 등은 일상 생활엔 그닥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짝짓기에는 중요한 시그널이지요. '내가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고 이렇게 건강하며 또 이만큼 건장하다'는 증명을 빠르게 합니다. 공작새의 깃이나 퉁가라 울음은 심지어 일정부분 포식자의 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노출함에도, 번식엔 유리합니다.

 

다시 보면 이건 개체의 의지가 아닙니다. 그런 유전자가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저는 책에서, 진화의 요인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임을 배웠습니다. 독특하게 울도록 진화한게 아니라, 독특하게 아이들이 살아남았고 결과적으로 독특한 울음이 진화의 요인처럼 보일 뿐이지요.

 

책에 소개된 연구는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개구리, 물고기, 귀뚜라미, 등등. 오히려 복잡성이 덜한 생명들을 연구해 변인을 명확히 식별할 있다는 점이 재미났습니다. (그런면에서 초파리 번식을 십수년쨰 연구하는 우리나라 어떤 과학자분에게 경의를..)

 

이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성선택의 교범은 흥미롭습니다.

1 같은 종을 택하라
2 반대 성별을 택하라
3 건강한 개체를 택하라
4 이걸 만족하면 자원의 우위를 살펴라

 

마치 어셈블리어 코딩을 보는듯한 알고리듬입니다. 우린 대체로 3,4번을 보겠죠. 하지만 우선순위를 거스른 개체가 에너지를 낭비하고 진화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니 1,2번은 진화적으로 내장된 기능일겁니다. 그러고보면 호모포비아는 사피엔스 60만년 이전부터의 태고적 기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용하지만 그냥 본능적인.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이건 '미학의 뇌'에도 나왔던 한데. 짝짓기 상황에 따라 매력적인 성특성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MHC(조주직 적합성 복합체)라는 면역기능 유전자 집합이 있습니다. 이게 유사하면 친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손에겐 이 유전자의 다양성이 많을수록 생존에 유리하지요. 인간 여성의 경우 가임기에는 MHC 이형인 상대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임기가 지나거나 피임을 하면 MHC 동형의 파트너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생길 땐 다양성을 증가하는 족외혼을 추구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면 육아와 생활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가족이 중요해지는거죠.

 

개인적 느낌은, 지식사회로 오면서 마초적 남성이 패퇴하고 자상하거나 소통능력이 우월한 남성이 높게 평가받는 것도 그런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 물리력은 쓸모있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중요해졌으니까요. 진화는 수천년으로도 모자라는 지리한 프로세스입니다만, 지식사회라는 비가역적 단계로 접어든 지금, 어떤 진화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Inuit Points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진화는 목숨을 건 도박이다. 각 개체는 이번 생 또는 다음 생을 건다.
Evoltion is gamble of the life. The ante might be next life though.

책을 통해 느낌을 생생히 느꼈습니다. 은여우조차 몇십세대면 개처럼 친근하게 길들여지는 진화의 사례가 지구상에 펼쳐지고 때문이지요. 줄거리만큼이나 책의 온갖 사례들이 재미납니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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