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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만이 하는 것

Inuit 2022. 10. 15. 07:35

컨텐츠 사업은 자연독점의 성격이 있습니다.

하나의 컨텐츠를 만드는 비용은 정해져 있는데, 하나를 보여줄때 드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우니, 어떤 식으로든 많이 보여줄 있는 회사는 점점 강해지고 경쟁력이 더해집니다. 케이블TV 시장이 전형적이 규제와 법률도 이에 맞춰 생겼지요.

 

이런 자연독점적 성격을 활용해 글로벌 유일무이한 OTT플랫폼을 만든게 넷플릭스입니다. 이를 잡겠다고 훌루 여럿이 덤볐다가 스크래치도 못냈었죠. 그런데 넷플릭스가 명치를 맞고 비틀거린게 최근입니다. 바로 디즈니 플러스죠.

 

픽사나 잡스 서사로 보면 천하의 철밥통 공무원 조직인 디즈니. 그들이 변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The ride of a lifetime

부제: Lessons learned from 15 years as CEO of Walt Disney Company

Robert Iger, 2019

 

책을 읽는 다양한 렌즈가 있는데, 우선 이 렌즈로 보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변했는가.

 

아이거란 사람이 있습니다. 재직중인 케이블 회사가 디즈니에 팔리는 통에 어찌저찌 끼워 팔려 갑니다. 좀 지나, 악명 높은 디즈니 왕자님 마이클 아이스너의 공인 후계자가 됩니다. 하지만 자리는 찰스 왕세자 같죠. 죽기전에 왕이 없을듯한 영원한 넘버 투의 자리였습니다. 아이거는 인내하고 인내하며 회장이 날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선출 프로세스. 아이거는 세가지 기둥을 공약으로 내겁니다.

  • 고품질의 브랜디드 컨텐츠를 만든다
  • 기술에 투자하여 기술 기반의 회사로 탈바꿈한다
  • 세계로 향한다

웅장한 계획 덕인지 다방면의 물 밑 노력이 통했는지 아무튼 아이거는 그를 싫어하는 수많은 의사결정자들을 버텨내어 디즈니의 회장이 됩니다. 그리고 첫번째 공약인 픽사 인수에 나서죠. 요 부분은 픽사의 서술에서도 의외라고 나옵니다.

어찌저찌 아이거는 잡스 형님께 무릎 팍 꿇고 환심을 사서 픽사 인수 성공. 재미나게도 회사 차원에선 픽사를 인수했지만, 픽사 절대지분을 가진  잡스는 디즈니의 최대주주가 되지요.

 

아무튼 이후로 잡스 제대로 받습니다.

 

까다로운 아이크(Ike) 마블은 잡스 전화 한통으로 마음을 돌립니다. '괜찮아요 여기 믿을 해요.'

마블 인수 성사.

 

아이거 세계관의 끝판왕은 스타워즈죠. 이건 루카스의 분신이라 잘못 꺼내면 싸다구 맞을 기세입니다. 이것도 잡스가 중간에 다리를 놔주고 이래저래 해서 인수 성공.

 

디즈니 동화, 마블 코믹스 유니버스(MCU) 미국의 건국신화 급인 스타워즈까지.

결국 합병을 통해 외연과 세계관을 확장시킨 디즈니 플러스로 넷플릭스를 후덜덜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폭스. 루퍼트 머독과 엄청난 딜을 만들어 미디어와 컨텐츠를 아우르는 거인이 되지요.

 

장대한 스토리가 재미났습니다. 물론 밑단의 이야기는 경영적 함의가 큽니다.

 

우선 합병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의 이면이 재미납니다. 그림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매우 전술적인 수많은 고려와 돌파도 필요합니다.

 

2인자의 삶이라고 읽어도 재미납니다. 흔히 나오는 창업자 스토리와는 다릅니다. 아이거는 욕들어먹으며 일하던 말단 신입사원에서 회장까지 사람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시간을 아이스너의 2인자, 허울 좋은 넘버 투로 오래 지냅니다. 실제로 관두려고 몇번 고려했던 이야기도 나오죠. 그리고 인내의 시간을 분출해 전면에 나서는 타이밍과 과감함. 스토리라인도 흥미롭습니다.

 

제가 환호했던 진귀한 스토리는 캡시티즈 이야기입니다. 제겐 전설이자 동화같은 M&A 신화, 캐피털 시티즈의 두 리더  머피와 대니얼 버크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뜬금없이 여기서 해갈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버크 씨는 ' 내 일은 돈버는거고 톰의 일은 쓰는거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둘은 영혼의 콤비였죠. 신화같던 두 양반의 총애를 받으며 수많은 초식을 전수받은 사람이 아이거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실제로 캡시티즈가 디즈니에 인수되기 직전에 버크가 퇴진할 생각이라 머피의 뒤를 이어 캡시티즈의 리더가 될 뻔했던 아이거인데 왕이 되기 직전에 나라가 디즈니에 먹힌 꼴이었지요.

 

Inuit Points ★★

개인의 자서전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존경의 마음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자전 특유의 의도와 비의도의 거짓말이 피곤해서죠. 책은 그런 불신을 넘을 만큼 썼습니다. 아마 전문 작가팀이 붙은듯 합니다. 글이 쉽게 잘 씌여 원문 비교해봐도 원글 자체가 탁월한 문장입니다. 매우 깔끔하고 쉬운 영어로 오해의 소지없이 하지만 재미나게 써졌는데 이건 전문가 솜씨죠. 그리고 자서전 특유의 회고적 뿌듯함이나 '그때 참 좋았지..' 중2 감상 없이 겸손하게 내달려 좋습니다. 아이거의 성품탓도 있지만 작화적 장점입니다.

 

결국 아이거는 얻게 되었습니다. 건조하지만 겸손한 팩트체의 글을 읽다 보면 어쩔수 없이 아이거에게 개인적 친근감이 듭니다. 180도에 가깝게 인식이 변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미국 대선 용으로도 기초적 커뮤니케이션이 만큼 훌륭한 자산입니다. 아마 아이거도 그런 생각했겠지요. 인세를 탐낼 상황은 아니니까요.

 

읽는 내내 재미나고 의외의 포인트에서 배운 점도 많은 독서였습니다. 자전임에도 불구하고 넷이나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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