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본문
얼마전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론에 기대야하는 문학의 용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표한 적 있었습니다. 적당한 모호함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일방적일 수 있는 독자와의 관계를 적극적 해석을 통한 개입이란 쌍방향으로 바꾸는 매력이 예술로서 문학의 큰 특징일겁니다. 반면 지나친 개방성은 어설픔이란 취지였지요.
이 책에 '더 유닛'의 감독 데이비드 매멋(David Mamet)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명 불가침 원칙이란 메모를 발송했는데요.
- 플롯을 진척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적이지도 않은 장면은 불필요함
- 장면은 극적이어야 한다
- 장면이 시작할 때 주인공에겐 문제가 있어야 하고
- 절정에 이를 때는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른바 인과관계 없는 느슨한 플롯은 뇌에게 혼란만 야기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설파한겁니다. 제겐 손보미가 그렇게 읽혔고요.
이 책의 독특함은 스토리텔링의 유전적 기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어찌 구성할지 말한다는 점입니다. 즉 조지프 캠벨의 단일신화(monomyth)건, 5단계 플롯이건 동양의 기승전결이든, 특정한 형식 넘어의 전형성을 추적합니다.
예컨대 책의 첫머리는 예기치 못한 변화의 순간으로 시작하는게 좋은데, 실제로 여러 작품이 그리 되어 있음을 통해 방증합니다. 왜냐면 뇌의 통제 본능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이 주인공의 주의를 끌면 독자나 관객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흔히 알려진 잘된 문체와 스타일도 뇌의 입장으로 이해하는 저자입니다. 표현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금언도 그렇고 능동태나 타동구문을 구사하라는 원리도 뇌가 이해하기 쉬워서 그렇습니다. 시각과 촉각을 조합하는 공감각은 뇌에겐 단비고, 특수하면 진실되어 보이는 스타트렉의 원리도 설명합니다.
도입이 이뤄지면, 전개는 '결함있는 자아'를 통하는게 뇌에게 이야기 전하는 공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매력보다 결함 있는 주인공이 어떤 상황을 깨닫고 현실의 구조를 재구성하는데서 독자는 공감하고 영웅시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작가는 인물의 성격을 만드는데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라는게 핵심 메시지입니다. 주인공은 왜 현재의 신념체계를 가졌는지, 어떤 인생의 순간을 겪었는지 꼼꼼히 생각해두라 합니다. 그래서 이 인물에 어떤 인생 이벤트를 던지면 어떤 반응을 할지, 주변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지 관점으로 인물을 구체화하란 점이죠.
이렇게 생생한 인물이 탄생하면 마법의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모든 드라마를 이끄는 근본질문입니다. 주인공 조차 답을 몰라 극적입니다. 창조된 인물이 이야기속 다른 인물과 교차하고 충돌하며 이야기는 속도를 냅니다. 스티븐 킹이 인물 노트를 만들어 캐스팅하듯 쓰는 원리가 이런거였구나 싶네요.
Inuit Points ★★★★☆
일단 플롯이나 스토리라인 강의가 아니라 이야기의 원리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재미납니다. 한편 그 점에서 제목은 불만입니다. 원제인 '스토리텔링의 과학'이 책의 탐구정신에 부합합니다. 오버스러워서 한풀 죽이고 싶었을까요. 이야기의 탄생이라니..
물론 저자가 학자가 아니므로, 내러티브 잡는 기법을 뇌과학과 유전적 기제로 설명하려는 장한 시도에 비해 학문적 단단함은 약합니다.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가 재미나고 유익합니다. 저는 읽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문학작품을 읽을때 더 재미날 것 같습니다. 별점 넷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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